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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드디어 문이 열렸다.
천국의 문이.
편견과 오점, 상처와 좌절이 들끓는 세상 한가운데서 그들이 찾아낸 안식처.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지독한 모래바람과 살을 데이게 만드는 태양열로부터 고갈된 몸둥이를 재생시켜줄 기적의 장소.
땅의 진정한 천국.
파라다이스 언더월드.
미국유학
도중 돌연 귀국한 타이.
전재산을 털어 전여관이었던 건물을 매입했다.
2층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1층을 일반클럽으로 전환시켰다.
넘치는 센스와 탁월한 영업능력 덕분에 어려움없이
자리를 잡은 파라다이스는 곧 심심치않은 수입과 유명세를 안겨주었다.
워낙 사람이 좋은데다 사리를 알고 겸손해
백업(backup)을 자청한 이들이 줄을 섰었는데 그중 시전체가 꺼리는
조직의 우두머리도 끼어있었다는 루머가
돌았으나 정작 본인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획기적이고 야심찬 계획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버려진 창고와 다름없던 지하실을 개조하여
비밀클럽을 짓는 것이었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칠 무렵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표한 이래 그 값을 톡톡히 치룬 한명의 게이로서
같은 고통을 나누는 동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사에 착수했다.
땅을 깎아 스페이스를
넓히고 천장을 비롯한 모든 벽마다 방음장치를 했다.
파라다이스의 것보다 두배가 넘는, 중앙에 설치한 무대 위에는 ‘I’m proud of who I am.’ 이라는 짧은 영문을
새겼다.
철저하고도 엄격히, 그리고 완전히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했으므로
국내를 두발로 뛰어다니며 끌어모은 게이들과 일을 했다.
파라다이스 언더월드는 그렇게 세워졌다.
게이의, 게이에 의한, 게이를 위한 지하낙원.
그 누가 알겠는가.
시멘트 바닥을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사람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자신들의 발밑에서 똑같이 독한 술을 들이키며 똑같이
열광의 밤을 즐기는 queers.
파라다이스 언더월드로 입장 가능한 유일한 길은 이제는 쓰레기장으로 변모한
공터와 마주한 빌딩의 뒷문뿐이었다.
휑하고 기분나쁜 그곳을 얼씬거리는 인간들이 없으니 시선을 피하기에 제격이
아닐수 없었다.
클럽 안의 후끈한 공기가 거침없이 피부를 뚫고 들어왔다.
귓고막을 세차게 두드리는 뮤직이 가득한 공간.
눈부시도록 화려한 각양각색의 조명이 뿜어내는
빛들이 정신없이 얽히며 동공을 뒤덮어오는 가운데
격렬히 몸을 흔들며 넘실대는 남자들이 보였다.
누구인가.
하나같이 팔 안쪽에 죄의 문양을 달고 자신들을 거부하는 현실속에서 설곳을 찾지못한채 쫓기듯 도망쳐 목마름을 채워줄 물을
찾아 여기로 몰려든 저들은 누구인가.
“어때?
죽이지?”
같은 남성의 손을
잡고 같은 남성과 입을 맞추고 같은 남성과 사랑을 하며 같은 남성에게서 욕정을 채우는.
“감각이
대단한데? 타이형 솜씨야?”
“새
애인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래. 만난지 얼마 안 되었고.”
“이제
자리 잡을때도 되지 않았나?”
“야,
말도 마. 너 없는동안 세명이나 갈아치우셨어, 그 연세에.”
“하하하!”
자신들을 사회는
게이라 부르고 있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쏠린 수십명의 눈들이 무대를 지나쳐 구석의 바(bar)로 직행하는 네사람을 주목했다.
지운을 알아본 몇명이 손을 흔들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기도 했다.
“제일
센걸로 돌려!”
수의 주문에 지운과
악수를 나누던 바텐더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이
오수님께서 오늘 너희들을 대접하겠어.”
“재정에
무리가 가지않을까요, 백수님?”
가차없이 치고들어오는
유성의 비아냥거림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림으로 면역성을 발휘한 수.
의자에 앉아 아직도 클럽안을 두리번거리며 탄성을 자아내고있는 지운을 뒤에서 꼬옥 안았다.
“우리 베이비벗(baby butt)이 한국남자로서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왔는데 빚을 내서라도 내가 모셔야지.”
