- 초선(貂蟬)을 향한 여포(呂布)의 연정(戀情) -
여포(呂布)가 진궁(陳宮)의 계략(計略)대로 성 밖으로 철기(鐵器)를 이끌고 출동(出動)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시종이 달려와,
"상장군(上將軍), 부인께서 풍한(風寒)이 들어 자리에 누워 계십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 아닌가?
"응?"
여포(呂布)는 깜짝 놀라며 그 길로 초선(貂蟬)이 있는 백문궁(帛雯宮)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자리에 앓아누운 초선을 불쌍한 표정으로 한참을 그윽이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인기척을 느낀 초선(貂蟬)이 눈을 떠 자신을 측은(惻隱)한 눈길로 바라보는 여포(呂布)에게.
"장군!...." 하고 한 마디 부른 뒤에 기침을 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여포는 걱정이 가득 담긴 소리로,
"초선(貂蟬), 좀 어떻소?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거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초선(貂蟬)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걱정 마세요. 별것 아니에요."
그러나 여포(呂布)는 고개를 흔들면서 자책하듯이 말한다.
"내 탓이야. 내 탓! 내가 이렇게 만든 거요. 서주(徐州)만 뺏기지 않았어도 당신을 이렇게 떠돌게 만들지도 고생시키지도 않았을 텐데!..." 하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담아서 입을 열자,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장군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해요." 하고, 초선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여포는,
"나는 또 성을 나가야 하오." 하고 초선에게 향후의 일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러자 초선은,
"왜요, 어디로 가시려고요?" 하고 놀라며 묻는 것이었다.
여포는 담담한 어조로 초선에게 말한다.
"진(陳宮)궁의 계책(計策)이오. 성 밖 고지대(高地帶)에 진영(陣營)을 치고 성안과 상호 간(相互間) 협력(協力)하려고 하오."
"그럼, 선생 말씀대로 하세요. 계획(計劃)대로 진행(進行)하세요."
그러자 울상이 된 여포가 초선(貂蟬)의 손을 잡으며,
"당신이 이리 아픈데 내 어찌 두고 가겠소?"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초선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장군, 큰 전쟁을 앞둔 이때에 어찌 소첩(小妾)을 염두(念頭)에 두시는지요? 제 걱정은 마시고 어서 가보세요.
공대(公臺 : 진궁의 字) 선생 기다리게 하지 마시고요. 예?" 이렇게 말한 초선은 기침을 다시 하면서 고개를 떨군다.
그러자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여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 아픈 당신을 두고는 못 가겠소."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초선(貂蟬)이 여포(呂布)를 달래며 사정한다.
"장군, 어서요! 가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아픈 몸을 반쯤 일으켜 여포의 등에 손을 대고 떠밀었다.
그러면서도,
"장군, 일이 우선입니다. 가세요!" 하고 말하면서 초선(貂蟬)은 힘없이 침대에 고꾸라져 버렸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여포가 초선을 붙잡고,
"초선(貂蟬)! 초선)! 왜 이러는 거요? 여봐라! 어서 의원(醫員)을 속히 불러라!" 하고 밖에 있는 시종들에게 큰소리로 명하였다.
한편, 진궁(陳宮)은 여포(呂布)와의 계략대로 성 밖으로 나갈 철기(鐵器) 군사(軍士)들을 데리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삿갓과 우장(雨粧) 을 걸치고 초선(貂蟬)의 궁 문(宮門) 앞에서 어포(呂布)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여포가 나타났다.
진궁(陳宮)이 여포에게 재촉하며 말한다.
"봉선(奉先)! 병사들이 빗속에서 장군을 기다린지 오래요. 어서 성 밖으로 나가야 하오!"
"음!... 선생!" 여포는 진궁(陳宮)을 부르며 병사들을 뒤로하고 초선(貂蟬)의 궁 앞으로 몇 발짝 움직였다.
