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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 11
S#1. 특실 (D)
문을 들어서는 수아
문득 햇빛을 등지고 서있던 남자의 실루엣이 보이면서 ‘누굴까? ’ 뜨악한 수아
그녀를 향해 돌아서서 활짝 미소를 띄는 남자, 정현이다!!
수아 : 오빠!
기겁하는 수아
중원 : (못들은 척, 태연한 얼굴로) 안녕하십니까? 장중원입니다.
수아 : (그대로 굳어버린다) ...
중원 : 연락도 없이 이렇게 불쑥 ... 죄송합니다
수아 :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 아니예요
중원 : (한쪽에 서있던 춘복에게) 이이사!
춘복 : (비단보자기로 싼 함을 내밀면서) 저희 진대인께서 오회장님의 쾌유를 비시며 보내는 선물입니다.
향을 피워두면 의식을 회복하시는데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수아 : (의아한) ... 진대인께서요?
중원 : 두 분이 절친한 관계는 아니시지만 다보스 포럼에서 몇 차례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수아 : ... 네에 (그러셨군요)
중원 : (수아를 쳐다보며 / 아주 담백하게) 서울에 가는 즉시 오회장님부터 찾아뵈라고 이르셨는데 ...
일정이 바쁘다보니 늦었습니다
수아 : (중원을 보며)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원 : (그 눈빛에 가슴이 저리면서도 격식을 차려 예의 바르게) 진대인께서는 같은 기업인으로써
회장님께서 당하신 사고 소식을 듣고 몹시 가슴 아파하셨습니다
수아 : (목소리, 억양까지 똑같다 / 가슴이 후들거리는) ...
중원 : 오회장님의 쾌유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씀을 꼭 전해달라셨습니다
수아 : (간신히, 아주 작게) .... 고맙습니다
중원 : (애틋해져서) ... 그동안 ... 고생이 참 많으셨겠습니다
수아 : (그 말에 쏟아질 듯한 눈으로 중원을 애절하게 보는) ...
춘복 : (중원이 속마음을 들킬까봐 조마조마해서 두 사람을 힐끔대는)
수아 : (의미심장하게) ... 3년이예요 ... 30년도 아니고 겨우 3년인걸요
중원 : (수아의 마음이 읽힌다, 애써 담담히) ...
수아 : (중원을 쳐다보며) ... 전 지금도 똑같애요 ... (정현에 대한 마음도 한결 같다는 뜻으로) ... 아빠 사고 당하시던 그 날,
그 마음 그대로인 걸요
중원 : (태연하게) 그 정성 때문이라도 꼭 일어나실 겁니다
수아 : (보는) ...
중원 : (보는) ...
문득, “수아야!”를 부르며 병실로 들어서던 소라, 중원을 보는 순간, 기겁!
입을 딱 벌린 채 수아를 본다
중원, 그런 소라를 보고도 전혀 반응없이
중원 : 그럼 .. (깍듯하게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수아 : (안타까워서) 저, 잠깐만
중원 : (수아를 쳐다보면)
수아 : (불러놓고, 당황) 이렇게 찾아주셨는데 ... 괜찮으시다면 잠시 차라도 한 잔 ...
춘복 : (조마조마한 마음에서) 30분 후에 투자사절단 1차 미팅이 있으십니다
수아 : (간절한 눈빛으로 보는) ...
중원 : (그 눈빛 마주보다가/ 춘복에게) ... 3분만 시간 냅시다
수아 : (놀랜 얼굴로 중원을 쳐다보고 있는 소라에게) 부탁해, 언니
소라 : (넋이 나간 듯 보며) 어-- (차 준비하는 쪽으로 가면서도 자꾸 중원을 보는)
수아 : (소파 쪽으로 가며) 이리로 좀 앉으세요
중원 : (앉으면)
수아 : (마주 앉는) ...
중원 : 깨어나실 희망은 전혀 없으십니까?
수아 : 다행히 뇌간을 다치시진 않으셨다는데 ... 주치의 말로는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아님 평생 저렇게 깨어나지 못하실 지
전혀 알 수가 없다네요
중원 :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회장님께선 반드시 깨어나실 겁니다!
수아 : (보면) ...
중원 : 우리 중국의 고전인 중용에서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습니다.
