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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무여스님
진일심춘불견춘 망혜편답롱두운
盡日尋春不見春 芒鞋遍踏壟頭雲
귀래우과매화하 춘재지두이십분
歸來偶過梅花下 春在枝頭已十分
진종일 봄을 찾아 다녔건만
봄은 보지 못하고
짚신이 다 닳도록
언덕의 구름만 밟고 다녔네
집에 돌아와 무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
아뿔사 봄은 매화가지에
이미 무루 익었구나
#무명비구니
어떤 사람이 봄을 찾아 나섰습니다.
봄은 희망이요, 꿈이요, 포부입니다.
한 겨울 동안 움츠리고 답답하던 가슴을 활짝 열고 기분 좋게 나섰습니다.
하루 종일 산 넘고 강을 건너고 들길을 걸어 이 곳 저 곳을 찾아 헤맸습니다.
짚신이 다 닳도록 산 위의 구름을 따라 다녔습니다.
그러나 봄을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허탕을 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 왔습니다.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 매화향기가 진하게 났습니다.
고개를 들어 매화 가지를 쳐다보니 연분홍 매화꽃이 움트기 시작하였습니다.
종일토록 찾아도 찾지 못했던 봄을 집에 돌아와서야 한껏 느꼈습니다.
봄이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도 옮기지 않은 자기가 늘 살고 있는 자신의 집 안에 있었습니다.
의미가 깊은 시(詩)입니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행복을 찾아 밖으로 헤맵니다.
여우처럼 온갖 수단 방법을 다해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서 몸부림칩니다.
돈이나 명예나 권세를 얻으려고 하는 것도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갖고 가정을 갖는 것도 물론 행복을 위해서 입니다.
자신의 일에 빠지고 창작에 열중하는 것도 행복을 찾아서입니다.
출가수행도 행복을 위해서고,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도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그리하여 불교의 이상 경지인 성불이
나 지극한 도(至道)나 열반은 진정한 행복을 상징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자기 집안에 있는 봄을 모르고 멀리 찾아서 헤매듯이 행복이라는 봄도 밖에서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자기를 떠난 그 어디에도 행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행복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마음을 떠나서는 어디에도 행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心外無法)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보고 바로 느끼면 됩니다.
찾는 데는 공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열반경에서는 소를 잡던 백정이 그 자리에서 칼을 내동댕이치며 "나도 부처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렇듯 어디에서든 무슨 일을 하든 한 순간 바른 생각을 가지면 누구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수승한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입니다.
#무여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