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만큼 좋은 것은 없다.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 저는 국내의 영광을 완성하고 크록스테스 거리에서 공을 차던 시절부터 꿈꿔왔던 꿈을 이뤘다. 2016년 맨유가 연장 접전 끝에 크리스탈 팰리스를 이겼을 때였다.
MOTM이자 맨유의 주장이던 저는 우승컵을 손에 쥐고 너무 기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두 아들이 일어났을 때 침대 사이에 우승컵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웸블리 라커룸에서 반 할과 함께 축하 파티를 하고 있을 때 그가 해고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우리는 경기장을 떠난 후 승리 파티를 위해 런던 중심부로 이동했다. 호텔로 복귀할 시간이 됐을 때 저는 우승컵을 가지고 있었다. 카이와 클레이가 자는 방에 들어가 우승컵을 두 사람 사이에 놓았다.
마법 같은 광경이었다. FA컵은 많은 부분이 특별하다. 특히 잉글랜드 출신이라면 그 역사와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FA컵 결승전을 보며 자랐고 결승전에 출전해 우승팀의 영웅이 되는 상상을 했다.
9살 당시 에버튼이 결승전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모든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축구 팬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었다. 제가 처음 출전한 결승전은 2005년 카디프에서 맨유가 승부차기 끝에 아스날에 패한 경기였고 다음 결승전은 2007년 웸블리에서 연장전 끝에 첼시에 패한 경기였다.
대조적인 경험을 통해 제가 배운 것은 FA컵은 우승하기에 정말 멋진 트로피지만 결승에서 패하면 정말 끔찍한 트로피라는 것이다. 2016년 결승전은 이전에 겪었던 실망감 때문인지 최고의 성과 중 하나로 느껴졌다. 결승전 당일 오전 9시경부터 각 팀의 호텔 밖에서 TV 중계가 시작되고 선수들이 버스에 오르는 모습 등 빌드업이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난다. 컵 대회 결승전은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선수 시절 결승전 수트와 같은 작은 손길을 좋아했다. 2016년에는 폴 스미스에서 제작한 유니폼을 입었고 피팅부터 유니폼을 입은 팀 사진까지 모든 것을 직접 제작했다. FA컵에는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마법과 전통이 있다.
토요일 결승전은 오랜만에 가장 큰 경기이자 몇 년 만에 찾아온 맨유의 가장 큰 경기라고 생각한다. 맨유는 맨시티의 트레블을 막을 기회를 잡았고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맨유에서 뛰면 1999년 팀의 전설은 항상 존재하고 트레블을 달성한 유일한 잉글랜드 클럽이라는 업적이 항상 회자되며 2008년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같이 큰일을 해냈을 때 항상 비교 대상의 기준점은 1999년이다.
FA컵은 맨유에 큰 의미가 있는 트로피고 2016년 이후 우승이 없기에 우승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맨시티는 최근 몇 주간 새로운 수준에 도달했다. 저는 이 칼럼에서 맨시티가 레알 마드리드를 박살 내리라 예측했고 맨시티는 숨 막히는 스타일로 제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맨시티 선수, 스태프, 서포터들에게 FA컵 결승전은 맨유만큼이나 중요하게 느껴질 것이며 흥미진진하고 팽팽한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갈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왠지 맨유가 이길 것 같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음, 에릭 텐 하흐는 약간의 도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의 전략은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맨시티가 뭔가 다른 일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무리뉴의 첼시 1기 시절 당시 유사한 전술을 시도할 것이다. 조 콜, 로벤, 더프와 같은 선수들은 첼시가 공을 소유하지 못했을 때 끝까지 돌아와서 수비하지 않고 첼시가 공을 되찾으면 바로 반격할 수 있는 위치에서 기다리는 전술이다.
우리는 항상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공격할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로벤은 어디 있지? 조 콜은 어디 있지? 누가 뒤에 있나? 그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떤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유는 래쉬포드와 먀샬을 이용해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다. 8명의 선수는 수비하고 2명은 역습 위치에 기다리게 한다. 그렇다면 맨시티는 다른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존 스톤스는 여전히 미드필더로 나와야 하나? 아니면 래쉬포드가 뛰어들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둘 것인가? 카일 워커가 높이 올라갈 것인가? 아니면 공간을 열어줄 것인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저는 맨유를 4-4-2 포메이션으로 구성하여 마샬과 래쉬포드를 최전방에 세우고 그 뒤에는 매우 견고한 미드필더를 배치하겠다. 중앙에 카세미루와 에릭센 또는 맥토미니, 양쪽에는 브루누 페르난데스와 프레드를 배치한다. 수비수 8명 사이의 거리를 좁게 유지한다.
축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8명의 선수로 좋은 블록을 구성하고 규율을 지키면 무너뜨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맨유는 최근 몇 년간 맨시티를 상대로 래쉬포드와 마샬을 앞세운 역습으로 몇 차례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내 방식대로 플레이하는 것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맨시티를 상대로는 위험을 감수하고 맨시티가 뭔가 다른 것을 하도록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박하면 맨시티가 벌을 줄 수 있지만, 그냥 물러서면 어차피 맨시티에 벌을 받을 테니 주도권을 잡고 뭔가를 시도하는 것이 어떤가?
물론 맨유는 홀란을 막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타이트하고 박스 안에서 공간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FW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홀란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아마도 유일한 경쟁자였을 것이다. 이번 시즌에 그가 기록한 골과 수준급 경기력을 보면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홀란과 마찬가지로 텐 하흐는 잉글랜드에서 멋진 데뷔 첫해를 보냈다. 맨유가 4위 안에 들고 컵을 하나 따고 또 한 번의 컵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팬들이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시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상황도 있다. 맨유가 FA컵 결승전엔서 라이벌인 맨시티에 패하고 시즌이 끝난다면 갑자기 멋진 시즌이 끔찍한 저점으로 끝날 것이다.
저는 1999년 당시 친구 집에서 맨유와 바이언 경기를 보고 있었다. 후반에 두 골이 터졌을 때 정말로 정신이 없었다. 당시에 "한 시즌에 3개의 우승컵을 거머쥐다니 정말 대단하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 또 다른 팀이 그 성과에 필적할 기회를 얻었고 바로 맨시티다. 두 팀 모두에게 엄청난 컵 대회 결승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