3년을 한결같이 회장님을 간병하셨다니 ... 하늘도 감복하실 겁니다
수아 : ... 고맙습니다
쟁반에 차를 두 잔 받쳐 들고 오는 소라, 잔을 중원의 앞에 내려놓으면서도 힐끔힐끔 중원을 보다
그런 소라의 시선쯤은 전혀 개의치 않는 중원
다시 찻잔을 수아의 앞에 놓아주고 아웃되는 소라
중원 : (차를 한 모금 마시는) ....
수아 : (그런 중원의 모습을 살피듯 쳐다보는) ....
춘복 : (재촉하듯) 사장님, 출발하셔야할 시간입니다!
중원 : 이제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지요 (일어나는)
수아 : (따라 일어나는)
수아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는 중원
함께 목례를 해 보이는 수아
고개를 들어 수아를 한번 무심하게 보고 그대로 나가는 중원
한쪽에 서서 나가는 중원을 눈으로 배웅하는 수아
따라 나가는 춘복과 타오렌
소라 : 어머머머머, 어머머머, 저 사람, 저 사람!! (문득 수아 앞에서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될 것 같다/ 진정하고)
저 사람 누구니? 누구야, 수아야?
수아 : (애써 차분하고 오회장 쪽으로 가면)
소라 : (따라가면서) 누구냐니까!
수아 : (오회장의 옆에 앉아 손을잡으며) 아빠, 방금 장중원사장이 다녀갔어요. 대륙공사 진대인께서 아빠한테 선물을 보내셨네요.
이걸 병실에 두면 의식을 회복하시는데 도움이 된대요
소라 : (놀래서) 그럼, 저 사람이 장중원이란 말야? 그 러브스토리?
수아 : (여전히 차분하게) 아빠 주무셔, 언니
소라 : (쪼르르 병실 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다가) 세상에 어쩜 ....살다살다... 왠일이니 왠일이니 정말!
S#2. SR전자 사장실 (D)
화를 벌컥 내면서 사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현태
전전긍긍 따라 들어오는 박실장
현태 :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겁니까?
박실장 : 대륙유통 이춘복이사가 사장님이 어디계신지를 묻길래 ...
현태 : (O.L) 내 소재를 묻는 게 날 만나자는 뜻인가요? 그쪽에서 분명히 회장님의 문병을 가고 싶다고 밝혔다면서요?
박실장 : 지금이라도 특실로 가시면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현태 : 기침소리가 천둥소리로 들려서야 어디 파트너가 될 수 있겠어요?
박실장 : 죄송합니다
현태, 나가려는데
뛰어들어오는 미스송
미스송 : 사장님, 장중원 사장이 문병을 마치고 이제 막 떠났답니다
현태 : 그래? (잠시 생각하다) 박실장!
박실장 : 네, 사장님
현태 : 대륙공사 진대인과 우리 회장님이 친분이 있었나?
박실장 : 글쎄요, 금시초문인데요
현태 : 그렇지? 금시초문이지? 진대인과 오회장이 절친한 사이도 아닌데 왜 굳이 장중원이 오회장의 문병을 왔을까? 왜??
매섭게 두 눈을 빛내는 현태의 모습에서
S#3. 달리는 리무진 (D)
나란히 앉아있는 중원과 춘복
중원 : 오회장이 깨어나게 할 방법을 샅샅이 찾아봐요. 약재든, 침이든, 기적이든, 중국대륙을 다 뒤져서라도
춘복 : (자신 없다) 그동안 좋다는 거 다 안해 봤겠어? 3년씩이나 저런 상태라는데 ..
중원 : 3년 아니라 300년을 누워있었대도 포기할 수 없어요
춘복 : 깨어날 가망이 없으니까 그 놈이 오회장을 살려뒀겠지. 1%의 가망성이라도 있었어봐, 가만뒀겠어? 벌써 죽여 버렸지
중원 : 나는 이미 죽었다 되살아난 사람이예요. 가망없다, 희망없다, 절대로 그런 소리 하지마요
기적은 절망이 아닌 희망 속에서 생기는 거니까!
춘복 : (중원의 눈치를 보며) 하기야 뭐, 오회장만 깨나면 애써 증거를 찾을 필요도 없고 좋기야 좋지이
중원 : 무슨 일이 있어도 깨워야해요. 수아를 위해서도! 날 위해서도!
