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도 반디농장 회원님들이 여러분 계셔서 반디농장 근황을 올려 놓습니다.
제가 제주도에 이사와서 이곳에 정착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2004년 이맘때였읍니다.
서울에서 25년을 살았는데 언제나 자연이 있는 곳으로 마음이 내달려서
휴일과 휴가는 늘 자연속으로 달려 갔었지요.
그래도 성큼 귀농할 엄두는 못내었고 명퇴후에 떠밀려서라도(^^)
귀농하게 되기를 막연히 꿈꾸고 있었지요.
제주도에는 남편이 회사에서 발령이 나서 왔었기에 저는 이곳에서 명퇴를 하고
다시 돌아갈 생각을 했었읍니다. 농사를 지어서 세아이를 교육시킬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기에 자연은 좋아해도 농부가 될 엄두는 나지 않았읍니다.
그리고 내가 육체노동으로 살아낸다는 것도 자신이 없었구요.
제주도에 2004년도 5월에 왔는데 그 해 이맘때 가을부터 겨울을 보내면서
저는 제주도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읍니다.
봄과 여름은 장마와 습도에 몸 무겁기가 말할수가 없어서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가을이 되면서 적당한 습도와 쾌적한 바람과 청명한 햇살...
그리고 이맘때부터 육지에서는 스산한 바람이 휘몰아치며 겨울 준비에 들어서는데
우리나라 최남단 이곳 서귀포에서는 겨울에도 지천에 야생화가 피어 있어서
꽃 좋아하는 제가 얼마나 황홀 했는지 모릅니다.
중산간 갈대밭 사이를 헤집고 다녀보니
수줍게 피어 있는 용담과 꽃향유 그리고 엉겅퀴가 핀것을 보고 숨이 멎을만큼 행복했읍니다.
거기에 황금빛 귤이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아래에 올말졸망 피어있는 제비꽃과 야생화들이
내 맘을 마구 설레게 했읍니다. 현무암 돌담들과 키 큰 방풍림 삼나무도
육지의 늘 보던 풍경과는 너무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었지요.
처음에는 길거리에 가로수로 심어진 열대 야자수에 반했지만
점점더 시간이 갈수록 자연에서 피고지는 야생화들 천국인 서귀포가
제 감성을 달래고 어루만져주기에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았읍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꽃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적응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였읍니다.
이듬해 1월(2005년 1월)에 나는 귤나무가 있구나~하며 아무것도 모르고 덜컥 귤밭부터 샀읍니다.
귤나무가 제겐 꽃으로 보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멀지않아 농삿일이 제가 가꾸던 꽃밭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3년동안은 정말 오기로 버티었던 것 같아요. 칼을 뺐으면 무우라도 잘라야지 하는 심정으로...
예나 지금이나 미주알 고주알 온갖 이야기를 이곳에다가 털어놓는 저인지라
귤밭 샀다고 자랑질부터 해대고 좋아라 하였는데 만인이 지켜보고 있는데
슬며시 꼬리 내리고 야반도주하는 가문의 수치를 어찌 이 나이에 보여주리~ 하면서요.
도대체 내가 뭐라고 내 이름을 걸고 부끄럽게 행동하면 안된다는 뿌리 깊은 자존감도
늘 저를 곧추 세우는데 한몫 하는 것 같구요.
생각만 많던 나를 반성하고...생각하는대로 실천하기.
실천하면 성과를 내기...이렇게 나를 담금질 하면서 달려와서
이제는 어엿한(^^) 7년차 농부가 되었읍니다.
어쩌면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가는지 이제 금방 10년을 채우게 되겠어요.
농부 10주년에는 또 거한(^^) 자축 파티를 해야겠지요.
이렇게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고 도전하고, 꿈꾸고
믿음을 만들어 가고, 사랑으로 채우고...
그 사이 참 많은 변화와 발전의 세월이었어요.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대학생, 고딩, 중딩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저도 50대가 되었고 머리가 하얗게 서리가 내렸네요.
