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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인증제도 통폐합 방안에 ‘웹 접근성 품질 인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BF) 인증’ 등이 포함된 것을 두고 일부 장애인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불필요한 인증 비용을 줄여 기업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8월 제330차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범부처 인증제도 개선방안」을 수립했다. 여기서 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인증제도 209개 중 비효율적이거나 다른 인증제도와 유사한 41개 인증제도를 한국표준(KS)으로 통폐합하거나 민간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규제개혁 장관 회의 및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 회의'에서 1단계 개선방안으로 ‘이러닝 품질 인증’, ‘신뢰성 인증’ 등 9개 인증 통폐합을 완료했고, 2단계 개선방안으로는 산업계 현장 의견 수렴, 관계 부처 의견 조정 등을 거쳐 6월까지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5일 현재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에 의하면 각 부처에서는 통폐합이 필요한 인증제도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통폐합 대상에는 ‘웹 접근성 품질 인증’, ‘BF 인증’ 등 장애인 관련 인증제도도 포함돼 있어 이러한 통폐합이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성이나 정보 접근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아래 한시련)은 22일 성명서에서 “두 인증제도를 통폐합 범주에 포함하여 추진하는데, 이는 두 인증제도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한시련은 “BF 인증은 장애인이 각종 시설을 이용할 때 최소한의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인증하며, 웹 접근성 인증은 대부분의 정보 생산 및 유통이 이루어지는 웹 사이트에서 장애인이 최소한의 접근과 사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이트를 구축하고 이를 인증하는 제도”라며 “두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애에 대한 장벽을 높여 장애인을 고립시키려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장총련 또한 25일 성명서에서 두 인증제도의 통폐합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총련은 “BF인증의 대상은 각양각색의 건축물과 설비여서 KS를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웹 접근성 인증을 KS로 인증한다는 것은 가당찮은 발상”이라며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의해 방송통신표준(KCS)의 적용을 받는 웹사이트를 「산업표준화법」에 의한 광공업품에나 적용하는 KS 방식으로 인증한다는 발상 자체가 희극”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장총련은 두 인증제도의 실적이 저조한 점을 비판하며 정부에 “인증제도의 폐지 또는 인증 방식 변경을 모색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인증 영역을 확대하고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증의 법적 지위를 임의인증에서 의무인증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