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8일 만에 이국땅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만 베트남 신부의 애처로운 사연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코리언드림에 부풀어 있던 스무 살 신부의 목숨을 앗아간 당사자는 27살 연상의 신랑이었다. 심각한 정신 이상 증세를 가진 신랑이 환청상태에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딸의 주검을 부여잡고 피울음을 쏟아내는 부모의 모습에서 멀지 않은 과거 속 우리를 보게 된다.
우리 역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땅을 동경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실제로 이 땅의 많은 누이들이 국제결혼을 빈곤 해결의 묘책 삼아 이국 땅을 향해 날아갔던, 베트남 신부와 비슷한 과거지사가 우리에게 있는 게 사실이다.
탓티황옥의 변고가, 그 부모의 단장의 슬픔이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오래 전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일본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한 지독한 행적에 분개하며 치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미군 병사에게 살해된 기지촌 출신의 윤금이 사건이나 미군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효순 미순사건 때문에 국민들의 반미 감정이 극에 달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렇지 않아도 베트남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일들이 적지 않은 우리다. 실제로 베트남은 어두운 과거 때문에 우리에게 앙금을 갖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21세기 경제대국임을 자처하면서 허울과 위선 속에 갇혀있는 우리의 야만성을 들킨 것 같아 씁쓸하다. 아직도 베트남의 어느 도시는 도시 입구에 월남전 때 얼마나 한국인들이 잔인했는가를 기록해 놓고 치를 떠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데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땅에 시집왔다가 피어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은 베트남 신부가 '탓티황옥' 말고도 여럿이었음을 생각하면 염치를 챙길 염조차 없다.
이번 사건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에게 적개심을 갖게 될까봐 걱정이다. 캄보디아의 경우 한국인 남성과의 만남 자체를 법으로 금지할 만큼 정제되지 못한 국제결혼에 따르는 폐해는 만만치 않다.
77년 미국 유학 당시 그곳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눈물겹게 고생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 때 그 모습이 아마도 지금의 베트남 현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을 대하는 미국의 모습은 지금 우리와 너무 달랐다. 우선은 법으로 일관된 공평함이 유지되도록 했고 합리적인 사고로 이국인을 대했다. 대체적으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용광로 정책을 기저를 이루며 미국의 위대한 면모를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오늘 날은 미국을 비롯한 우방의 원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스로의 성실한 노력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들의 적극적인 후원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효한 카드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빈곤국 국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반성의 여지가 많다.
특히나 지구촌 도움에 의지했던 대한민국의 과거지사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도움을 주는 나라로 된 지는 얼마 안된다. 그런 우리가 불운했던 시절을 망각한 채 어려운 처지의 이국인들에게 거드름이나 피우고 안하무인 격인 태도를 보이는 건 부끄러움을 넘어 실망스럽다.
누구보다 그 아픔을 잘 알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공감하고 더 잘해줘야 하는데도 ‘시집살이에 시달렸던 며느리가 더 지독한 시어머니가 되는’ 행태는 비난 받을 만하다.
마틴루터 킹 목사는 일찍이 인간은 그가 가지고 있는 실력으로 그 가치가 판단되고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피부 색깔이나 출신 성분, 사용하는 언어 등이 한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 대상이 누구건 차별이 있어서도 안된다고 했다. 아이가 됐건 여자가 됐건 노인이 됐건 장애인이건 외국인이건 예외없이 존중받는 인격체로 예우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연하고 옳은 말이고 우리가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라는 생각에서 다시 한번 새겨보았다.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사회의 특성 상 내부의 소통이나 단합 측면에 있어서는 뛰어남을 보이는 우리다.
하지만 21세기 화두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이나 포용능력 발휘는 취약하다. 배타적 관성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시급한 화두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통합과 소통의 주무기 역할을 해내는 미국의 용광로 정책은 우리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보완제가 될 수 있다. 미국으로서도 아프리카 흑인 혈통의 대통령을 만들어 낸 저력으로 다시한번 세계 제패의 꿈을 모색하려면 용광로 정책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런 문제점들을 타결하고 하루 빨리 세계로부터 존경받고 인정받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특히 한국인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고인과 그 유가족에게 무릅 꿇고 사죄를 올리는 바이다. (2010. 7.17)
...홍문종 생각
첫댓글 공감 합니다...
머리숙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문화 가족을 새롭게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구요 고인의 명복을...
얼마나 살기힘들어서면 아버지같은 사람에게 20살 꽃다운 나이에. 부끄러운 일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빔니다...
고인의 명복을 기원드립니다...하루빨리 국제결혼에 대한 국가 정책이 필요 하군요..무분별한 결혼중개 회사들의 이익으로 인해 성의 없는 정보와 허위정보를 통해 국제 결혼을 중개하는 제도에 대해 철퇴를 가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뉴스를 보고 놀랬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문화 가족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힘으로 ....
국가적인 책임감 통감하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