S#4. 특실 (D)
‘정말로 진대인의 심부름으로 온 걸까?“
생각에 잠겨 창가에 서있는 수아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수아 앞을 왔다갔다 어쩔 줄을 몰라하는 소라
소라 : 혹시, 도플갱어 아닐까?
수아 : (자세 그대로) ..
소라 : 도플갱어 몰라? 자신과 똑같은 사람, 분신, 복제, 뭐 그런 뜻이잖아. 아 왜 그런 영화도 있잖니,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거기 보면 부모도 국적도 다 다른 두 여자가 얼굴까지 똑같이 생긴 채 같은 날 태어나
수아 : ...
소라 : 생판 서로 모르고 살아가다가 한 여자가 죽자, 남은 여자가 알 수 없는 상실감에 휩싸인다?
수아 : ...
소라 : 그러다 ... 끝에 어떻게 되더라? (문득 두려워져/혼잣말로) 설마 장중원이 그 사람, 이정현씨 도플갱언 아니겠지?
수아 : (불쑥) 정말로 오빠가 죽었을까?
소라 : 아우 -- 무섭게 그게 무슨 소리야?
수아 : 검찰에서 발견했을 땐, 이미 화장해버린 뒤끝이랬어
소라 : 귀휴허가증이 나왔다잖아, 죽은 사람 소지품으로
수아 : (O.L) 그거야 얼마든지 바꿔치기 할 수 있는 거잖아
소라 :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수아 : 오빠 화장됐다는 기사, 누가 발표했었지?
소라 : 그 얘긴 왜 또 꺼내?
황급히 병실 한 쪽에 놓인(이미 켜진) 노트북의 검색 창에 ‘탈주범이정현’ 이라고 쓰면,
탈주와 화장에 관련된 기사가 수두룩하게 뜬다.
여러 개의 기사명 중에 “탈주범 이정현, 투신 일주일 만에 화장된 것으로 밝혀져”라는 기사를 클릭한다.
오검사가 기자들 앞에서 이정현이 죽었다는 발표를 하는 사진이 CU 되면서
S#5. 서울지검 (D)
검찰청 안으로 쏜살같이 달려 들어가는 수아의 승용차
S#6. 지검 로비 (D)
로비로 달려 들어오는 수아
저만치서 건물 안에서 로비로 나오던 조수사관
수아와 막 스쳐버리고
수아 : (경비에게) 여기 오영신 검사님 방이 어디죠?
경비 : (잘 모르겠는) 누구요?
수아 : 오영신 검사님요, 오영신 검사!
경비 : 아, 오부장님, 여기 안계시는데 ...
S#7. 도로 (D)
달리는 수아의 자동차
그 위로 핸드폰 벨 소리 들리고
S#8. 자동차 안 (D)
운전을 하는 수아, 운전대 위에 세워둔 핸드폰 액정화면에《신현태》란 이름이 뜬다
받으려다가 문득, 어디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난감해진다
울어대는 핸드폰을 받지 못하는 수아의 모습에서
S#9. 특실 (D)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 현태
그 언저리에 서서 현태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소라
현태 : (마침내 핸드폰을 끄고) 어디갔는지 정말 몰라요?
소라 : (당황) 그냥 잠깐 나갔다온다고 했는데 ...
현태 : 내가 있을테니까 홍과장은 그만 들어가봐요
소라 : 수아 오면 같이 들어갈께요
현태 : 수아씨랑... 약속있어요
소라 : 네에 ... 그럼 (돌아서려다가 문득) 저, 사장님!
현태 : (보면)
소라 : 그 장중원이라는 사람 ... 정말 중국사람이예요?
현태 : ... 왜요?
소라 : 많이 닮았잖아요, 아니 닮은 정도가 아니라 제 느낌엔 딱 그 사람같애요
현태 : .... 그 사람이라뇨?
소라 : .... 저. 왜 있잖아요 ... (머뭇대면서 오회장을 쳐다보면)
현태 : (마치 그제야 생각난 사람처럼 /오버하지말고) 아 .. 그 이정현이 ..
소라 : 네, 그 사람요!! 딱 그 사람같다니까요
현태 : 왜 그렇게 생각하죠?
소라 : 제가 그사람을 보는 순간 너무너무 놀랬거든요. 만약에 딴사람이라면 자기를 보고 왜 그렇게 놀래는지 이상하게 여길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나가버리드라구요. 마치 자기를 보고 놀랄 걸 예상한 것처럼요.
