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달걀찜을 참 좋아한다.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집에선 그 맛이 안 나는지 달걀찜 맛있는 집을 발견하면 반가워한다. 경희대 정문 근처에 있는 도읍지도 그렇다. 점심 시간이면 뚝배기에 한가득 담겨 나오는 달걀찜에 밥 한 그릇 먹으러 오는 이들이 줄을 서고, 저녁 술자리에도 달걀찜은 빠지지 않는다.
대구·새우·오징어·두부 넣고 시원하게 끓인 해물잡탕이나 두부 김치, 닭도리탕 같은 고전적인 안주도 물론 인기 만점이지만. 이 집은 외관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정감이 넘치는 곳이다. 돌이나 나무로 바닥을 깔고 흙벽으로 되어 있으며 옛날 소품이 곳곳에 놓여 있다.
1, 2층으로 공간이 넉넉하고 깨끗해서 학교 모임이 있을 때는 도읍지가 늘 1순위로 꼽힌다.
회기역 뒷골목에 가면 파전집이 너댓 개 모여 있는데, 나그네 집은 30년 넘게 학생들의 청춘을 담아온 곳이다. ‘파전 한 접시에 막걸리 딱 한 잔’을 외치며 들어왔다가는 쉽게 일어서지 못해 결국 학생증 맡기고 간 일이 수두룩했었단다.
한양대와 고려대 앞에도 나그네 파전이 있는데 3형제 할아버지가 나눠 시작한 것이라고. 이 집은 예나 지금이나 매일같이 돼지고기와 비계, 식용유를 섞어 끓이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이 걸쭉한 기름이 파전을 속속들이 익히는데, 한번 입맛 들이면 식용유로 부친 전은 밍밍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팬에 대파를 꽉 채워 담고 오징어랑 새우, 조갯살, 고추를 깐 다음 뽀얀 반죽을 넣고 부친다. 마지막에 바로 푼 달걀물을 부어야 파전이 까실까실, 아삭아삭 맛있어진다고. 파전을 시킬 때는 골뱅이무침을 함께 시키는 게 단골들의 노하우다. 느끼한 맛과 개운한 맛이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한다.
메뉴 해물파전·왕동그랑땡·골뱅이·두부김치 6천원, 해물찌개 7천원, 막걸리 2천원
영업시간 오후 4시∼자정(명절 휴무)
주차 가능
문의 02-964-4415
3,홍학
한자로 쓴 간판 때문에 흔히들 중국집으로 오해하지만 샤브샤브와 만두전골, 딱 두 가지 메뉴만 한다. 샤브샤브 국물은 멸치·다시마·무 맛이 시원하게 살아 있는 한국식. 먼저 버섯과 부추 등 갖은 채소를 쏟아 넣고 살짝 익으면 건져 먹어 위에 준비 운동을 시킨 후 쇠고기를 데쳐 먹는다. 시원한 국물이 배어든 고기는 감칠맛이 나는 데다 땅콩 소스나 레몬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마무리는 홍학에만 있는 국수와 만두로 한다.
매년 4월이면 시골 할머니들이 갈무리한 쑥을 사다 빻아서 1년 내내 국수 반죽할 때 쓰는데, 그 덕에 향긋하고 쫀득쫀득하다. 주인장 시댁에서 빚는 방식 그대로 만든다는 만두는 부추와 양파, 쇠고기, 김치만 넣어 깔끔하다.
반찬은 몇 가지 안 되지만, 김장 때나 얻어먹던 배추속대와 김치속이 항상 입맛을 돋운다.
메뉴 샤브샤브 1만3천원(1인분), 만두전골 7천원(1인분)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일요일, 명절 휴무) | 주차 가능
문의 02-959-3084
4,녹원
어느덧 15년째에 접어든 이 전통찻집은 낡은 소파나 문짝·바구니 인테리어가 요즘 학생들에게도 잘 ‘먹히는’ 덕에 학생들이 수다떨거나 공부하러 오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록 미팅하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말이다.
주인장이 직접 담근 모과차와 새콤달콤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산수유차가 인기 메뉴다. 녹차는 경희대 졸업생 부모가 일구는 녹차밭에서 거둔 차를 쓰는데 시중가보다 싸게 팔기도 한단다.
봄이 오면 주인장은 매일같이 경동시장에서 딸기를 사 나르느라 바쁘다. 딸기 시럽이 아니라 진짜 딸기로 간 주스 맛이 인기 절정을 달리기 때문.
이 모든 메뉴가 2천원대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메뉴 우전·세작·중작 2천3백∼3천원, 딸기 주스 2천5백원, 각종 차 2천원대
영업시간 오전 10시∼자정(일요일은 오후 2시부터, 명절 휴무)
주차 불가능
문의 02-962-3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