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사는 법2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산골소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살기 위해서 나선길이 아주집을 나오게 되었단다. 식당일을 하면 숙식은 해결될 것,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때마침 일식집에 들어가서 처음엔 월급도 받지않고 죽으라 일만했단다. 일본인 사장따라 일본에 가서 척박하고 싸늘한 불모지에 꿈을 묻고 그는 일어와 원조일식이란 골수를 뽑아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드디어 셰프라는 타이틀을 거머쥤다. 동료들이 명절 때 집에 갈 돈이 없다면 자기월급을 털어 보내주고 가게를 지키며 음식에 몰두했다. 청운의 꿈을안고 한국에 들어와 강남 가장 허름한 움막에서 로바다야끼를 차렸다. 그후 그곳은 천정부지로 땅값이 뛰는 한국제일의 도시가 되었다. 그 자리는 눈부신 빌딩이 되었고 거기에서
그때부터 퍼주는 장사로 문을 열었다. 벌같이 벌어서 꿀같이 쓰겠다고 작은 오토바이로 가락시장 경동시장을 벌같이 붕붕데며 꿀같은 먹을거리를 물어왔다.본인이 직접하니 인건비가 안들고 자기가 장을보니 좋은물건 싸게샀다. 손님에게 맛있게 배부르게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 했다. 조그만 가게에 손님이 앉을자리가 없어 밖에 의자를 놓고 손님을 받았다. 그곳에서 동창회를 하면 사정없이 갖다주는 바람에 배가불러 더 이상 먹지못할 정도다.
지인이 입원하면 열일 재처놓고 잘 먹어야 한다고 좋은것을 바리바리 싸온다. 병원비에 보태쓰라고 몇 십만원씩 주고간다. 동문산악회가 결성되고 산행때면 그는 가방이 터지도록 지고온다. 공주왕밤 100kg을 선금주고 사서 필요할 때 가져온단다. 온갖 맛있는 일등품 과일을 낑낑지고 와서 아무에게나 퍼돌린다. 메밀섬에 쥐들 듯 산악회 나온 동문들은 그의 음식을 안 먹어본 사람이 없다. 매달 산행날이면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젯밥에 눈이 어두워 오늘은 또 무엇을 가져올까? 말이 떨이지기 바쁘게 그는 또 가방이 터지게 지고온다. 밤을세워 장사하다가 아침밥도 못 먹고 산에 온다. 산 입구에서 해장삼아 음식을 주문하면 다른사람까지 다 먹게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바보스러울 만큼 돈을 헤프게 쓴다. 힘들게 벌어서 값지게 쓰라해도 그는 이것이 가장 값지게 쓰는 것이라고 한다. 또 산을 내려오면 노래방이나 커피숍에도 항상 그가 쏜다. 계속 그렇게 하니 의례히 그러려니 예사롭게 본다. 또 동창들 경조사가 있으면 다음에 줄 테니 대신 부주금 좀 내 달라고 하면 백만원씩 찾아서 친구이름으로 부주금을 낸다. 그러나 받는것은 띄엄띄엄 차일피일 그러다가 까먹고 못 받기도 하고 그렇지만 돈 달라 조르지 않는다. 주면받고 안주면 그만이다.