현태 : (찜찜해지는) ... 그런 얘기 수아씨한테도 했나요?
소라 : 아뇨
현태 : 잘했어요, 앞으로도 하지말아요
소라 : (불안해서) 정말, 딴 사람인거죠?
현태 : 신분 확인 여러 번 했어요. 믿을 수 없을 만큼 닮았지만 전혀 딴 사람이예요
혹시 수아씨가 흔들리더라도 아니라고 다잡아주세요
소라 : 네, 그럴께요
불안한 얼굴로 돌아서는 현태의 모습에서
S#10. 서울지검 남부지청 전경 (저녁)
남부지청 안으로 들어가는 수아의 차
S#11. 부장검사실 (저녁)
마주앉아 있는 오검사와 수아
오검사 : (수아의 명함을 보며) 오수아씨? 아- 그래요, 생각나요. 그래 오회장님은 좀 어떠신가요?
수아 :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직
오검사 : 저런 ... 그게 언젠데 아직까지 ... 쯔쯔쯔
수아 : 여쭤볼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오검사 : (미소) 말씀하세요
수아 : 이정현씨 ...기억하시죠? 아빠 사건으로 무기징역 받았던 ...
오검사 : 네, 기억합니다 ... 그 친구 ... (는 왜?)
수아 : 그 사람 ... 죽은 게 확실한가요?
오검사 : (보는) ?
수아 : 검사님도 이정현씨의 사체를 직접 보진 못하셨죠? 이미 화장했던 사실을 뒤늦게 아신거죠?
오검사 : 이제와서 그건 왜 ... ?
수아 : (간절히) 부탁드려요, 이정현씨의 사체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누구죠? 그 사람을 꼭 좀, 꼭 좀 만나게 해주세요!
오검사 : (잠시 생각하다) 당시 이정현씨를 담당했던 수사관이 있긴 합니다만
수아 : 그 분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네?
오검사 : (부저를 누르고) 고주임, 서울지검 조성하계장 전화번호 좀 가져와요
수아 : 감사합니다!
S#12. 검찰청 수사과 (저녁)
이제 막 피곤한 얼굴로 수사과로 들어오는 조계장과 김수사관
김수사관 : 계장님, 저녁 뭐드실래요?
조계장 : 짜장면 곱빼기
김수사관 : 밥 드세요, 밥! 점심도 못드셨잖아요
조계장 : (의자에 털썩 앉으며/한숨으로) 그러게, 왜 이러구 사는지 ...
문득, 핸드폰 울리면
조계장 : (발신자 보고 깜짝 놀라서) 어이쿠 부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S#13. 부장검사실 (저녁)
창밖으로 청을 빠져나가는 수아의 자동차를 쳐다보면서 통화중인 오검사
오검사 : SR전자 오병무회장 살인방화사건 기억하지? 그 오회장 딸이 날 찾아왔어. 이정현의 사체를 본 사람을 만나게 해달래
자네한테 보냈으니까 적당히 구슬려서 보내 (끊으려다 말고) 왜 이제와서 새삼스레 사체 얘기를 꺼내는 건지
그 이유는 좀 파악해봐 (수화기 내려놓는)
S#14. 검찰청 수사과 (저녁)
조계장, 뜨악해서 핸드폰을 쳐다보는데, 전화벨 울리더니
수사관1 : (E) 계장님 찾는데요?
수사관1에게서 수화기를 건네받는 조계장의 모습에서
S#15. 다방 안 (N)
변두리의 싸구려 다방
한쪽에 앉아 커피 잔을 손에 쥔 채 초조하게 조계장을 기다리는 수아
이내 들어서는 조계장
수아 : (일어나면)
조계장 : (다가와서) 오수아씨?
수아 : 네
조계장 : (앉으면서) 미안해요, .. 오래 기다렸어요?
수아 : 아뇨,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
조계장 : (수아를 쳐다보면서) 무슨 일입니까?
수아 : 이정현씨의 사체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꼭 좀 만나게 해주세요
조계장 : 3년이나 지난 일을 이제와서 왜 들추려는 겁니까?
