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철기시대는 청동기 시대보다 나중에 나왔을까?
구리가 철보다 먼저 사용된 이유
철이 구리보다 이온화 경향이 높다. 자연에서 이온화 경향이 제법 높은 철은 원소 상태로 발견되는 일이 거의 없고, 쉽게 산소와 반응해서 산화철로 존재한다. (물론 산소가 별로 없는 우주 공간에서 날아 들어온 운석에는 산화되지 않은 철이 들어있다.) 산소는 전자를 끌어당기는 경향이 강해서 전자를 내어주고 쉽게 이온이 되는, 즉 이온화 경향이 큰 철과 쉽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철보다 이온화 경향이 낮은 구리는 상당한 양이 원소 상태로 자연에 존재한다. 그래서 석기시대 사람들에게 구리는 철보다 먼저 접근이 가능했다. 더욱이 철의 녹는점은 1,540℃인데 비해 구리의 녹는점은 1,083℃ 밖에 안 된다. 거의 500℃나 되는 이 차이는 고대인에게는 엄청난 기술적 장벽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구하기 쉽고 녹는점이 낮아서 다루기 쉬운 구리가 먼저 사용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연한 구리에 아연이나 주석 같은 다른 금속을 섞어주면 무기나 도구의 재료로서 훨씬 쓸모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청동기시대가 도래했다.
산화철에서 산소를 떼어내면, 즉 환원시키면 철이 얻어진다. 그런데 이 환원기술이 쉽지 않다. 아마도 청동기시대 후기에 우연히 산화철을 포함한 광석이 숯 성분(탄소)과 섞여있는 상태에서 높은 온도로 가열되면 철이 분리돼 나오는 모습이 관찰됐을 것이다. 요즘도 포항제철에서는 탄소로 이루어진 코크스와 철광석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서 철을 얻는다. (왜 산소는 철과 결합한 상태로 그냥 있지 않고 탄소로 자리를 옮기는 것일까?) 그런데 일단 얻은 철은 구리보다 녹는점이 높은 대신 강도가 높아서 무기의 재료로서 구리에 견줄 정도가 아니다. 청동기시대가 철기시대로 대치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아무리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내는 기술과 철의 장점을 터득했다 하더라도 자연에 철이 많지 않다면 철은 그림의 떡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됐다 하더라도 건축 자재나 각종 도구의 재료로서 철의 사용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단 철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왜 자연에는 철이 많을까.
웬만해서는 한 종류의 원소는 다른 원소로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애초에 원소들이 만들어질 때 철이 상당히 많이 만들어졌다고 보인다. 철의 원자핵이 안정하기 때문이다. 원소의 종류가 바뀌는 것은 원자핵에 들어있는 양성자 수가 바뀌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철의 원자핵이 안정하기 때문에 원자핵 주위의 전자를 내줘 산화는 쉽게 될지언정 원자핵 속의 양성자 수는 좀처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수소에서 시작된 핵융합에 의한 원소의 변환은 철에서 정지한다. 왜냐하면 철보다 무거운 코발트 등을 만드는 과정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초신성이 폭발할 때 에너지를 얻어 한꺼번에 만들어진다.
이런 모든 원소들은 초신성의 폭발에 의해 우주로 흩어져 지구의 원소 그리고 동식물, 인간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