세월 참 빠르다~를 실감하면서
농부의 삶이 저절로 느리게 사는 삶으로 바뀌게 되네요.
자연이 조급해서 되는 것 없다는 것을 늘 일러 주었거든요.
귤 주산지 서귀포에는 지금 귤들이 한창 익어가고 있지요.
지금 시중에 출하되고 있는 귤은 극조생이라는 품종으로 저희귤보다
한달정도 일찍 출하 되는 것이예요.저희 귤은 11월 15-20일 경에 수확할 수 있지 싶은데
정확한 것은 그때 가봐서 제가 결정하니까 그즈음해서 공지를 잘 살펴 주세요.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서 값 좋을 때 출하한다고 파란색 귤을 따내리는 것을 보네요.
색깔을 일찍 내려고 색 나는 약을 뿌려서 겉은 색이 많이 났지만
맛은 서서히 드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데 사람들은 마음이 급하네요.
밥으로 치면 끓을때 밥을 푸는 것과 같아요. 밥물이 끓어도 물이 잦아 들고
뜸이 잘 들어야 정말 맛있는 밥을 먹을수가 있는데
정말 맛있는 밥 주는 식당이 드문 것과 같은 현상이네요.
그리고 남들 이미 파장 할때 시기를 놓쳐서 내 놓으면 손님 다 잃을까봐
마음이 급해져서 아직 설익은 귤들을 따내리는 것을 보면서 저 자신에게 다짐하게 됩니다.
느리게 살기도 내 맘대로 잘 안되지만...그래도 자연이 해주는대로 기다리자구요.
저는 꼭지가 노랗게 변하고 안까지 무르익었다는 신호를 보내주면
귤을 따 내립니다.예민한 사람들은 그 차이를 안다고 생각해요.
사실 유기농 귤인 것만해도 그 가치는 맛을 떠나서도 논할수가 없지만
그래도 귤은 과일이라서 입에 맛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으면
입이 거부하는지라 할수 있는 한 자연이 주는 최고의 맛 상태를 기다리지요.
시장에 귤이 지천인데도 반디농장 귤은 도대체 언제 오는거야~하시면서 기다리실 회원님들.
지금 이렇게 귤들이 예쁘게, 신나게, 충실하게 자기 역활을 해내고 있으니까
뜸 잘 든 맛있는 밥 기다리듯...천천히 아래 사진 감상 하면서 기다려 주세요.^^
아래 사진은 어제 귤밭에서 만난 풍경들이예요.
다른 곳에서는 낙엽이 지고 겨울 준비를 하지만
이곳에서는 봄도 여름도 가을도...다 만날 수가 있구요.
남한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이 눈을 하얗게 이고서 내려다 보는데도
아랫녘 풍경은 야생화들이 지천인,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남국 풍경이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서귀포에서 겨우내내 나무에서 갓 따서 보내는 싱싱한 귤을 먹으면서
우리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겨울나기를 준비해 봅니다.
여뀌가 무리지어 핀 귤밭 풍경
귤꼭지가 노랗게 된것은 속까지 무르익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꼭지가 노랗게 될때까지 기다렸다가 익은 것만 골라서 수확하여 내보냈읍니다.
먼저 색을 내고 있는 것을 찍은 것이지만 아직도 주황빛으로 변해야 다 익은 것이지요.
하나도 안달리고 푹 쉬는 나무들은 작년에 많이 달렸는데 올 한해는 푹 쉬고 있네요.
이제는 마음 넉넉하게(^^) 푹 쉬어라~하고 쓰다듬어 주지요.
탱글탱글 참 예쁘지요? 올 가을 햇살이 좋아서 맛있게 익어가고 있어요.
못난이도 있고 덜못난이도 있지만 저는 모두 다 예쁩니다.
봄 냉해, 여름 긴장마 다 이겨낸 굳센 금순이 장금이 귤들이니까요.
봐도 봐도 예뻐서 자꾸 찍습니다.ㅎㅎ...