수아 : 이유는 묻지 마시고, 제발 꼭 좀 만나게 해주세요
조계장 : 이정현씬 죽었습니다
수아 : 네, 저도 알아요, 아니까 이렇게 찾아왔죠. 제발 사체를 직접 본 사람을 만나게 해주세요
조계장 : 제가 봤습니다
수아 : (믿어지지 않는) 보셨다구요? 검찰에서 알기 전에 이미 화장이 돼버렸잖아요
그래서 담당 구청직원이 구속됐었던 거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보셨다는 거죠?
조계장 : 법적인 변사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저희 쪽에 미리 연락은 왔었습니다. 틀림없는 이정현이었습니다
수아 : 물에 빠진 시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단언하세요?
조계장 : (내심 찔리지만) ... 대한민국 검찰이 엉뚱한 사람을 이정현이라고 발표했겠습니까?
수아 : 엉뚱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죽인 건 검찰 아니었나요?
조계장 : (화난 목소리로) 오수아씨!!
수아 : (지지 않고 당차게) 정말 오빠의 사체였나요?
조계장 : (일어나며) 관둡시다, 이미 지난 일 ...
수아 : (따라 일어나며) 수사관님 명예를 걸고 대답해주세요
조계장 : (보는) ...
수아 : 정말 틀림없는, 틀림없는 오빠의 사체였나요?
조계장 : ... 네 ...
절망한 채 털썩 주저앉아 버리는 수아
그녀의 모습을 죄책감을 지닌 채 바라보다 서둘러 나가는 조계장
S#16. 부장검사실 (N)
우람한 책상 앞에 앉아있는 오검사, 통화중이다
오검사 : (어이가 없어서) 허, 이거야 참! 애비가 그 지경인데 아직도 사랑타령이란 말야?
조계장 : (F) 일단은 돌려보냈습니다만 ... (말꼬리를 흐리면)
오검사 : (마땅찮아) 아, 왜?
S#17. 검찰청 로비 (N)
로비를 걸어 들어오며 통화 중인 조계장
조계장 : 죽은 자가 이정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분명히 보고드렸잖습니까?
오검사 : (F) 무슨 소리야? 난 그런 보고, 들은 적도, 받은 적도 없어!
조계장 : (놀래서) 부장님!
S#18. 부장검사실 (N)
오검사 : 자네도 나한테 그런 보고 한 적 없어, 없는 거야!
조계장 : (F) 그렇게 간단하게 치부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체를 보았느냐고 묻는 오수아의 태도가 심상치않았거든요
오검사 : (O.L) 사랑에 눈먼 여자야, 무슨 짓인들 못해? 그만 신경끄게!
수화기를 내려놔버리는 오검사
의자에 등을 깊숙이 대고 신문 쫘악 펼치는 순간 한 귀퉁이에 실린 기사《장중원 대륙공사 사장, 재계의 비상한 이목 집중》
그 기사 아래 중원이 환하게 웃는 사진이 찍혀있다.
그 신문을 보면서도 장중원을 알아보지 못하는 오검사의 모습에서
S#19. 병원 주차장 (N)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오는 수아의 자동차
차에서 내리는 수아, 핸드백이 천근이라도 되는 양 축 늘어뜨리게 들고 걸어오는데
턱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구둣발
고개를 드는 수아
굳은 얼굴로 수아를 기다리고 서있던 현태
현태 : 어떻게 된 거죠?
수아 : (미안해서 차마 대답을 못하고) ...
현태 : 하루 종일 핸드폰도 안되고 ... 저녁 약속 잊었어요?
수아 : (그제야 생각난) ... 미안해요
현태 : (열 받는다, 그러나 애써 숨기고) ... 걱정했어요
수아 : 정말 죄송해요, 제가 그만 (깜박했어요)
현태 : (결코 화내지 않고 서글픈 미소로) 언제까지 아슬아슬한 당신을 지켜봐야하죠? 눈앞에 있을 때는 겨우 내 사람 같은데
돌아서기만 하면 남 같아지는 당신을 언제까지 봐야 돼요?
수아 : ... 죄송해요, 어디냐고 물으실텐데 ...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어서
현태 : 도대체 어딜갔었는데요?
수아 : (차마 말을 할 수 없어서) ... 그냥 ... 바람 좀 쏘이고 왔어요
현태 : (수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똑바로 쳐다보는, 점점 더 화가 치민다 참자참자, 억지로 누르는데 쉽지않다) ...
