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그는 참 잘 웃는다. “안녕하세요?” 하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꾸벅 인사하는 정중한 태도와 환하게 웃는 미소가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맑게 만든다. 그러나 그 웃음에 대한 그의 대답은 의외다.
“제가요, 원래 말수가 적어요. 그리고 낯가림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남들처럼 기분 좋을 때도 웃지만 쑥스럽거나 할 말이 없을 때 더 잘 웃어요.”
그리곤 또 한 번 씨익 웃는다.
수줍던 소년에서 스타가 되기까지
어릴 적 그의 꿈은 항공정비사였다. 높은 하늘을 유유히 나는 커다란 비행기가 너무 좋아서. 그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도서관 한 켠에 앉아 동화책을 모조리 읽어대던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소년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즐겁게 그려나가는 배우가 되었을까?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성극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연극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3학년 올라가면서 어머니께 연극영화과에 가겠다고 말씀 드렸죠.”
간호사인 어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런 어머니에게 그의 선포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딱 잘라 안된다는 말 대신 한 달 동안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한 달 뒤에도 그의 결심이 변함 없음을 알고는 “열심히 해 보라”며 허락해 주었다.
정말 연극이 하고 싶어 들어간 단국대 연극영화과. 그러나 그는 큰 키 때문에 배우보다는 조명이나 무대 장치 같은 스텝 일을 많이 했다. 현대 무용에도 남다른 소질이 있어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도 했지만 연습하다가 그만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도중하차하고, 영화 <바이준>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영화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주유소 습격 사건> <동감> <가위> <리베라 메>를 통해 확고한 스타로서의 자리매김을 했다.
그가 즐기는 것, 좋아하는 사람
유지태는 술보다는 커피를, 떠들썩한 나이트 클럽보다는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주머니에 만 원짜리 한 장만 있으면 언제든 레코드 가게에 들어간다. 그가 타고 다니는 카니발 안엔 CD가 수북히 쌓여 있다. 요즘은 최근에 구입한 수동 카메라를 들고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수영을 좋아하고 영화 <리베라 메>에 출연하면서 친해진 정준과 만나면 자전거를 타고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그는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과 <간첩 리철진>의 장진 감독, 영화배우 유오성과는 마음을 터놓는 사이.
나만의 징크스
“이상하게 영화 촬영 때마다 꼭 다치게 돼요. <주유소 습격 사건>을 찍을 땐 다리를 다쳤고 <동감>땐 독감에 걸려 고생했고 <가위> 땐 팔을 심하게 다쳤어요. 그래도 부상 때문에 촬영이 중단될 정도는 아니었지만요. 제가 조심성이 없는 건지… 올해엔 이 징크스를 꼭 없애고 싶어요.”
그가 부상을 걱정하는 건 갑작스러운 부상이 영화 촬영에 영향을 주면 안되기 때문이라는데…. 지금은 영화가 마냥 좋고 신난다는 그의 말이 마음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요. 지금은 일 때문에 하루에 한 번 어머니 얼굴 보는 것도 힘들어요. 함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싶은데….”
사랑, 여행, 친구 등 많은 이야기가 나올 듯했는데 어머니 얘기를 꺼내다니…. 학창 시절엔 간호사라는 어머니의 직업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고 지금은 그가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큰 소원이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드리는 거라는 말에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묻어나왔다.
앞으로의 계획
지난해 영화 <리베라 메>가 끝난 뒤 그는 모처럼 휴식 시간을 갖고 있다. 전속 광고 촬영을 제외하고는 모든 활동을 접고 쉬고 있다. 그동안 너무 숨가쁘게 달려오느라 미처 뒤를 볼 틈이 없었는데 이번 휴식이 그에게는 값진 재충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내년에 개봉될 SF 영화 <내추럴 시티>를 준비하고 있고, 또 다른 멜로 영화를 검토중이다.
“한 해 동안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영화에 출연했어요. 많이 배우고 싶었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마음은 변함이 없구요. 영화의 흥행이라든가 남들의 평가보다 제 자신이 얼마나 충실하게 작품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지태 연기 잘한다’는 말보다 ‘유지태는 정말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좋은친구」 독자들도 지켜봐 주세요.”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깨끗한 흰색을 떠올렸다. 희고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것은 그의 내면에서 나오는 빛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불어 따뜻한 미소와 순수한 눈빛, 예의바름, 겸손함, 과묵함…. 그 많은 칭찬들이 다 이유 있는 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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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1976년 1월 3일 ★ 키 186㎝
★ 취미 : 사진촬영, 음악 감상
★ 혈액형 : AB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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