"뭐요?" 진궁이 여포(呂布)의 뒤를 따라가며 재차 물었다.
자
"봉선(奉先 : 여포의 字)! 대체 무슨 일이오?"
그러자 여포는 진궁을 향해 돌아서며 담담한 어조로,
"초선(貂蟬)이 위중(危重)해 갈 수 없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진궁은 기가 막힌다는 어조로,
"뭐요?" 하고 되묻자,
여포가 이어서 말한다.
"생각해 봤는데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러니 초선(貂蟬)의 병세가 나아지면 그때 나가겠소."
여포(呂布)의 말이 끝나자 진궁(陳宮)이 곧바로,
"무슨 소리요? 이번 계획에 수 만 병사들의 생사가 달려있소. 군을 통솔하는 장군이 어찌 여자(女子) 하나 때문에 일을 그르치려고 한단 말이오?"
그러자 여포(呂布)가 발끈하며 진궁(陳宮)에게 외치듯이 말한다.
"초선(貂蟬)은 내겐 유일한 사랑입니다. 만약 초선이 잘못된다면 나는 살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소! 안 간다는 것도 아니고 초선이 좋아질 때까지 며칠 미루자는 겁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궁(陳宮)이 여포에게 사정 조로 말한다.
"장군! 기회를 놓치면 다시 오질 않소! 저길 보시오. 병사들이 이 비를 맞고 기다리고 있질 않소?" 진궁이 손을 들어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고 있는 병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여포는 이를 악물고 말한다.
"결정은 끝났소. 초선(貂蟬)이 호전(好轉)되면 갈 테니 선생은 그동안 쉬고 계시오."
"아, 아니?..."
진궁(陳宮)이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 자신이 세운 계획을 수포로 돌린 여포의 결정의 안타까움에,
"봉선(奉先)! 봉선(奉先)!..." 하고 몇 차례 불러 외쳤다.
그러나 여포는 성 밖으로 나가기 위해 대열을 지어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철기 군사들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리고 병사들을 향하여 명령한다.
"모두 들어라! 잠시 막사(幕舍)로 들어가 명에 대기하라!"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흩어졌다.
여포(呂布)는 명을 내린 뒤에 즉시 뒤로 돌아서 초선(貂蟬)의 백문 궁(帛雯宮)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진궁(陳宮)은 닫힌 궁문 앞에서,
"봉선(奉先)! 봉선(奉先)! 정에 얽매이다간 큰 화를 입게 될 거요!" 하고, 소리 높여 외쳐 대었다.
아무런 대꾸도 없이 초선의 궁(宮)으로 들어가 버린 여포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던 진궁(陳宮)이 세차게 퍼붓는 빗속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탄(恨歎)하였다.
"하늘이시어! 정녕(丁寧) 초선(貂蟬)과 여포(呂布)의 사랑은 하늘의 뜻이란 말입니까? 진정 수많은 병사를 사지(死地)에 몰아넣으려고 하시는 겁니까?"....
하루가 꼬박 지나고 초선(貂蟬)이 기력(氣力)을 조금 회복 回復)하여 눈을 떠보니 자신은 여포(呂布)의 품에 안겨있고 여포는 밤샘을 했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초선이 부스스 몸을 일으켜 여포에게 말했다.
"장군, 성 밖으로 나가신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그런데 왜 아직 여기 계신 거죠?"
그러자 여포가 감긴 눈을 그대로, 초선의 머리를 맞대고 어깨를 끌어당기며 말한다.
"초선, 아픈 당신을 두고 도저히 나는 갈 수가 없었소."
그러자 초선이,
"장군, 선생 말씀대로 하셔야 해요." 하고 말하는 순간 밖에서 군사들의 연이은 고함소리가 들렸다.
"물이 넘친다!"
"성 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물난리다, 물난리!"
"홍수다, 홍수(洪水)!"
그야말로 혼비백산한 병사들의 고함소리가 내실까지 진동하였다.
