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마태오 13,47-53
오늘 우리에게 들려오는 주님의 경고와 질타의 목소리는 무엇입니까?
형제들이나 피정객들을 위한 식자재 마련차 가끔 밤낚시를 나갑니다.
작년 늦가을 10만원 내고 타는 배낚시 가서나 잡을 수 있는 팔뚝만한 녀석들이 폭풍처럼
입질하던 순간을 기억하며, 낚싯대를 드리웁니다.
아직 사이즈가 제대로 안 나옵니다.
손바닥 미만이 대부분이라, 조심스레 바늘을 빼고 놓아주며, 한 마디씩 외칩니다.
“더 자라서 오거라.”
“다음에는 엄마 데리고 와라!”
그러다가 가끔 후두둑 하는 손맛과 함께 월척이 올라올 때면, 얼굴이 환해집니다.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입니다.
갑자기 목소리가 커지고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그리고는 녀석을 조심스레 어망에 담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하늘 나라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하늘 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천사들이 나가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마태 13, 47-49)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으로 끔찍한 말씀입니다.
우리 인간을 향한 사랑과 자비로 똘똘 뭉친 예수님 입에서 나온 말씀이 어떻게 이렇게 소름이 끼칠 정도인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묵상해보니, 이런 스타일의 말씀조차 그 배경에는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과
자비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녀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부모가 있다면, 언제나 칭찬과 격려만 늘어놓지 않습니다.
자녀가 그른 길을 걸어갈 때, 죽음을 향해서 뛰어들 때, 아무리 경고하고 부르짖어도 들은 척 만 척할 때,
부모는 눈물을 머금고 강력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 강력한 진노와 경고성 발언조차도
우리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주님으로부터 오는 경고의 말씀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우리에게 건네집니다.
때로 형제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때로 엄청난 자연재해를 통해서, 나와 결코 맞지 않는 이웃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전혀 원치 않았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통해서...
오늘 우리에게 들려오는 주님의 경고와 질타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어디에서 오는지, 잘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