수아 : (현태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외면하며) ... 내일뵈요
살짝 목례를 하고 현태의 옆을 스쳐지나가려는 수아
수아의 팔을 붙잡는 현태
현태 : (참고 참아서 태연해 보이는 억양으로) 정말 어디 갔다 ... 왔어요?
수아 : (외면하는) ...
현태 : 날 봐요, 날 보고 얘기해요
수아 : ....안녕히 가세요 (안으로 들어가려면)
현태 : (급기야 터지는 / 수아의 두 팔을 거머쥐고) 수아씨!!!
수아 : (간신히 참았던 감정이 터지며) 그래요, 검찰청에 갔었어요
현태 : ?
수아 : (핑 눈물이 돌며) 너무 똑같아서요, 아니라는데, 딴 사람이라는데 ...보면 볼수록 ... (차마 말을 못 잇고)
사체를 봤다는 사람을 만나야만 믿을 것 같았어요! 정말 죽었는지, 정말 그 사람 시체를 봤는지
냅다 수아의 손을 끌고 자신의 차 쪽으로 가는 현태
수아, 끌려가면서 “왜이래요? 현태씨!” 불러대지만
조수석 문 열고 수아를 집어 넣어버리고 자신도 운전석에 올라타고 급출발하는 현태
S#20. 달리는 현태의 차안 (N)
운전하는 현태와 조수석의 수아
수아 : 어디가는 거예요?
현태 : (엑셀레이터를 더욱 밟는)
수아 : (다소 두려워) 현태씨!
현태 : (곡예를 하듯 앞차를 추월해서 거칠게 운전을 해대면)
수아 : 현태씨!!
순간, 핸드폰의 단축다이얼을 눌러 차안에 다 들리게 통화를 시도하는 현태
신호음 두어 번 떨어지다가
춘복 : (E) 여보세요
현태 : 장중원 사장계십니까? SR의 신현탭니다
불안한 얼굴로 현태를 쳐다보는 수아의 모습에서
S#21. 중원의 집무실 (N)
이제 막 춘복이 건네는 전화를 받는 중원
중원 : (수화기 들고) 전화바꿨습니다
현태 : (F) 술 한 잔 합시다!
중원 : ....
현태 : (F) 묵고 계신 호텔 지하 BAR로 찾아뵙겠습니다
S#22. 달라는 차 안 (N)
중원 : (F) 그럽시다
현태 : 있다 뵙죠
현태, 전화를 끄면
수아 : (화나는) 현태씨, 이런 분이었어요?
현태 : (화난) 날 자꾸 이렇게 만드는 건 수아씨예요!
수아 :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
엑셀레이터를 세게 밟아버리는 현태
공식적으로 대륙공사 진대인과 오회장과는 친분이 없다.
어쩌다 마주쳤는지는 몰라도 ... 그런 사이에 진대인이 문병을 보내?
찜찜했는데 수아가 불을 질러버렸다. 이정현일 리가 없다, 없다
하지만 자꾸 신경이 쓰인다. 놈의 실체를 알아야겠다.
곡예를 하듯이 앞차를 추월해가는 현태
S#23. 중원의 침실 겸 드레스 룸 (N)
거울 앞에 서서 드레스 셔츠에 럭셔리한 커프스버튼을 달고있는 중원
그 옆에서 넥타이를 들고 서있는 춘복, 열받은 얼굴로
춘복 : 거두절미 술 한 잔 합시다? 싸가지 읎는 놈! 그런 놈이 나오랬다고 쭐래쭐래 나가?
중원 : (말없이 춘복이 들고 있던 넥타이를 받아서 매는) ...
춘복 : (문득 생각이 떠오른) 가만, 오회장 문병갔다 온 것 때문에 장사장이 이정현이 아닐까 의심하는 거 아냐?
중원 : (미소로) ....
춘복 : (중원의 표정을 살피며) 오라, 그렇지? 오회장의 상태도 상태지만 일부러 그 자식을 자극하려고 간 거지? 맞지?
중원 : (이제야 알았느냐는 듯 춘복을 보고 웃으면)
춘복 : (마주 웃으며) 아우 재밌어지겠는데? 그 자식을 어떻게 요리하려구? 혼자 보기 아깝다아, 이런 걸 유란씨가 봐야하는데 ...