한 울타리 아래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도 다 다르듯이 똑같이 농사 지었어도
얼굴도 맛도 다 다릅니다.하지만 유기농으로 잘 살아낸 아이들이라 당차기는 똑 같습니다.
유기농 귤, 제대로 알고 계시지요?
화학농약 일체 안치고, 화학비료 안 치고 3년을 재배하여야 인증 받을수 있는 자격이 되지요.
무농약 인증은 화학비료는 일부 쳐도 되지만 저희귤은 모두 유기농으로 향하여 고고씽중이라서
일체 화학비료 화학농약 안치고 재배한거 아시지요?
왜 생긴게 이래, 왜 맛이 이래 하면서 타박 하시는 분들은
이 아이들이 어떻게 고난을 이겨내는지를 아신다면 쉽게 그 말 못 하실거예요.
올해는 여름장마가 3개월 내내 내렸어서 친환경약제로 열흘에 한번씩 소독했는데도
죽은깨가 많아요. 그마저도 빗물에 씻겨서 소독효과가 없어서요.
그래도 가을볕이 좋아서 맛이 잘 들고 있어서 제 기분이 띵호아~입니다.
보기만해도 쓰다듬어주고픈 기특한 아이들이지요.
오늘은 하늘이 말갛게 청명한, 새털구름이 운치있는 가을날이네요.
올 한해 푹 쉬고 잇는 나무들이 반은 됩니다.
나무에서 늦게까지 달아 놓으니 해걸이를 피할수가 없어서 생긴 현상입니다.
수지타산으로치면 완전 마이너스농사이지만 그래도 이 농법을 고집하는 고집쟁이 유기농 농부입니다.
망초꽃이 피어서 방긋 웃고 있네요.
사실 귤밭에서는 이런 아이들이 반갑지만은 않지만(번식을 너무 잘해서)
그래도 꽃 좋아하는 저는 이런 꽃에서도 에너지를 얻습니다.
지금 피고있는 녹차꽃입니다.
향도 강하고 벌들이 많이 모여 듭니다.
녹차 마시기만 했지 녹차꽃은 잘 못 보셨지요?
3년전에 구기자나무 10그루 사다가 담장가에 심어뒀는데
풀속에서 죽었나 하였더니 이렇게 예쁜 열매를 달고 눈부시게 인사를 하네요.
필 받아서 내년엔 백그루정도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불같이 일어나네요.
이거이 뭘까요?엉겅퀴꽃에 필 꽂힌 귤밭 주인이 이렇게 엉겅퀴밭을 만든 증거랍니다.
혼자서 다 피고지고...이렇게 흔적을 달고 있네요. 내년엔 주변에 엉겅퀴 지천이 될것 같네요.^^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돈되는 물건인가 싶어서 물어 보지만
돈하고는 상관없이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기여한다고 모셔둔 것이지요.
낼 모래가 11월인데 이 엉겅퀴와 꿀벌은 서귀포가 남국임을 증명해 보이지요?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추구하고 기원합니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 반디농장님 !!!
님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마음으로 전해지는 그 무엇이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내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가을이 묻어나는 풀꽃 여뀌, 소녀같은 하얀 녹차꽃, 보라색 구기자꽃 , 엉겅퀴
비오는 토요일 ~~ 마음이 맑아집니다.
녹차 꽃 띄운 차 한잔 님들께 올립니다.
주렁주렁 ~~귤들이 너무 예뻐요
정말 자식 같이 키워 내시는 귤맛이 기다려집니다.
반디농장님 , 아자아자 화이팅!!!
별빛님, 정말 닉처럼 마음이 고우신 것 같아요.
댓글에서 전해져 오는 따뜻함과 별빛같은 아름다움이 전해져 오네요.
저는 꽃을 너무 좋아하여 초생재배하는 귤밭 발아래 지천으로 피고지는 풀꽃들조차 얼마나 이쁜지...
여뀌도 무리지어 피니까 너무 이쁘지요?
저는 엉겅퀴꽃을 좋아하여 가시많은 꽃을 귤나무 둘레에다가 심어서 울타리가 될려고 하네요.ㅎㅎ...
