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보았던 아랍쪽 영화, "그을린 사랑"이 너무 강렬(?)해서
이 영화도 궁금했다.
게다가 2011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 등 3개의 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더 호감 급상승! ^^;;
이 영화 사건 발단의 시작은 이렇다.
이란을 배경으로 한 평범한 가정에서 치매인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아들(나데르),
그의 아내(씨민)는 딸(테르메)을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싶어서 이민을 남편에게 요구한다.
(아마도 치매 시아버지를 함께 모시며 사는 일이 참 버거울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그녀의 요구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ㅠㅠ)
영화 초반부를 보면서 '이거, 우리나라판 <사랑과 전쟁>이구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보한 것 보다 영화가 너무 뻔~한 소재와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의 환경 속에서 부부간의 불화,
그런 엄마, 아빠를 바라보며 정서 불안의 사춘기 딸,
결국 엄마가 집을 떠나 별거에 돌입하자 그 공백 때문에 생기는 가사 도우미의 등장,
임신 5개월임에도 불구하고 백수 남편을 둔 덕에 생활고에 뛰어든 저소득층의 가정 등등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게 된다.
정말 아주 보편적인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관계 속에서
영화 속 캐릭터들은 하나하나 제 역할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이 영화의 힘은
초반부의 식상함에서 벗어나 스토리 전개가 되면서 점점더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건 발생에서 누가 책임을 져야만 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관객들 스스로가 추측과 판단을 하게끔 유도하기까지 한다.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판사라고 말할거다. ^^;;)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분명히 저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어.' 라고 확신을 갖고 있는 중에
영화 스토리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관객들의 뒷통수를 친다.
그래서 더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며 마지막까지 한번 더 관객들을 우롱하듯(?) 또 한번의 반전을 숨겨 놓는다.
그런데 한 번도 아닌 두 번을 비튼 반전이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가는 것은 왜일까?
반전을 보면서 경악하거나 전혀 놀랍지 않다.
오히려 그 반전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끔 미리 영화 초반부 곳곳에 복선을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숨은 저력이다.
누가 누구에게 죄인이라고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아주 먼 나라, 중동, 이란.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이면서 여자라면 서너살 어린 여자 아이도 차도르라는 두건을 걸치고 사는 나라.
사사껀껀 전화를 해서 이것이 종교 계율에 맞냐고 물어보는 나라.
내가 죄를 지으면 내 후대에게 고스란히 죄가 전가된다고 철석같이 믿는 나라.
위에 열거한 내용들은 이란만의 전통과 문화적 특징이라고 칠 수 있다.
하지만, 아내와 별거 중임에도 불구하고 딸의 단어 시험 공부를 봐주며 챙기는 아빠의 모습,
법정까지 와서 대기 의자에 앉아 외손녀의 시험공부를 도와주는 외할머니의 모습,
딸 아이 교육을 핑계로 해외 이민 가자고 하는 엄마의 모습,(=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기러기 아빠들을 양산했지만) 등등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게 없는 자녀 교육열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 질문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갈라서는 아빠와 엄마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딸이 대답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왜케 마음에 들던지!!!!!
테르메(딸)가 씨민(엄마)과 나데르(아빠)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 같냐는 질문을
아스가르 파르허디 영화 감독은 끝까지 관객들에게 묻고 있다.
그는 마지막 질문 장면까지도 관객들에게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끔 한 것이다.
마지막 질문에서의 답변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관객들에게 돌린다는 열린 결말을 보며
그의 배려 아닌 배려와 윗트와 통찰력과 여유에 박수를 보낸다 !
나는 그 마지막 질문 장면에서 왜 이 영화가 다수의 큰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탈 수 밖에 없었는지 확실하게 이해가 되었다. 캬~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show'가 계속 되어야만 한다고 은근(?) 주장하고 있다.
왜?
내가 사는 이유, 존재하는 이유가 종교건, 개인의 신념이건, 자존심이건, 돈이건, 명예건 간에
그것들은 내가 살아가기 위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 속 캐릭터 모두를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들의 캐릭터 속에 나와 너와 우리가 다 들어 있기 때문에, 그게 바로 우리들의 '人生'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人生'이라는 'show'를 아주 디테일하게 잘 그린 영화다! 강추!!!
" The show must go on ~~~~~~>>>>>>>>>>>>>>>>>>>>>>"
첫댓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한 폭의 회화를 연상시켜요. 전 에드워드 호퍼나 서용선의 작품들이 떠오르더군요^^
하이 파이브!!! 그쵸! 유리 칸막이(?)을 사이로 이쪽과 저쪽에 앉아 있는 씨민과 나데르. 그 유리 칸막이의 가운데는 언제든지 넘어오고 건너갈 수 있도록 드나듦이 자유로운 뚫림이 있는 공간. 그 마지막 장면은 굉장히 철학적이었죠! 정말 인상적이예요. 머릿속으로는 판사 앞에서 있던 테르메가 과연 엄마, 아빠 중에 누굴 선택했을까? 라고 마구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눈 앞에 펼쳐진 영상에서는 그 엄마, 아빠의 차단된 보이지 않는 벽을 사이로 앉아있는 모습을 보며 캬~ 라고 맘속으로 외쳤답니다. 타인의 빛님의 말처럼 그들의 모습이 마치 에드워드 호퍼 작품들에 나오는 배경과 분위기와 고립된 인간들의 고뇌도 보이고,
서 용선 화백 작품 속의 무표정한 인물들의 표정이 그대로 마지막 장면과 오버랩 되는데요!!! 우와! 정말 올만에 괜찮은 수작, 보편적인 아니, 전우주적인(=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 인간事들의 디테일한 작품을 봤어요! 너무 뻔한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철학적으로까지 쉽게 다다갈 수 있도록 영상으로 표현한 탄탄한 시나리오 구성과 예술적 영상미에 완전 매료!!! 가장 좋은 작품은 쉬우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1인으로써 영화 소개를 해준 타인의 빛님께 캄사를! ^^*
넵.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또 한편의 기대작이에요. 좋은 관람 되시길^^
다음주에 보러가야겠다 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디님~ 올만이예용~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