웃음기를 거두고 돌아서는 중원의 얼굴위로
끼이익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 겹쳐지고
S#24. 호텔 현관 앞 (N)
현태의 승용차 와서 멎고 운전석에서 내리는 현태
벨보이, 조수석 차문을 열어주려면 그를 제지하고 자신이 차문을 여는 현태
그대로 앉아있는 수아
몸을 숙여 수아의 얼굴 쪽으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
현태 : 내려요, 어서!
수아 : 이런 기분으로 손님들 만나서 회사에 득 될 거 없어요
현태 : 손님? 그 남자를 손님으로 생각하나요?
수아 : (말문이 막히는) ...
현태 : 나도 수아씨 못지않게 궁금해요! 그 자가 과연 이정현일 지 어디 한번 부딪쳐봅시다!
현태를 올려다보는 수아의 모습에서
S#25. BAR (N)
재즈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여가수도 보이고 ...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면서 현태와 나란히 홀로 들어오는 수아, 안내받은 테이블로 가서 앉으면
이내, 저만치 나타나는 매력적인 복장의 중원과 춘복
백지장처럼 굳어있는 수아를 쳐다보는 중원
무심코 고개를 들다가 중원을 쳐다보는 수아
천천히 수아에게 다가오는 중원
그런 중원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현태
현태 : (자리에서 일어나며) 갑작스레 찾아뵙게 되서 정말 죄송합니다
중원 : (수아의 맞은편에 앉는) 아닙니다, 그렇잖아도 한 잔하고 싶었어요
춘복 : (중원의 옆에 앉으며) 아주 때맞춰 전활 잘 주셨습니다. 우리 사장님과는 필이 엄청 통하시나 봅니다.
중원 : (미소를 머금은 채 수아를 쳐다본다, 안타깝다)
수아 : (현태를 의식해 중원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
S#26. BAR (시간경과)
건배를 하는 네 사람
춘복은 원 샷으로 술을 마시고
중원은 느긋하게 술을 음미하고
사뭇 긴장해 있는 현태와 수아는 술잔만 부딪쳤을 뿐 술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현태 : 회장님의 문병까지 와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중원 : 저야 심부름꾼에 불과합니다
현태 : SR전자에 입사한 이래 저 나름대로 회장님의 심중까지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중원 : (보는)
현태 : 회장님께서도 저를 자식처럼 대해주셨구요
수아 : (현태가 무슨 말을 할지 불안해지는) ...
현태 : 그런데 한번도 대륙공사에 대한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중원 : (느긋하게 보는)
현태 :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진대인께서 우리 회장님을 그렇게 걱정하시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중원 : (태연히) 진대인께서는 불도저같이 사업을 일궈내신 오회장님의 리더쉽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회장님께서 당한 사고 소식을 듣고 ... 몹시 가슴 아파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수아 : (행여나 정현일까 중원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
현태 : 우리 회장님을 저렇게 만든 범인이 ... 우리 회사 직원이었다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중원 : (느긋하게) 아마 아실겁니다
현태 : (O.L) 혹시 그 범인의 사진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중원 : (현태의 집요한 질문에 내심 놀란다, 무서운 놈이다) ...
수아 : (몹시 긴장한 상태로 중원을 보는) ...
춘복 : (역시 긴장해서 중원과 현태를 번갈아 쳐다보는) ...
중원 : (태연히)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죠?
현태 : (말문이 막히는)
중원 : 그 범인과 우리 진대인이, 아니 대륙공사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현태 :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외람되게도 그 범인이 장사장님을 닮았습니다
순간, 그렇게 말한 현태 자신도, 듣고 있던 모든 이도 긴장한다
중원 : (지그시) 나를요?
현태 : (중원을 보는) ...
수아 : (중원을 보는) ...
춘복 : (현태와 중원을 번갈아 보는) ...
중원 : (푸하하하 웃으며) 그래서 그렇게 다들 나를 보면 놀랬던 거군요
수아 : (중원에게 그대로 시선이 박혀버린) ...
중원 : (웃으며) 오상무께서도 그래서 절 그렇게 쳐다보신 건가요?
수아 : (당황) 네?
중원 : (수아를 똑바로 쳐다보며) 제가 아버님을 해치려한 범인과 그렇게 닮았습니까?
수아 : (차마 대답을 못하고 보는) ...
현태 : (사뭇 도전적으로) 닮은 게 아니라 아주 똑같습니다
중원 : (수아에게 담백한 눈빛으로) 그래서 절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신 겁니까? 단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아 : (당황) ...