“오수,
이 자식!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만져보지 않아도
뜨겁게 달아올랐을 것이 뻔한 지운의 안면이 찌그러진 캔처럼 일그러지는 모습에
유성과 태하가 웃음을 터뜨렸다.
‘베이비벗(baby butt)’ 은 수가 고등학교 입학식날 지운을 처음 봤을때 갓난아기의 엉덩이같이 뽀얀 그의 볼따귀가 부러워
자기 멋대로 지어낸 별명이었다.
사내자식의 자존심에 칼질을 해도 분수가 있지 않느냐며 한사코 수를 말리던 유성과 태하조차 지운과 가까워진후
그 보들보들한
피부에 매료되어 한동안 ‘베이비벗(baby butt)’ 노래를 불렀다.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의 입장을 고려하여 가끔 자제하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눈에 불을 키고 펄쩍펄쩍 뛰는
본인의 의견은
언제나처럼 모두에 의해 무시되었다.
“수고했어.”
품안에서 발버둥치는
지운의 뒤통수에 짤막하고 시원스러운 입맞춤을 날렸다.
시도때도없이 닥치는대로 입술도장을 찍어대는 일은 수의 타고난 애정표현이었다.
그리 신경쓰지않는 태하와 달리 지조를 지킬 것을 강조하는 유성은 입에 거품을 물며 도망다니기 일쑤였다.
“전쟁터에서 싸우고 왔냐? 대단한거 아니야. 남들 다 가는데...”
“고맙다고,
임마.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어느새 진지한
톤으로 말을 이어가는 수의 숨속에서 안도감과 죄책감이 교차했다.
양어깨에 둘러진 그의 단단한 팔을 쓰다듬으며 지운이 입술을 끌어올렸다.
오늘밤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선택의 대가.
가족을 잃어버렸다.
피로서 모든것을 공유하던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힘내,
지운아. 언젠가는 용서하시겠지.”
허나 그것이 세상의
끝이라 누가 그랬던가.
자신에게는
아직도 친구들이 남아있었다.
피보다 진하고 끈적한 우정으로,
게이라는
결코 평범치않은 이름 아래 곁을 지켜준 그리고 지켜줄 그들이 있었다.
“안
하셔도 상관없어.”
시야 가득한 혈육들의
마지막 모습을 가슴의 저 끝바닥에 묻어버렸다.
“너희들이
있으니까.”
테이블 위로 가지런히
놓여진 잔들을 하나씩 집어들었다.
“마시자.”
공중에서 네개의
술잔이 부딪쳤다.
“채지운의
컴백을 축하하며... gay forever!”
파라다이스 언더월드의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사정을 알고있던 이들이 다가와 권하는 술을 마다하지 않고 마시는 바람에
취할대로 취한 지운이 웃통을 벗어던진 것은 아주 오래전.
제법 청년답게 틀이 박힌 몸과 고동빛 살갗이 천장에서 랜덤으로 쏘아대는 레이저가 훑고 지나갈 때마다 후광을 뿜어내었다.
한끼에 라면 6개를 해치워도 살이 붙지않는 저주의 DNA를 원망하던 시절이 바로 어제처럼 느껴지건만.
“많이
늘었어, 신군. 그동안 연습좀 했나봐?”
DJ백제가 그를 위해 브리트니 스피어스 스페셜 리믹스를 틀어대고 있는 가운데 클럽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남정네들을 물색하는 수와 태하가
보였다.
“나
원래 잘 춰.”
파언댄스배틀에서
‘퀸’을 석권한 경력이 있는 지운이 자신과 마주선채 음악을 타는 유성의 목을 잡아끌고 말했다.
“웃기시네.
두 곡 지나면 파김치 되던게.”
“너야말로
웃기지마라. 말해두지만 이번 퀸은 내가 접수했어.”
“도전을
받아들이지.”
지운의 곁에는
항상 유성이 있었다.
고등학교때부터
그래왔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그의 옆자리는 유성의 것이었다.
베스트 자리를 빼앗겼으니 손해배상청구 하겠다는 태하도 지운이라면 돌이 떡이라 해도 믿을만큼 180도 달라지는 유성녀석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 그것으로 마음을 달래는 중이었다.
“녹슬지
않았어.”
지금 이 순간에도
둘은 함께 하고 있었다.
만취상태로 휘청거리는 지운을 지탱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허리돌림이...”
귀에서 바로 느껴지는
유성의 목소리에 그와 이마를 맞대고있던 지운의 입술이 곡선을 그리면서 올라갔다.
