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개 치료견 나무와 공주 배가 아프면 약을 먹고, 마음이 아플 때는 엄마에게 안기면 위로가 됩니다. 마치 약과 엄마의 품처럼 아픈 사람들을 낫게 해주는 동물들이 있으니 바로 치료동물이지요.. 오늘은 아픈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만병통치약이 되어주는 치료견 나무와 공주를 만나보기로 할까요?
치료견 나무(왼쪽) 나이 4살 견종 닥스훈트 닥스훈트는? 긴 허리에 비해 다리가 너무 짧아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나무는 닥스훈트 종입니다. 닥스훈트는 오소리 수렵견이라는 뜻인데 사냥감을 사냥하거나 수색하고 추적하는 실력이 아주 좋고, 긴 허리와 짧은 다리는 좁은 굴 속에서 움직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작은 몸집이지만 만져보면 근육질이어서 탄탄하고 당당한 걸음걸이가 매력적입니다. 나무의 특기 그윽하게 바라보기, 짧은 다리로 장애물 넘기 치료견 공주(오른쪽) 나이 4살 견종 포메라니언 포메라니언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사랑했던 견종으로 유명합니다. 목 주변과 꼬리의 풍성한 털이 풍기는 우아함과 당당함은 왕실견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주죠. 얼굴 모습처럼 똘똘하고 기억력이 뛰어납니다. 공주의 특기 이쁜 척하기, 두 발로 걷기 나무와 공주의 하루 나무와 공주는 병원에서도 치료견 학교에서 했던 것처럼 규칙적인 하루를 보냅니다.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이 없는 날은 다른 개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놀고 먹고 잡니다. 하지만 일반 개들과 달리 매일 복종 훈련과 공 가져오기 등 프로그램 때 필요한 훈련을 하지요. 물론 놀이처럼 즐겁게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하루에 한번 꼭 산책을 하는데 그때는 나무와 공주를 알아보는 환자분들과 즐겁게 인사를 하기도 하고요. 때로 나무와 공주가 자신의 병실로 와주기를 바라는 환자들을 위해 병실을 방문해서 함께 침대에 누워 체온을 나누기도 합니다. 꽤 분주한 치료견의 하루지요?
조용한 병원이 시끌벅적~ “공주야, 공주야, 얼굴을 좀 보자. 잘 지냈어?” “나무야, 이 녀석 나무야.” 조용한 병원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습니다. 경기도 외곽의 공기 좋은 곳에 자리잡은 보바스 기념병원은 뇌질환과 만성질환 환자들을 위한 전문 병원이라 다른 병원에 비해서도 유난히 조용한 곳이에요. 그런데 그곳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으니 왜일까요? 소란의 진원지는 바로 4층, 치료견 활동이 한창인 곳입니다. “할아버지 3일만에 나무 보시네요. 나무랑 인사하세요.” 그랬더니 입을 꾹 다물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치료견 나무에게 손을 내밀어 손을 핥게 하더니 인사를 하십니다. 나무도 할아버지와 눈을 마주치며 꼬리를 흔들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담당 선생님과 환자 보호자들이 기쁘게 빙그레 웃습니다. “이 정도 반응이 저 할아버지에게는 정말 큰 반응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기뻐하는 거에요.평소에 사람들한테는 절대로 저렇게 인사 하지 않으세요. 그런데 나무하고만 저렇게 반갑게 인사하시는 거에요. 평소에 말도 안 하시는데 나무하고는 얘기도 나누시고요.” 아, 그랬군요. 치료견인 나무와 공주가 뇌질환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던 거군요.
