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문화일보 2011-7-29
<사설>유엔 킬링필드 재판관에 임명된 정창호 부장판사
정창호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사진)가 내달 1일자로 유엔국제재판관으로 임명돼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특별재판부(ECCC) 전범재판에 참여하는 건 대한민국 사법사에 긋는 또 하나의 획이다. 2009년 3월 선출된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2008년 11월 임명된 권오곤 유고전범재판소(ICTY) 부소장에 이어 세번째다.
정 부장판사는 2008년 주(駐)오스트리아 대사관 사법협력관으로 파견된 이래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등 국제무대에서 지명도를 넓혀왔다. 유엔본부 법률국이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추천해 이뤄졌다.
킬링필드 재판은 크메르루주 정권이 '노동자·농민의 천국'을 만들겠다며 1975∼1979년에 걸쳐 지식인, 안경을 썼거나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 심지어 손이 흰 사람 등 자국민 170만명을 고문 살해한 주범 4명을 단죄하기 위한 '세기의 재판'이다.
지난달 27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개정된 이래 세계의 관심도는 독일 나치 전범에 대한 뉘른베르크 재판에 버금간다. 한 세대 훨씬 전의 대학살 참극이지만 반인류범죄엔 시효가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에 대해서도 국제형사재판소의 예비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대한민국 법관의 자질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정작 국내에서는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탈적 판결과 언행이 숱하다. 그 자부심과 자신감이 국내로 환류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제고로 이어지기 바란다.
(보도) 동아일보 2011-7-27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광주지법은 정창호(44ㆍ연수원 22기) 부장판사가 다음 달 1일 자로 UN 재판관으로 임명된다고 27일 밝혔다.
(자료사진: Heng Chivoan/Phnom Penh Post) 8월1일 개최된 ECCC 회의에 참석한 정창호 판사가 발언들을 경청하고 있다. 그는 ECCC '예비재판법정'(1심) 국제판사로 임명되어 이 회의 개막 직전에 취임선서를 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다음 달 말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전범재판소(ECCC)의 재판관으로 파견될 예정이다.
ECCC는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범인 크메르루즈 4인방의 전범재판을 담당하기 위해 캄보디아 법관 3명과 UN 파견 법관 2명으로 구성된 특별 재판부이다.
이 재판은 지난달 27일 시작됐으나 UN 파견 법관 1명이 일신상의 이유로 그만둬 정 부장판사가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법 문방진 공보판사는 "국제 형사재판소에 한국인이 재판관으로 파견된 것은 송상현 국제형사 재판소장과 권오곤 국제 유고 전범 재판소 부소장에 이어 3번째"라며 "대법원이 정 부장판사의 전문성을 높이 사 UN에 추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서울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국제통상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sangwon700@yna.co.kr
(보도) 인터넷 법률신문 2011-8-4
[인터뷰] 캄보디아 특별재판소 재판관 임명 정창호 부장판사
"30년 지난 사건… 결론보다 증거의 적법성 문제가 더 중요"
“단순한 재판을 넘어 국제인권문제에 관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기 때문에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캄보디아 특별재판소(ECCC) 재판관에 임명된 정창호(44·사법연수원 22기)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1일 열리는 재판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을 앞두고 밝힌 소감이다.
그는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제기구에서 봉사하고 기여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높아졌고, 국제연합(UN)도 우리나라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유엔재판관으로 선발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우리 법조인들이 국제사회에서 기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송상현·권오곤·박선기씨 등 선배 국제재판관들과는 달리 UN 선거를 통해 선출된 것이 아니라 유엔 사무국 법률실(Office of Legal Affairs, OLA)의 철저한 인물 검증절차를 거쳐 임명됐다. 그가 유엔과 인연을 맺은 것은 비엔나대표부에 파견돼 그곳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사실 국제무역은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무역에 관한 국제통일법규를 만드는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무역환경을 위해선 매우 중요한 회의이고, 그래서 무척 큰 책임감을 느끼면서 참석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입장을 잘 반영하면서도 유엔 전체를 위해 기여를 많이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그런 점들이 유엔 법률국이나 다른 회원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판사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CCC는 2심제로 운영된다. 예심 재판부와 1심 재판부(Trial Chamber)는 캄보디아 재판관 3명과 외국인 재판관 2명 등 각각 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상소심 재판부(Supreme Courts Chamber)는 캄보디아 재판관 4명과 외국인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다. 예심 재판부와 1심 재판부는 적어도 재판관 4명, 상소심 재판부는 5명이 찬성해야 결정이 가능하다. 이는 UN이 캄보디아 재판관들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압도적 다수결의 원칙(super majority rule)’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정 부장판사는 예심 재판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대부분이 70년대 사건이어서 30여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재판을 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재판은 유무죄와 형량 등 결론도 중요하지만, 그 수사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이에 기초한 증거의 적법성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의 적법성이 보장돼야만 전체 재판의 정당성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형사재판에서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와 증거의 적법성의 문제에 관한 많은 대법원 판례가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판관으로서 주로 이러한 문제를 많이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
정 부장판사의 부친은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정지형 변호사다. “아버님은 항상 법관으로서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당사자들의 말과 주장을 잘 들어주고, 증거를 열심히 검토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생활자세를 가지라는 말씀이죠. 너무나 당연한 말씀인데, 법관생활을 하면 할수록 정말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재판관 임명 소식을 들으시고 역시 같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장소와 사건은 다르지만 아버지 말씀대로 지금까지 해온 기본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정성윤 기자jung@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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