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실습때 파견 나갔던 강남의 모병원에서 봤던 환아의 이름이다.
'불상여'
이 한달박이 핏덩이의 침대에 적힌 이름을 보구는
이상한 느낌에 빠졌다...
'혹시 어떤 절에서 태어난 애기가 아닐까....?'
그 아이의 진단명은 'neonatal hypocalcemic tetany' (신생아 저칼슘성 경련)
엄마젖을 먹는 모유수유를 하는 아이들에서는 잘 생기지 않는 병이지만
그냥 보통 분유(칼슘과 인의 비율이 높지않은)로 키우는 아이들에게서
잘 생기는 병으로, 대개는 저인산함유분유(칼슘:인 = 4:1)를 먹이면
상태가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다.
그럼에도 이 병원에 아이가 입원한지 사흘이 되어도 그 아이의 엄마는
보이지 않고 그 분유는 먹여지지 않았으며 나흘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먹여졌다.
그 이유는 그 병원에 이 분유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하루에도 몇번씩 하던 경련이 다행히 몇일이 지나자
점점 수그러 들면서 마지막으로 본 날은 한번도 경련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겠거니 하고 몇일을 지내고, 무감각하게 그 아이의 챠트를
베끼고 있던 어느날 그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사로 부터 비로소
사연을 듣게 되었다.
그 아이는 본래 이름이 없다는 것...
그래서 그냥 임시로 '불쌍한 여자아이'란 뜻으로 그렇게 지었다는 걸...
사정은 이렇다.
그 병원에 있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연고가 없었는데,
(시쳇말로 버렸졌거나, 미혼모의 아이들이거나, .....)
어떤 사회단체에서 그런 아이들을 맡아서 어느정도 까지 키워주고,
적당히 크면(젖 뗄때쯤...) 입양을 시켜주는 일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가 문제가 생기면 그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하는 순서를 밟아갔다.
비교적 순탄하게 치료가 잘돼서 별문제 없다고 판단되면
입양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보육원에 가야하는 아이들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국내입양은 하늘에 별따기라고 한다.
혈족 개념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누구 자식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데려가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가끔씩 국내입양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부모들이 마치 자기들이 낳은 아이인것 처럼
적당히 임신했다고 주위에다 광고를 하고, 배에다 뭘 집어넣어서
볼록하게 만들어놓고 적당한 아이들을 시간에 맞춰서 고르고 골라서
(얼굴이나 혈액형...) 데려간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데 병원에 입원까지한 아이들의 경우엔 거의 가망없는
일이라고 봐야겠다..
반면에 해외입양은 절차가 그다지 복잡하지도 않고
부모들이 아이의 상태가 위중하지만 않으면 대개는 입양을 한다고 한다.
어떤 운이 아주 아이는 수술을 외국에 나가서 할거라고
그 아이를 간호하는 사회단체의 할머니가 얘기해 주셨다.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같은 영화속에서만 보던 일을
직접 들으니 기분이 우울해졌다.
게다가 그런 사회단체가 유지가 되는 이유중의 하나가
해외입양할때 부모들이 주는 '사례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니....
문득 '고아수출의 왕국'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옛날 배고프던 시절, 형편은 안되는데 형제가 너무 많거나해서
엄마와 형제들은 공항언저리에서 숨어서 눈물흘리고 있고,
아이는 아무도 몰르는 곳으로 떠나기 싫어서 떼를 쓰고 우는 장면도...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외국으로 보내지고 있는 듯
하다. 세상이 복잡해져서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겠지만,
이름도 안 지은채 아이를 포기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는 너무 야박하고
몹쓸짓을 하는 것 같다..
비록 그 엄마와 아빠의 사정을 일일이 알 수야 없지만,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겠지뭐...' 하고 넓은 도량을 발휘하기엔.....
그 부모들은 핏덩이 자기 자식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
모르긴 해도 이역만리서라도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남몰래 기도라도 하겠지....
지금쯤이면 '불상여' 아이의 이름이 지어졌을까?
어떤 이름으로 살지 궁금해진다..
부디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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