“이건
맛보기야.”
그들의 동작이
멈추었다.
서로에게 꽂힌
시선이 흔들림없이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정지한듯한 시간이 곧 태엽을 거꾸로 돌리며 옛날을 회상시키기
시작했다.
너무 긴장해서 오줌 쌀뻔 했던 타이와 타투남과의 인터뷰.
생일날 소주 한병 비우고 기절한 상태에서 새겼던 문신.
떨리는 마음 부여잡고 파언 첫방문한
날 게이가 한명 늘었다며 환호하던 사람들.
억지로 떠밀려나갔다가 먹은 댄스배틀 퀸.
그리고...
유성이 가져간 자신의 처녀성.
음악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잔잔히 흐르는 유성의 밤색 눈동자를 말없이 지켜보다 이내 그의 손을 잡아 이끄는 지운.
무대 위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남자들 사이를 헤치고나가 바(bar)를 지나쳐
코너를
돌자마자 나오는 길게 늘어진 복도를 따라 걸었다.
중간중간 설치해놓은 붉은색 조명들이 쏟아내는 열 때문인지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치솟는 온도에 기도가 턱 막혀왔다.
장마직전을 연상케하는 덥고 눅눅한 공기가 비닐처럼
땀구멍을 덮어 막는것 같았다.
그럼에도 늦춰지지않는 지운과 유성의 발걸음.
축축한 습기와 끈적거리는 열기.
인간의 불쾌지수 상승요소?
Fuck that.
자신들은 사랑한다.
후덥지근하고 사내들의 비릿한 땀내음 가득한 이곳을 사랑한다.
“어이,
채지운!”
복도의 끝이 나타날
무렵 벽에 붙어있는 조그만 부스(booth) 안에서 팔 하나가 쑥 튀어나왔다.
“오랜만이다.
어땠냐?”
“지낼만
했어요.”
“자식.
몸짱이 되서 왔구나. 눈빛도 달라졌어. 역시
사내라면 군대를 가야해.”
책상과 의자가
간신히 들어맞는 공간.
손바닥
크기의 선풍기를 강으로 틀어놓고 사무를 보는 알렉산더의 여전한 모습에 지운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8번방이야. 요놈들이 기어나올 생각을 안하네. 벌금을 올려야겠어.
너네들이 가서 쫓아내버려.”
탁상시계를 확인한후
얇다란 노트를 펼친 그가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며 물었다.
“콘돔은
몇개?”
“두개...
아니, 세개요.”
재빠르게 대답하는
유성을 지운과 알렉산더가 입을 벌린채 바라보았다.
“젊다고
유세하는거냐?”
“알잖아요,
형.”
“알기는
뭘 알아, 임마!”
요즘 것들이 더
무섭다-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책상서랍안 수북히 쌓인 콘돔더미 속으로 손을 쑤셔넣은 그.
유성의 주문보다 하나 더 많은 4개를 건네주면서 윙크를 해보였다.
“특별서비스.”
이상야릇하게 틀어지는
지운의 안면과 이게 웬 떡이냐 얼른 그것들을 받아 뒷주머니에 찔러넣는 유성의 행동은 참으로
대조적이 아닐수 없었다.
“좋은
시간 보내라.”
이곳 ‘Hall of Love’는 모두에게 있어 매우 특별한, 필수적인, 교제의 자리였다.
아늑한 방안에서 아늑한 붉은빛 조명 아래 육체적 교제를 마음껏 나눌수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만원을 기록했다.
365일 기가 마구 솟구치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눈치보며 여관 들락날락 거리지 않아도 되고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식구들 생각에 마음 졸일 필요가 없으며
혹여 이웃이 들을까 미련한 걱정없이 마음껏 교성을 내지를수 있는 안전이 보장된 침대 위에서
질릴때까지 사랑을 나누는 것만큼 그들이 갈망하는게 또 있을까.
왼쪽에는 홀수번호가, 오른쪽에는
짝수번호가 새겨진 방들이 주욱 자리한 좁은 복도를 걸어내려가는동안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신음소리가 사정없이 귓가를 자극함에 바지속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낀 두사람의 걸음이 빨라졌다.
“야,
오늘 정말 다 쓸거야?”
“왜,
채지운. 자신 없어?”
“아니.
너가 걱정되서 하는 소리지.”
순간 한쪽 눈썹을
설악산만큼이나 치켜세우는 유성.
