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S의 추억
"우째 이런 일이…"
누구나 한번 쯤 들어봤을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은 2015년 11월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제1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도동계 최고의 측근인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 아들의 대입 부정 사건이 터지자 "우째 이런 일이…"라고 탄식했다.
걱정, 탄식, 위로가 뒤섞였으면서도 재치있게 상황을 정리한 이 말은 당시 시중에서 크게 회자됐고
지금도 중장년층들이 종종 쓰는 유행어다.
◆ 말실수도 유머로 승화시킨 대통령
김 전 대통령은 평소 말실수가 잦았다.
김 전 대통령은 "공정한 인사를 해서 부패 인사를 척결하겠습니다"를 "공정한 인사를 척결하겠습니다"라고
잘못 말하거나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결식(缺食)아동'을 '걸식(乞食)아동'이라고 재차 잘못 말하는 등
여러 말실수 사례를 남겼다.
루마니아 독재자의 이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를 잊어버려 회의석상에서 '차씨'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말실수를 부끄러워하거나 변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치있게 자신의 실수를 유머로 승화시켰다.
그는 "이래야 분위기가 덜 딱딱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고 한다.
말실수마저 유머로 변모시킬 정도로 타고난 유머의 소유자였던 김 전 대통령은 뜻밖의 상황에서도
주위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내곤 했다 .
한번은 정치적 맞수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유세 기자회견을 열자 승부욕 강한
김 전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기자회견 자리를 급조했다.
기자회견을 열긴 열었는데 딱히 할 말이 없던 김 전 대통령은 모여든 취재진에게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DJ는 나한테 늘 담배를 얻어 피우던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중대선언이라도 하듯 진지하게 말하는 그의 말에 취재진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경상도 사투리 발음도 한몫했다. 많은 사람이 '학실히(확실히)' '씰데(쓸데)없는 소리'
'이대한(위대한) 국민 여러분' 등 김 전 대통령의 친근한 사투리를 따라 해 개그로 삼기도 했다.
◆ 'YS는 못말려' 유머집, 베스트셀러 되기도
김 전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화법과 재치는 권위적이었던 이전 군 출신 대통령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었다.
1990년대 초 출간된 정치 풍자 유머집 'YS는 못말려'는 이를 잘 보여준다.
출간 한 달 만에 35만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이 책에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여러 일화, 그를 소재로 한 콩트가 많다.
김 전 대통령이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만나 건넨 첫 마디는 "이게 누꼬".
통역은 '당신은 누구냐'라는 뜻의 "후 아 유(Who are you?)"라고 통역했다.
클린턴은 갑자기 당황했고, 훗날 통역을 맡았던 박진 의원에게 김 전 대통령은
"경상도에서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이게 누꼬'라고 한데이"라고 했다.
"니 깅상도 말 배아라"는 말과 함께.
책에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 국정원)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안기부의 정치공작을 막기 위해 안기부법을 대거 개정했다.
안기부의 기구를 축소하고 안기부장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기자들이 "안기부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통상적인 관례였는데
불참토록 한 이유가 뭡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몰라서 묻나? 장관들이 대통령과 회의하는데 부장이 어떻게
자리를 차지하노? 국장도 이 자리에는 못 끼는데"라는 재치있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책에 'YS의 오른팔'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대목은 그야말로 콩트의 한 장면이다.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당선되자 자기가 'YS의 오른팔'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이가 많았다.
심기가 불편해진 김 전 대통령은 그중 한 사람을 불러
"니가 내 오른팔이라고 떠들고 다닌다지?"라고 물었다.
그러자 오른팔을 자처한 사람은 얼굴이 빨개져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아니다. 니 내 오른팔인 거 맞다. 근데 니 내가 왼손잡인 거 아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스위스 은행에 비밀 계좌를 가진 한국 정치인이 많다는 소문이 나돌았을 때의 유머도 있다.
정치인 비밀 계좌 소문에 화가 난 김 전 대통령은 비서관들을 불러 사실 여부를 따져 물었다.
비서관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김 전 대통령은 개탄스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솔선수범해야 할 정치인들이 이 무슨 개망신이고. 참, 궁금한 게 있는데 스위스 은행에서도
전기요금이랑 전화요금 받나? 니 모르나?"
풍자와 유머로 가득한 'YS는 못말려'는 제2공화국이 붕괴된 이후 32년 만에 구성된 민간 정부,
김영삼 정부 당시의 탈권위적 사회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 의도하지 않았던 YS식(式) 유머 혹은 정색
친근하면서도 직설적인 김 전 대통령식(式) 화법은 그가 해외 정상들과 만났던 외교 자리에서도
어김이 없었다.
1993년 클린턴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좌우명 '대도무문(大道無門)'을 붓글씨로 써서 클린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대도무문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걸어야 할 바른 길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이다.
휘호를 받아든 클린턴 대통령이 뜻을 묻자 박 전 의원은 "정의로움은 모든 장애물을 극복한다
(Righteousness overcomes all obstacles)"고 통역했다.
이에 클린턴 대통령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박 전 의원은 "고속도로에는 요금 정산소가 없다
(A freeway has no tollgate)"고 덧붙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제야 휘호의 뜻을 이해했다고 한다.
박의원은 1994년 1차 북핵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김 전 대통령은 백악관과의 '핫라인'을 가동해 클린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두 정상 간 첨예한 이견이 오고갔고 김 전 대통령은 평소 화법대로
"이게 무슨 동맹이란 말이가"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 말을 "어떻게 우리가 이 관계를 건전한 동맹관계라고 할 수 있겠는가
(How can we describe our relationship as a sound relationship)"이라고 순화시켜 통역했다고 한다.