소녀같은 하얀 녹차꽃...그 꽃을 띄운 차 한잔을 드리겠다는 고운 마음에 미소 짓네요.
그래도 그 무엇보다도 황금색 귤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최고로 이쁘지요?
좋은책을 읽고 나서 가슴에 꼭 안고 있으면 충만한 행복이 밀려 오는대~~
지금 반디님 글을 읽고 나서 똑같은 경험을 했습니다..거기다가
아~!!예쁜꽃까지 충만한 행복이 두배로 밀려오네요~~ 드라마 대사처럼
반디님한테 계속 빠지는대 나올수 있는 출구를 찾을수가 없내요^^
*명품나무님* *명품반디님*을 알게 돼서..
깊어가는 *이쁜* 이가을 정말 행복합니다.
정호수님...저는 정호수님에게 빠져서 빠져 나올 수가 없네요.
호수님은 마음이 참 따뜻하고, 지혜로우며, 분위기를 행복한 곳으로 이끌며...
참으로 보석같은 정호수님이시라는 것을 점점더 느끼네요.
이 방이 농부의 아내가 등장하면서도 도란도란 재미있어지기도 했지만
정호수님이 아궁이 불을 지펴서 쉬지않고 부채질을 하여 불씨를 살린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제 블로그 댓글도 안달면서 이 방에 와서 북치고 장구치고...한 것도
착한 바보 농부와 그 예쁜 아내가 지쳐서 쓰러지지않고 그 길을 잘 가주기를 바래는 마음이었지요.
함께 어깨동무하고 손잡고 행복한 나눔하며 사는 것을 소망하는데
제 손 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은깨 가득한 귤을 보니 행복해집니다.
반디님 하얗게 서리내린 모습도 참 예쁘십니다.
당당한 반디님의 외적표현이라고나할까....
마음이 예쁜 사람들....
아~~이 행복바이러스 전염성이 정말 폭발적이네요....
안나~~~님~~~
제가 무신 큰 위대한 일을 한다꼬 머릴 어찌나 써댓는지 요 몇년사이 머리가 하얗게 시어 버렸답니다.
늘 모자를 뒤집어 쓰고 다녀서 사람들이 몰라보다가 머리 보여주면 모자벗지 말라네요.ㅎㅎ...
올해는 저도 안식년이 필요해~하며 흐느적대다가 가을이 되어서야 간신히 기운 치리고서
이 방을 기웃대다가...뭔가 나를 잡아당기는 그 무엇...
착한 바보 농부와 예쁜 각시가 지쳐서 쓰러질까봐 걱정이 되어서 오지랖을 떨다가보니
하느님이 보우하사~~~ 점점더 행복바이러스가 가득해지네요.
유라인 정호수 감물수호천사가 나타나서 메가톤 행복바이러스를 마구 뿌려대네요.ㅎㅎ...
참여뀌 가득한 귤밭 어여 가서 보고싶네요. 보여주신 관심과 열성만큼 주인장이 시원치 않아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참농부의 반열에 올라서 계신 반디농장님, 꽃길 가득 환히 밝혀주셔서 만땅 고맙습니다. 늘 황홀한 등대처럼 비춰주실거죠? 저도 늘 어깨동무 하면서, 찬찬히, 느리게 지켜드릴게요.
나무님...제가 서울에 있을때부터 이 예쁜 두부부가 잘 이겨내는지를 지켜봐 왔지요.두분 책도 나오면 다 사봤고.
그 세월이 벌써 십년이 되어가네요.힘든 가운데도 길을 만들고 닦아가며 천천히,성급하지않게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나무님을 보면서...저는 반드시 꿈꾸는 것을 이루실 것이라 믿었지요.
그동안 말 없어도 늘...지켜보며 잘 해내실 것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저야말로 얼결에 여기까지 온 듯 싶어요.
그게 어느덧 7년이 넘어서니 이제사 농부라고 말해도 쑥쓰럽지 않게 되었어요.
나무님이 선배시니 저야말로 나무님네가 등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