동물을 통해 병을 고친다! 동물매개치료 치료견인 나무와 공주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저렇게 어울리는 것을 동물매개치료(AAT:Animal-Assisted Therapy) 프로그램이라고 해요.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이란 신체적, 정신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동물과의 접촉을 통해 증세도 호전되고 기분도 좋아지는 등 여러 가지 좋은 효과를 이끌어내는 활동을 말합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친구들이 많을 거에요. ‘도대체 개가 어떻게 아픈 사람을 치료한다는 걸까?’ 하고요. 그럼, 동물매개치료 활동을 한 환자들에게 어떤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지 알아볼까요?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외부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니 주위의 어떤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환자들이 치료견을 만나면서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말하지요. 위의 할아버지도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항상 침대만 누워 계시는데 나무만 만나면 좋아서 이름을 부르시고 그러거든요. 또 무조건적인 사랑과 친화력을 다시 느끼게 되죠. 동물들은 사람이 가난해도 못 생겨도, 아파서 못 씻어서 냄새가 나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고 따르잖아요.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면서 잃어버렸던 감정을 되찾기도 하지요. 그래서 감정을 잃고 무덤덤하던 환자들이 치료견을 만나면서 마음 속 이야기도 털어놓고, 환하게 웃기도 하는 거지요. 마치 얼어버린 환자들의 마음에 사랑의 화살을 쏘는 큐피드 같지요? 이외에도 동물들을 포근히 안았을 때의 따스함과 보기만해도 즐거워지는 마음 등 치료동물들이 환자들에게 주는 선물은 정말 많답니다. (*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얌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와 공주)
눈치 백 단 나무와 유기견 출신 공주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맡은 치료동물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훌륭한 치료동물이 될까요? 보바스 기념병원에서 훌륭하게 치료견 활동을 하고 있는 나무와 공주에게 물어볼까요? 나무야, 어떤 개가 치료견이 될 수 있어? 나무 : 일단 나처럼 외모가 출중해야 된다고! 하하 농담이고 치료견은 일단 인내력이 뛰어나야 해. 아픈 환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내 털을 잡아당기거나 꽉 잡거나 그럴 때가 있거든. 그럴 때 그게 본심이 아니고 아파서 그런 거라는 걸 알고 참아야 해. 그걸 다 참아야 한다고? 힘들지 않아? 나무 :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린 알거든. 그래서 참을 수 있어. 물론 가끔 나도 힘들 때가 있지만 그럴 때 참는 방법을 오래 훈련했거든. 그래서 공부가 중요한 거야. 그렇구나. 그럼 공주는 어떻게 치료견이 됐어? 공주 : 사실 나는 유기견 출신이었어. 사람한테 버려져서 거리를 떠돌아 다니다가 잡혀서 보호소에 갇혔지. 이제 죽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사일생으로 치료견 후보로 당첨되었지. 치료견 학교에서 많은 테스트를 거쳤는데 훌륭한 성적으로 치료견이 될 수 있었어. 뭐라고? 유기견 출신이라고? 너는 사람한테 버려졌는데 사람이 밉지 않아? 어떻게 치료견이 되어서 사람을 도울 수 있어? 공주 : 지나간 나쁜 일은 금방 잊는 게 좋아.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더 많거든. 이렇게 나무와 공주는 한국 최초의 동물매개치료 치료견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활동을 하는 치료견들은 있지만 병원에 상주하면서 환자들과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치료견은 현재 한국에 나무와 공주 딱 둘 뿐이거든요. (* 유기견이었던 공주는 치료견이 되어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치료견을 만나고 말을 하게 된 할아버지 물론 노력은 나무와 공주가 가장 많이 합니다. 동물매개치료 활동이 얼마나 힘든지 한 번에 40분 정도 이어지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두 녀석은 지쳐서 쓰러지거든요.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환자들과 교감하고 사랑을 나누기 위해 두 녀석도 정말 애를 쓴답니다. 이런 두 녀석의 노력 덕분일까요?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은 깜짝 놀랄 효과도 보았답니다. “뇌질환이 심해서 몇 년 동안 말을 하지 않던 환자가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몇 달이 지난 후 그 할아버지가 치료견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하시는 거에요. 우리도 환자 가족도 정말 깜짝 놀랐죠. 그 후에 할아버지는 가족들과도 대화를 시작하셨어요. 물론 나무랑 공주가 그 대화의 주인공이었고요.” 다시 말을 하게 된 할아버지 이외에도 많은 환자들이 나무와 공주 덕분에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보였습니다. 스스로 움직이기 싫어하시는 분들이 나무와 공주를 보기 위해 4층까지 오신다거나 뇌의 손상으로 폭력적으로 변하신 분들이 나무와 공주에게는 전혀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 변화를 보이기도 했지요. 정말 소중한 변화입니다. 나무와 공주가 아픈 분들에게 이런 사랑의 감정을 전해준 것이니까요. 앞으로도 나무와 공주는 한국 최초로 병원에 상주하며 동물매개치료를 하는 치료견으로 당당히 활동할 겁니다. 아픈 사람의 몸과 마음을 고쳐주니 동물계의 ‘명의(名醫)’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죠? 나무야, 공주야, 앞으로도 아픈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잘 고쳐주길 바래. 우리가 응원할게.