마치 지운의 손에 뒤통수를 가격당한 것마냥 멍청한 표정을 지어내기까지 했다.
예전같으면 자신의
이런 능글맞는 물음에 당황하거나 욱하고 성질을 낼 녀석.
그런데 지금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되받아쳐오는
꼴이라니.
“요즘
군대에서 말발도 키워주는 모양이구나.”
8이라는
숫자가 대문짝하게 달린 방문을 부술세라 두드려댔다.
‘Hall of Love’를 찾는 손님중 열의 아홉이
술이 떡이 되어 들어오는 경우가 잦았고 그 결과 방을 잘못 찾아 엉뚱한 파트너와
볼일을 보는 민망한 사태가 비일비재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재앙을 막고자
(숫자라도 크게 써붙이면 그나마 확인은 하고 들어갈까 해서)
애쓴 타이의 몸부림이
돋보임이었다.
“우리차례야!
빨리 나와!!”
건너편에서부터
쿵쾅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속옷 어디갔냐, 바지가 없어졌다 등등 작은 대화가 오가더니 대충 박스만 걸친 또래의 남자들이
옷을 둘둘 말아 옆구리에 낀채
서둘러 나왔다.
게중 한명이 지운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인사를 나눌새도 없이 유성에 의해 방안으로 던져지고.
“내가
걱정되신다?”
쾅 하고 문이
닫혔다.
놀라운 빛의 속도로
셔츠와 손목시계를 벗어제껴 침대옆 탁자 위에 휙 던져버린 유성.
곁에서 느릿느릿 바지의 벨트를 풀기 시작하는
지운의 두팔을 낚아채어 벽으로 밀어붙였다.
잠시 놀란 기색을 내비추는 동그란 눈동자.
하지만 금새 무구함을 지워버린 검은 행성을 들여다보며 유성은 고도의 흥분감을 느꼈다.
이 녀석은
알까.
차마 입밖으로 꺼내기 부끄러운 두글자가 팔에 새겨진 문신처럼 자신의 가슴속 깊이 묻어있다는 사실을.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옴짝달싹 못하게된 지운의 손목을 더욱 세게 쥐고 한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왜
이렇게 뜸을 들여?”
키가 한뼘이 작은
주제에 무시할수없는 도도함을 풍기며 조용히 물어오는 지운의 눈가 가득 색의 강물이 물결쳤다.
“그래야
더 맛있으니까.”
“....................”
위험스레 이어지는
뜨거운 호흡이 술내음과 뒤섞여 그대로 서로의 살에 전해졌다.
“더
끈적거리니까...”
그들의 입술이
닿을듯 말듯 가까워졌다.
“말해봐,
채지운... 내가 그리웠어? 그리워서 미치는줄
알았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유성의 하얗고 고른 이 뒤에 숨은 분홍빛 혀를 보는 순간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강한 스파크가
아랫도리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올라와 뇟속을
침투했다.
참을수없어 대답대신
그의 입술을 향해 돌진했지만 그런 자신을 놀려먹으려는지 잽싸게 후퇴해버리며 실실 쪼개는 유성을
가는 눈으로 흘겨보았다.
“보여줘.”
“뭘?”
“내가
필요했을때 어떻게 했는지... 설마 나랑 한 약속을 깨버리지는 않았겠지?”
(가끔가다
하고 싶어질때가 있으면 참는다. 참아도 안 되면 혼자 해결한다. 혼.자. 해결한다.)
지운의 모든 신경이
흥분과 희열로 달아올라 몸부림쳤다.
“얼만큼
보기를 원해?”
“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때까지 결박되어있던 손목이 풀어졌다.
여전히 얼굴을 들이댄채로 숨을 한번 들이마셨다 내쉰 유성.
눈을 내리깔아 지운의 배꼽 아랫부분을
주시했다.
장난기 맴돌던 미소는 실종된지 오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남자들의 교성이 적나라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술기운이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게된 진지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벨트를 마저 풀고 지퍼를 내렸다.
자신의 동작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주워담는 고요한 동공.
항상 궁금했다.
가끔 이렇게 지나친 심각함으로 당황스러움을 몰고오는 그의 저의가 무엇인지.
그러나 속옷을 끌어내리는
순간 가랑이 사이에서 단단히 부풀어오른 남성이 실체를 드러내자
그 의문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유성의 모습에 뿌듯한 만족감을 느낀 지운은 자신의 피너스를 움켜쥐며 하얀 바다로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