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일요일(42km, 220km)
<아디다스 한강 마라톤 대회 후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매번 컨디션이나 몸 상태가 다르듯이
대회에 임하는 자세나 생각 또한 다르지 않을 수 없다.
4월 초부터 시작된 매주 풀코스 대회 참가.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이다. 이번 대회는 규모면이나 참가자의 질적인 면으로 볼 때도
메이저 대회로 꼽히는 큰 대회이다.
사실, 이런 대회를 참가하게 되면 자기의 몸 상태나 연습량과 상관없이
좋은 기록을 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나 또는 스스로 고무된 마음에
좋은 기록을 내고픈 욕구가 스멀스멀 머리에 맴도는 것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어차피 자신의 훈련 량과 몸 상태에 따라 기록의 한계는 정해진
바와 다름없기에 냉정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의 페이스에 의해 효과적인
레이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출발을 기다렸다.
정각 9시. 마스터스 초청선수들이 출발을 하고나서 5분 후쯤 출발을 했다.
풀코스 참가자는 대략 2000여명. 그렇게 많은 숫자라고 여겨지지 않지만
4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의 풀코스 참가자로서는 가장 많은 것 같다.
코스는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광주방향으로 시원스레 뻗은
도로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팔당호를 따라 달려서 광동삼거리에서
턴하여 돌아오는 코스이다.
4월 말의 날씨치고는 꽤나 쌀쌀한 기온이 마라톤을 하기에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갑게 느껴졌다.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목표기록은 대략 3시간 15분 정도. 가능하다면
10분 이내의 기록도 욕심을 한번 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km를 통과하는데 몸이 너무 무겁고 호흡이 답답했다. 속도가 빠르지 않는데도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연속된 풀코스 참가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달려갔다. 일단
5km까지는 이대로 달려보고 그 때 판단을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조정경기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큰 대로로 나가 5km 팻말을 확인하고 시계를
보니 21분 49초. 그렇게 만족할 만한 기록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몸 상태가
이 기록도 소화할 수 없는 컨디션이기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여하튼 속도를 조금 늦추어 달리니 많은 러너들이 추월해 나간다. 일단 내
페이스를 찾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에 리듬감을 살리면서 몸이 이완되기를
바랬다. 다음 5km 통과기록 22분 30초. 너무 실망스러운 기록이다.
21분 30초도 불만스러운데 22분 30초라니~~ 22분 30초로 처음부터 끝까지
달려야 3시간 10분 안에 겨우 들어올 수 있는데, 대회 초반인데도 겨우 22분
30초를 유지하니 후반에 24분이나 25분대가 나오면 오늘 3시간 20분 안에
골인하는 것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터벅터벅 달려가는데, 현월님이 나를 부르며 힘차게
앞으로 추월해 나간다. 나도 힘을 외치며 현월님이 가볍게 달려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니 너무나도 부드럽고 빠르게 달려가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다.
속도를 조금 늦추어 달려서인지 몸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는 것 같았다. 현월님
과의 거리는 50미터 정도~~ 그 이상은 벌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며 달리기
가 이어졌다.
그리고 14km 지점부터 조금씩 좁혀져 15km 지점 반환점에서 바로 뒤 쪽에
따라 붙을 수 있었다. 바로 뒤에 붙어 달리면서 추월을 할까 하다가 추월을
하면 힘에 버거울 것 같아 그냥 뒤 따라 가기로 했다. 그렇게 500미터 정도를
달리니 뒤 따라 가는 것 보다는 조금 앞서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현월님에게
힘을 외치고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100미터도 못 가서 현월님에게 추월을 당하고 현월님의 빠른 스피드에
뒤 쫓아 가기도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조금 지나 언덕이 나오자
현월님의 속도가 느려지고 다시 내가 추월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언덕에서는
내가 추월을 하고 내리막에서 다시 현월님이 추월을 하는 과정이 되풀이 되다가
20km 지점을 지나 3km 정도의 긴 내리막길에서 현월님이 빠른 속도로 달려
내려가 거리가 많이 벌어지게 되었다.
드디어 24. 5km 지점에서 반환을 하고 앞서가던 현월님이 급 수대에서 급수를
하는 사이 다시 내가 추월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대회에서 최대의 난코스
인 3km 정도의 긴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고 나서 후반 레이스에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몸도 풀리고 기분도 좋아지고~~ 속도도 꾸준하게 유지되면서 앞서간
주자들을 계속 추월하면서 가게 되니 레이스가 힘들다는 생각도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30km를 지나니 가느다란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땀에 젖은 몸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35km 지점을 지나면서 마지막 파워 젤을
먹고 남은 7km는 별거 아니라고 최면을 걸어본다.
37km 지점에서 소나무님에 힘을 외쳐주고 앞으로 나아갔다. 오늘 소나무님은
반환점을 도는 모습을 보니 컨디션이 무척 좋아 보였는데, 마지막에 힘에 겨운
듯 보였다.
이제 2km가 남았다. 작년레이스에서는 이 지점에서 100여 미터 앞에 가는
현월님을 추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달렸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1년이 지났고 오늘 또 그 지점을 지나고 있다. 오늘은 작년만큼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드디어 미사리 조정경기장으로 접어든다. 이제 남은 거리는 500미터. 작년
대회에선 500미터를 인터벌 속도로 달렸는데 오늘은 달려온 그 속도로
그냥 달려간다. 드디어 골인점이 보이고 마지막 100미터를 빠른 속도로
달려서 골인한다.
3시간 09분 49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에 스스로도 놀랐다. 역시 마라톤은
끝까지 다 달려봐야 알기에 초반의 예상기록이 빗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느려진 스피드는 스스로 보완해야 할 최우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중요대회에선 후반에 어떻게 레이스를 하던 간에 하프지점까지는
1시간 28분대에 달려야 하는데 30분 안에도 못 달리는 스피드를 어떻게
향상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튼 오늘 대회는 비교적 잘 달린 대회라고 여겨진다. 오늘의 대회를
교훈으로 앞으로도 꾸준하게 잘 달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기록 정리--매 5km>
21분 49초. 22분 30초. 21분 57초, 22분 13초, 22분 22초.
23분 10초, 22분 48초, 23분 12초. 9분 51초.
3시간 09분 4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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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4주연속 풀코스 달리기에도 기록이 너무 좋으시네요...아마도 4주연속 드신 오리와 닭들의 응원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좋은기록 축하드리고 담주에도 천리마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