동물치료의 역사 따뜻한 체온으로 아픈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료해주는 치료동물은 언제부터 사람 곁에 있었을까요? 자료에 따라 각각이지만 아주 옛날의 문헌에도 치료동물은 종종 등장했다고 해요. 하지만 실제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전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동물을 키우면서 증상이 많이 좋아져서 지속적으로 동물을 키웠다고 합니다. 치료동물이 실질적으로 활동한 시기는 잘 알려져 있듯 1차 대전 때였죠. 전쟁을 치르고 정신병을 앓게 된 군인들이 개와 접촉을 하면서 상태가 좋아지자 개를 치료에 활용하기 시작한 거죠. 이후 치료동물을 이용한 치료는 전세계적으로 점점 늘었고 현재는 개를 비롯한 고양이, 말, 돌고래 등이 치료동물로 활약하고 있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치료견으로는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도입한 치료견인 조피, 유기견이었다가 치료견이 되어 수 많은 기적을 일으킨 치로리 등이 있습니다.
(* 치료견 활동 중인 치로리. [고마워 치로리] 중)
유기견이었던 공주가 어린이 친구들에게 쓰는 편지!
친구들 안녕! 내가 지금은 치료견이 되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을 하지만 예전에 나는 버려져서 길거리를 헤매고 다녔어. 물론 나에게도 가족이 있었지. 엄마, 아빠, 오빠가 있는 집에서 살았는데 어렸을 때는 많이 예뻐해 줬는데 내가 크면서 귀여운 모습이 없어지자 모두들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고. 특히 초등학생 오빠는 나에게 밥 주는 것과 산책 담당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밥 줄 시간이 되었는데도 나가 노느라고 밥을 주지 않아 나는 종종 배를 곯았지. 그리고는 길거리에 버려졌어. 어린이 친구들, 강아지의 수명은 평균 15년 이상이야.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버려지는 유기견 수가 7만 마리가 넘고, 유기견이 되면 안락사 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 금방 죽게 되지. 그러니까 우리와 가족이 되었다면 15년 이상 함께 살아줄래? 반려동물은 싫증나면 버리면 장난감이 아니라 너희와 같은 생명이거든.
--------------------------------------------------- 이 글은 어린이잡지 <생각쟁이>에 실린 글입니다. 찡이언니가 2008년 10월호부터 어린이잡지 <생각쟁이>에 ‘견공열전’이라는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개들의 이야기를 쉽게 담아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모든 사랑의 저변에는 존경심이 깔려 있어야 그 사랑이 오랜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견공들을 소개하여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주기 위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시작한 시리즈 기사 입니다^^;;; 저희야 우리의 견공들이 부족하고 미약한 저희 곁에서 함께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존경스럽지만 의외로 그의 활동과 직위 등으로 존경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마음을 이용한 기획입니다. 아이들이 존경하게 되고 이어서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병원에 상주하며 동물매개치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치료견 나무와 공주를 소개합니다. 아직 한국에 제대로 된 치료견 프로그램이 없어서 담당 선생님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작은 밑거름이 될 거라 믿습니다. 사진은 스튜디오’다’의 |
출처: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동물행성 원문보기 글쓴이: 더불어밥
첫댓글 아아! 드디어 한국에도 치료견이 등장했군요. 너무 반가운 소식이에요. 찡이언니의 동물들을 사랑하는 맘도 고스란히 느껴지구요. 항상 이런 좋은 소식만 들렸으면 좋겠어요.
꼭 해보고 싶은 일인데...나는 그릇이 너무 작은듯...^ ^
외국엔 이런 치료견들이 참 많던데 우린 이제 시작이군요..'시작은 미비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처럼 우리나라도 치료견들이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치료견이라는 말은 넘 많이 들어봣지만 처음 보았는데 녀석들 너무 기특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