그러자 여포는 초선을 자리에 눕혀 놓고 황급히 성루(城樓)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이미 진궁(陳宮)이 나와 있었다.
성루(城樓)에서 성 안팎을 살펴보던 여포(呂布)가 벌린 입을 닫지 못하고 성안 곳곳으로 밀려드는 홍수(洪水)를 내려다보며 망연자실(茫然自失)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찌 이런 일이? 이럴 수가 있나?"
그러자 초연(愀然)한 표정의 진궁이,
"조조군(曹操軍)이 제방(堤防)을 막아서 사수 강(泗水江) 물줄기를 성안으로 돌렸소. 하비성을 장맛비에 잠기게 만든 것이오."
그 말을 듣고 여포(呂)布가 진궁에게 물었다.
"선생, 어찌해야 합니까?"
그러자 진궁(陳宮)이 담담한 어조로 대답한다.
"하!... 이젠 방법(方法)이 두 가지뿐인 것 같소. 앉아서 물고기 밥이 되든가 나가서 투항(投降)하던가...." 그러자 여포(呂布)는 할 말을 잃고 망연자실하며 성 안팎을 둘러보기만 하였다.
이런 여포(呂布)의 모습을 뚫어져라 주시하던 진궁(陳宮)이 입을 연다.
"보시오. 장군의 사사로운 정 때문에 이런 화가 닥쳤소. 이젠 끝이오!"
그러자 여포(呂布)가 진궁(陳宮)을 향하여 발끈한다.
"아니오! 아냐! 적토마(赤兔馬)와 방천화극(方天畵戟)이 있는 한 이런 강물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소! 나는 조조(曹操)도 안 두렵소!" 하고 소리친다.
그러자 싸늘한 눈으로 진궁이 말한다.
"장군(將軍)에겐 적토마(赤兔馬)와 방천화극(方天畵戟)이 있겠지만 수많은 병사들은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이오? 죽음 밖에는 길이 없소. 아시겠소?" 진궁(陳宮)의 말은 칼로 무를 자르 듯이 단호(斷乎)하였다.
"하!... 하!..." 거푸 한탄하는 여포 앞으로 조조군(曹操軍)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리하여 성루(城樓)에 있던 병사들이 몸을 숙이고 화살을 피하고 보니 성루(城樓)에 꽂힌 화살에는 조그만 방문(榜文)이 묶여있는 것이었다.
대장(隊長) 송헌(宋憲)과 위속(魏續)이 후성(侯成)과 함께 방문을 읽어 보았다.
방문(榜文)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 대장군 조조가 칙명(勅命)으로 역적(逆賊) 여포(呂布)를 토벌(討伐)하니 성내(城內) 수비군(守備軍)이 투항(投降)을 하면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겠다. 여포의 수급(首級)을 가져오면 금(金) 오천 냥(五千兩)과 만호후(萬戶侯)에 봉(封)한다. 대장군大將軍) 조조(曹操)>
여포(呂布)의 대장 세 사람이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방문을 읽는 순간, 그들의 뒤에는 여포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이 중얼거리며 방문(榜文)읽는 것을 듣자 불같이 화를 내었다.
"무엇이? 네놈들이 내 목을 노린다고? 내가 네놈들 목부터 베어주마, 여봐라!"
불현듯 나타난 여포(呂布)의 등장으로 세 장수들은 여포를 향하여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사정한다.
"상장군! 저희들은 그저 방문을 읽어 보았을 뿐입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억울합니다!"
"어찌 저희들이 상장군을 배신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노기(怒氣)가 충천(衝天)한 여포(呂布)에게 이들의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이들을 끌고 가서 곤장(棍杖) 오십 대씩을 치거라!"
여포(呂布)는 불문곡직(不問曲直) 이들을 곤장(棍杖) 형벌(刑罰) 에 처(處)하도록 명령(命令)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더 큰 화가 닥칠 것을 모르고.....
삼국지 - 101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