하루는 동문산행에 그가 오지 않았다. 모두들 기다리는데 늦게서 또 한 가방 짊어지고 온다. 산위에서 펼치니 광어회 족발 대게찜, 모두가 입이 벌어졌다. 어쩐 일이냐고 물었더니 오늘이 사위생일이란다. 생일 차려주고 남은걸 싸가지고 왔다고 한다. 그는 해마다 사위생일을 자기가 차려준다. 가게를 하니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형님의 사위까지도 생일상 차려달라고 한단다. 하지만 정작 자기생일은 아무도 차려주는 이가 없다고 한다. 사위가 식당에 가자는데 자기가 안간다고 한다
다리를 저는 형님의 식구를 다 먹여 살리고 조카들 다섯명을 결혼 다 시키고 어머니까지 모셨다. 그러니 조카사위도 생일상 차려달라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결혼하고 여태껏 아내한테 김치한번 담그게 한 적이없고 반찬 만들게 한 적이 없단다. 하물며 사돈이 와도 그는 아내에게 음식을 맡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씨 문중에서도 도깨비방망이 처럼 뚝딱하면 나오는 마술같이 칭찬이 성을 이루니 더욱더 궂은일에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아내는 그의 인격에 밑줄을 치고 경고한다. “돈을 아무리 벌면 무엇하냐고 퍼주는 것도 분수가 있지, 오십년 세월 퍼주어도 돌아서면 콩 구워먹은 자리 우리는 알뜰하게 했으면 빌딩 올라갈 겁니다. 아직도 전셋집에 살면서 이 나이에 집 한 채 없는 사람이 어디있단 말입니까? ”기부를 하고 싶으면 꼭 필요한 곳에 절실한 곳에 하면 되는거지 아무나 닥치는 대로 퍼돌리면 방앗간 새떼처럼 먹고나면 그만인 일을 왜 합니까? 백번 지당한 말이다.
돈쓰는 것도 다 때가 있다는 그는 항상 현금을 두둑하게 넣어가지고 필요할 때는 어디라도 선뜻내는 사나이다. 모임에서 음식값은 회비로 내면 모두가 정당하다는 상식인데 어느새 나가서 계산을 했다. 카드를 쓰면 증거가 남으니 현금으로 해야 아내가 모른단다. 그래도 아내를 끔찍히 사랑하는 남자, 좋은것만 보면 우리순덕이 사다줘야 된다고 입에 달고산다. 어릴 때 하도 못 먹고 살아서 먹는데 한이되어 먹는데 목숨을 걸었다고 잘 먹고 꿀같이 살겠다고 한다. 자식에겐 절대로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단다. 자식들도 자기가 벌어서 살아야 돈 귀한 줄 알며 정직한 사람으로 살 것이란다. 유산은 이 가게하나 물려주면 된다고 한다.
이 세상 모든 생물은 먹지 않고는 못 산다. 못 났고 못 배웠고 말주변도 없는 못못못 삼못의 남자, 딱 하나 잘 하는 음식, 거기에 인생을 묻고 한우물을 판 남자, 베푸는 일이 세상과 소통하고 남과 어울릴 수 있는 연결 고리라 여겼을 것이다. 난수표같은 인생길을 식칼로 해부하며 대대로 내려온 게으름을 도려냈다. 자기와 함께하는 모든이에게 별식을 먹이니 무시는 후라이팬에 볶여나갔다. 동창들은 그의 기를 돋우기 위해 오랫동안 회장직함을 달아주었다. 그래도 자기가 한 일에 생색내는 법도없고 마이크 잡고 목소리 한번 내 본적이 없다. 항상 낮은자리에서 주방차지하고 음식하여 퍼 돌린다. 후배 한 사람이 하는 말, 좀더 배웠더라면 좀더 났더라면 좀더 똑똑했다면 국회의원을 해도 손색없을 사람, 이 세상에 저런사람이 많아지면 오죽 좋을까?한다.
하늘이 돌봤는지 한국의 노른자 강남땅에서 40여년 장사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어딜가도 특별한 사람 이마와 미간이 좁아서 눈썹과 머리가 가깝다고 항상 삭발을 하고 다닌다. 사위보느라 얼마간 머리를 길렀다가 예식이 끝나고는 당장 밀었다고 한다. 그래도 가장 건강하고 가장 젊어서 여자후배들에게 오빠로 통하며 인기만점이다. 예수님 석가님도 안믿고 정직 성실 근면 그것만이 재산이라고 털끝 만큼도 남의것을 탐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절대 남의 흉을 보지않는다. 효령대군 후손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하며 항상 웃는사람 누구라도 만나면 밥 먹었냐고 묻는 가슴 따뜻한 사람, 금달걀이 한섬이라도 집 나오면 배고프다고 돈도 명예도 다 버리고 오직 누가 배고프지 않을까 살피는 피붙이같은 어머니상이다. 세상이 모두 이런사람이라면 법은 없어도 될 것이다. 이제 동창들도 다 잘 사니 본인의 일에 더 충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