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셋 G
오픈키
C풋
키 14k 도금
바디 14k gold
2005년 추정
3,200만 원
“이 악기를 만나는 사람이 정말 기뻤으면 좋겠다.”
플루트를 전공한 나는 5번의 악기를 만났다. 그중 ‘하믹’, 이 악기는 마지막에 만난 악기다.
나는 30~40대 때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연주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믹을 만나기 전이었던 그 당시,
‘무라마츠’ 악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남편은 이런 나를 위해 사용하고 있던 ‘무라마츠’ 악기보다 더 좋은 악기로 바꾸어 주고 싶어 했다.
남편도 자신이 갖고 싶고 사고 싶은 것들도 있을 건데, 나를 생각 해서
좋은 악기를 사 주려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정말 좋은 악기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쉽게 악기를 사는 것이 아니었다.
6개월간 악기를 사기 위해 여러 곳에 문의하며 악기를 알아보았다.
몇몇 군데에서 좋은 악기가 있다며
연락이 왔다.
하지만 그 악기들의 소리에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하믹’과 ‘무라마츠’ 악기가 있는데,
한번 테스트 해 보겠느냐며 연락이 왔다.
그래서 두 개의 악기를 가져와, 함께 연주 활동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 플루트 시범 연주를 해 보았다.
‘무라마츠’를 사용하고 있던 나는
이 ‘하믹’이란 악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무라마츠는 풍성한 소리를 내어 주는 반면, 하믹의 소리는 무라마츠처럼
풍성한 소리가 안 나는 것 같았다.
몇 번에 걸쳐 악기를 번갈아 가며
소리 테스트를 해 보았다.
난 평소 사용하던 무라마츠가 쉽게 소리를 내어 주니깐, 내심 다른 사람들도 무라마츠를 선택할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소리를 듣던 사람들은 하믹 소리가 훨씬 깨끗하고, 정제되어 있다고 말해 주었다.
내가 느끼는 생각과 듣는 사람들과의 차이가 있었다.
그 순간 갈등 됐다.
그래서 며칠에 걸쳐 두 개의 악기를 계속 테스트 했다.
‘하믹’, 이 악기는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었다.
‘정확한 호흡’을 요구했다.
그래서 하믹의 요구를 따라 호흡을 정확하게 실어 연주를 해 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말 밀도 높은,
‘정제된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얼마 후 나는, 이 ‘하믹’이 어떻게 탄생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객석 음악 잡지 사장님께서 플루트의 소리를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그 사장님께서 하믹 회사에 직접 주문해서 탄생 된 악기가 바로, 이 악기였다.
사람들은 같은 음식이라도 최고의 음식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 맛을 본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얻은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좋은 소리'를 갈구한다.
그리고 그 소리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싶어 한다.
그렇게 나는 ‘무라마츠’를 내려놓고,
‘하믹’을 선택하기로 했다.
쉽게 쉽게 풍성한 소리를 내주던 이전의 ‘무라마츠’ 악기와는 다르게, 이 ‘하믹’ 플루트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깨끗하고 맑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새겨 놓았다.
그 후 오십의 나이에 나는 연주 활동을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 몽골 선교사로 일하며 지내고 있다.
이제 플루트 연주는 몽골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한다.
최근 몽골에 큰 선교 센터를 짓고 있다.
이 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한국 돈으로 10억이 넘는 물질이 필요하다.
남편과 나에게는 이러한 일들을 진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남편과 나를 이곳에 보내신 것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함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마음을 정하게 되었다.
이 일을 두고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몽골의 선교 센터를 짓기 위해
나는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
어느날 성경을 보게 되었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두고 기뻐하여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느니라.”
(마 13장 44절 )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서 그 밭을 샀다고?’
성경 구절을 보며, 내가 가진 소유를 살펴보았다.
그동안 내 몸의 일부였고, 내 마음속에 함께 했던 ‘하믹’이 보였다.
‘내 연주를 듣고 많은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던 이 하믹을 팔아야 하나?’
처음에는 여러 가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첫째,
이 하믹이 지금 나랑 있는 것 보다,
더 좋은 연주자를 만나면 더욱 빛이 나겠다.
둘째,
하믹의 소리는 나에게 없어지지만,
이 하믹이 몽골 센터의 한 벽돌로
자리 잡을 수 있겠구나.
이 마음이 발견되니깐, 하믹을 다른 더 좋은 연주자에게 보내는 것에 ‘귀중한 가치’와 ‘기쁨’을 찾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이 하믹이 어떤 훌륭한 연주자를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보다 더 훌륭한 연주자에 의해 더 많이 빛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