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많은 사람들이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가진 꿈은 대부분 ‘부장’이었습니다. 사장 등 최고의 임원들은 거의 정부 산하에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었기에 당시 꿈꿀 수 있는 최고 위치가 ‘부장’이었지요.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저보다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김동수 회장은 한국을 넘어 해외를 무대로 꿈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김 회장이 국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 꿈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듀폰은 2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화학기업이다. 화학제품을 많이 다루다 보니 어쩌면 일반 소비자인 우리는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화학섬유 나일론, 트랜지스터 개발을 선도한 고순도 실리콘, 테프론 등이 모두 듀폰이 개발한 제품으로 우리 일상생활과 무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김 회장은 현재 듀폰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회장으로 10년째 일하고 있다.
윤리, 환경, 안정, 인간 존중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미국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계화가 더욱 진전되면서 그러한 생각은 변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지역적 환경, 문화, 관습들 이면에 있는 본질적인 가치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점점 글로벌 스탠더드가 돼가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정의가 바뀌어가고 있지만 앞으로의 글로벌 시대는 윤리, 환경, 안정, 인간 존중, 이 네 가지 요소에 의해 변화할 것이며, 이 네 요소를 잘 갖춰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리, 환경, 안정, 인간 존중은 어떻게 보면 보편적이고 재미없을 것 같은 주제지만 깊이 들어가면 엄청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구나 동의할 이야기지만 실제 강론에 들어가면 말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 네 가지를 잘 지키는 나라가 앞으로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이 많아도 잘살아도 이것이 없다면 선진국이라 할 수 없습니다.” 김 회장은 한국이 동아시아의 진정한 허브로 자리잡으려면 ‘좋은 인터넷 환경’ ‘편리한 공항’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윤리’ ‘환경’ ‘안정’ ‘인간 존중’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윤리. 윤리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넘어 이제는 기업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김 회장은 ‘윤리’에 관해서는 사소한 것들도 꽉 잡아두지 않으면 작은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엄청난 사고로 이어지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심해져 가는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기업을 바라보는 눈높이도 높아지게 해 좋은 제품, 창의적인 브랜드를 넘어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을 원하고 있다. 공든 탑도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하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 윤리다. 김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윤리적이면 늦게 성장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공든 탑을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윤리’라고 설명했다. 둘째, 안정. 김 회장은 ‘사고가 나지 않는 사회, 사람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단의 손잡이를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손잡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럽습니다. 그래서 더욱 사용하지 않죠.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에는 손잡이가 깨끗합니다. 안전을 어릴 때부터 교육받은 탓에 손잡이를 잘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운전은 택시기사에게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택시기사처럼 빨리 가고 끼어들기 잘하는 사람을 운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운전을 한 학기 과정으로 배우고 있다. 운전을 배울 때 운전의 ‘스킬’뿐 아니라 법규와 매너를 중요하게 배우기 때문이다. 백미러로 보지 말고 뒤돌아보는 것, 차선을 바꿀 때는 고개를 돌리고 볼 것, 안전벨트는 앞좌석 뿐 아니라 뒷사람도 똑같이 매는 것 등 교육을 통해 ‘안정’은 훈련되며 중요하게 여겨진다. 세 번째, 인간 존중. 인간 존중은 여성과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김 회장은 ‘후진국일수록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장애인에 대한 배려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불과 20~30년 전 우리나라 국민들이 외국에 나가서 받은 대우를 생각하며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모습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려가 많은 사회일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네 번째, 환경. 인류가 존재하느냐 마느냐는 이제 환경 존중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환경도 비즈니스로 인식하고 계획을 짜야 한다. “성장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수십억 인구의 열망을 충족시키면서도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생산 시스템이 반드시 개발돼야 합니다. 이상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문명적인 변화는 워낙 크고 변화의 영향이 깊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이익의 창출 기회를 기업에게 안겨줄 것입니다. 단순히 환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술 개발이나 친환경상품 개발이라는 발상만으로는 이런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증기기관차나 인터넷이 단지 물류나 통신의 변화만 가져온 것이 아니듯 환경시대의 개막이 가져올 2차적, 3차적 영향을 고려해야만 변화의 과실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도전, 소통, 원칙
김동수 회장은 이러한 글로벌 변화에 맞춰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성공원칙을 제안했다. 바로 ‘도전’ ‘소통’ ‘원칙’이다. 첫 번째, 도전. 김 회장은 ‘도전은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향해 뛰쳐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세상의 룰이 바뀌고 갑자기 환경이 변화하면 많은 사람들이 안정을 찾아 피난처로 도피하는 퇴행적인 현상이 만연해진다. 하지만 글로벌 인재들은 도전정신을 갖고 이러한 변화를 세상을 바꿀 기회로 포착한다. “결과가 보장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런 일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도 없습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나 눈앞에 떨어지는 결과만 생각하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향해 나아가는 ‘도전’이 글로벌 인재,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조건입니다.” 두 번째, 소통.‘소통’은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나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기본 능력이다. 김 회장은 한국인들은 특히 ‘침묵은 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는 내가 말을 안 해도 알아주는 곳이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논리적으로 최대한 자신의 장점과 생각을 알려야 한다. 더불어 다른 사람과 토론하고 경청하며 대립되는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창조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원칙. 세계적인 기업들의 공통점은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아무리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라도 원칙에 어긋나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어렵고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원칙은 한 번 어기면 더 이상 원칙이 되지 않는다. 계속적으로 지켜져야 비로소 ‘원칙’이 된다. 그리고 원칙이 계속 지켜졌을 때 비로소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윤리, 환경, 안정, 인간 존중, 소통, 도전, 원칙을 제시하는 글로벌 리더 김동수 회장. 세계 경영을 먼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세계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느껴지는 강연이었다. 그가 ‘최초’라는 수식어로 만든 그 길을 한국의 많은 이들이 걸어가길 바란다. |
첫댓글 블로그로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