1995년 김 전 대통령이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일갈했을 때 이는 "일본의 나쁜 습관을 고치겠다"로 통역됐다.
◆ YS어록
♤ 1979년 국회의원 제명 당시
“순교의 언덕, 절두산을 바라보는 이 국회의사당에서 나의 목을 자른 공화당 정권의 폭거는
저 절두산이 준 역사의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 1983년 가택연금 중이던 YS, 단식농성 후 입원중 "단식을 멈추고 해외에 나가라"는 권유에
"나를 시체로 만들어 해외로 부치면 된다"
♤ 1990년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당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과 전격 3당 합당을 결행하며
"호랑이 잡으려고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
♤ 1993년 3월 취임 10일만에 군부내 정치세력인 하나회를 기습적으로 해체하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릴 수 밖에 없다"
♤ 1993년 국립중앙박물관 철거 발표 후당시 김종필 민자당대표가 중앙홀 보존을 요청하자
"씰데없는 소리!"
♤ 1993년 8월 금융실명제를 극비리에 추진,깜짝 발표 후 측근들에게
"놀랬제?"
♤ 1993년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며
“추석 때 떡값은 물론 찻값도 받지 않을 것이다.”
♤ 1993년 최측근인 최형우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 아들의 대학 부정입학설이 불거지자
“우째 이런 일이~”
♤1993년 경제5단체장 회식에서
“아직도 골프를 열심히 치십니까.”
♤ 1994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지지율이 90%를 넘을 때는 너무 높아서 어지럽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민주국가에서는 반대도 있을 것이니,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 1994년 성수대교 붕괴 관련 대국민 특별담화
“국민 여러분의 참담한 심경과 허탈감, 정부에 대한 질책과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
대통령으로서 부덕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 1995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서 일본 정치인의 과거사
망언에 대해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 1999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회동에서
“국민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 2001년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를 평가하면서
“아버지와 딸은 다르다.”
♤ 2003년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 중단을 종용하면서
“나도 23일간 단식해 봤지만, 굶으면 죽는 것은 학(확)실하다.”
♤ 청와대에서 지낼 때도 조깅을 거르지 않으며 평소 지론처럼 해온 말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못 빌린다"
◆ YS의 실수담 모음
♤ 서울 구로 지역의 한 초등학교 방문시
'결식 아동'을 '걸식 아동'이라고 말해 아이들을 순식간에 거지로 만들어버림
♤ 제주도를 국제적인 ‘강간도시’로(관광을 잘못 발음한 말) 만들겠다.
♤ ”세종대왕은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었다."
♤ "나는 공작정치의 ‘노예’였다." (노예->피해자)
♤ "저는 대통령이 되면 강원도의 ‘아름다운 지하자원’을 개발해"
→옳은표현 "아름다운 관광자원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개발해"
♤ 어느 기자회견
대만의 이등휘 총통이 보내온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대만의 이붕 총리가...."
당시 중국의 총리가 이붕이었음.
당황한 측근이 귀엣말을 건네자 결국 이등휘도 아니고 '이등 총통'으로 정정함
♤ 어느 회의석상
루마니아의 독재자였다 민중에 의해 처형된 차우세스쿠의 이름을 몰라 계속
'차씨'라고 발언 →모르면 아예 말을 꺼내지 말 것이지
♤ 전봉준 장군 고택을 다녀오며
"정몽준 장군(대한 축구협회장, 현대 회장) 고택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 제주도 방문 시 계속 거제도라 말하여 빈축
♤ 전경련회장단과의 조찬 모임 시 '경부고속철도'를 '경부 고속도로 철도'라 하여
그들을 즐겁게 해 줌
♤ 올림픽 출전 선수들 격려차 태릉 선수촌 방문
♤ 황영조의 이름을 하영조로 계속 부르고, '이진삼' 체육부 장관을 체육회장이라고 함.
→갑자기 썰렁해지면서 선수들 사기가 오히려 떨어졌다고,,,
♤ 우리나라가 최용수의 ‘페널티킥’으로 올림픽 진출을 확정 지은 후,
김영삼의 축하전화 통화장면이 전국에 TV로 방송되고 있는데 김영삼 왈;
"코너킥을 잘 찼어요" 최용수는 뭐라 답변을 못하고 무척 당황해 했다.
※전국 시청자들의 반응 “이런,,,, 제기랄, 나라망신이네,,,ㅉㅉ”>
♤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 김영삼 왈: 노벨상의 가치가 떨어졌다.
→김영삼은 특히 김대중과 관련된 일은 무조건 험담을 한다고 함.
(라이벌의식과 콤플렉스 때문에,)
♤ 박정희의 생가에 다녀 오는 길에
"지금 박정희 대통령 '상가'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 세종대왕 기념 행사에서
“한글을 창제하신 위대한 이순신 장군…”을 연발하는가 하면
♤ ‘우루과이라운드’를 ‘우루과이 사태로’,
♤ 일본 ‘리쿠르트 뇌물 스캔들’을 ‘요쿠르트 사건’으로
♤ 복모음 발음을 못해
‘제주 관광특구’를 ‘제주 강간특구’로 발음하기도 했다.
♤ 외무장관을 애무장관, ㅋㅋㅋ.
♤ 1992년 민자당 중앙 정치 교육원 연설
"20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과 수교를 한 것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중국 인구가 아무리 많다지만 설마 20억까지야>
*조깅 축구는 잘 한 모양이나 골프는 여~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