현태 : (내심 당황) ....
춘복 : (내심 고소해서) 어떤 신문기사에는 오수아 상무가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말도 있던데 ... 그거 사실인가요?
중원 :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 아, 그런 말도 있었습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 몹시도 가슴 아프셨겠군요
현태 : (내심 놀랍다, 이 놈이 과연 누구인가? ) ....
수아 : (당황해서 중원을 보는) ...
때마침, 아름다운 부르스 곡이 흘러나오면
현태 : (중원을 시험할 요량으로) 수아씨, 저와 한 곡 추시겠습니까?
수아 : (당황해서) 네?
중원 : (수아를 깊은 눈으로 보면) ...
현태 : (일어나며, 수아에게 손을 내미는)
수아 : (중원을 보는 채, 현태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
수아의 손을 잡고 홀 중앙으로 가는 현태
그 두 사람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원
중원의 심정이 어떨까 애가 타는 춘복
무대로 나와서 수아를 껴안는 현태 (격식을 갖춰서)
어쩔 수 없이 현태의 품에 안겨 춤을 추는 수아
현태, 중원에게 가는 수아의 눈길을 춤을 추는 듯 하면서 가리고 가린다.
애타는 눈길로 중원을 보려고 할 때마다 가리고 가리는 현태가 느껴지는 수아.
그 두 사람을 의식하면서도 애써 시선을 피하는 중원
수아와 춤을 추면서 한바퀴 턴해서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중원을 쳐다보는 현태.
그제야 담담한 눈길로 현태를 쳐다보는 중원 ..
S#27. 호텔 입구 (N)
차를 기다리고 서있는 현태와 수아
두 사람을 배웅하고 있는 중원과 한발작 뒤에 서있는 춘복과 타오렌
수아, 중원의 옆모습을 애가 타는 눈길로 쳐다보면서
수아 : (E) 당신이예요, 당신 맞아요, 그쵸?
중원 : (E) (수아에게 눈길을 주지않은 채) 나는 ... 장중원이오
수아 : (E) (중원만을 쳐다보는 채) 아니예요, 아니잖아요 ...
중원 : (자기도 모르게 수아를 쳐다보면) ....
수아 : (E) (그 순간을 놓질세라, 애끓게) 오빠 ....
중원 : .... 제가 ... 사랑하는 여자와 아주 많이 닮으셨습니다
수아 : (보는) !!??
중원 : ... 그래서 ... 가슴이 아픕니다
수아 : !!!
사슴같이 놀란 눈에 절망을 담고 중원을 쳐다보는 수아
“수아씨!”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어느새 수아의 앞에 와서 멎어있는 현태의 승용차
운전석에 타려다말고 수아를 부르고 있는 현태
춘복, 조수석의 차문을 열어주면
묻고 싶은 말, 태산같음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이 타는 수아
그런 수아를 담담한 눈길로 보는 중원
이내 출발하는 현태의 승용차
S#28. 승용차 안 (N)
사이드미러에 비치는 중원의 모습을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애가 타고 타는 눈으로 쳐다보는 수아
S#29. 중원의 집무실 (N)
불이 꺼진 집무실, 책상 앞에 홀로 앉아 있는 중원 ....
S#30. 수아의 방 (N)
외출복 차림 그대로 침대에 오도마니 앉아있는 수아
S#31. 중원의 수련장 (N)
"목계" 아래 돌부처처럼 앉아있는 중원의 모습에서
(F. O)
S#32. 전원주택단지(D)
아름다운 유럽풍의 전원주택단지
담장이 야트막한 집의 차고가 열리면서 나오는 유광일의 외제차
그 위로 찰칵 스틸이 걸리고
S#33. 유란의 새 오피스텔 (D)
윗 씬의 사진을 벽에 붙이는 유란 (운동복차림으로)
그 사진 옆으로 붙여진 샌드위치 가게를 찍은 사진을 CU하면서
S#34. 샌드위치 가게 밖 (아침)
가게 앞에 멎는 유광일의 외제차
차에서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유광일
S#35. 샌드위치 가게 안 (아침)
모던한 분위기의 가게, 셀프다
작은 가게 안이 정장의 비즈니스 룩을 입은 세련된 손님들로 꽉 찼다
유광일, 샌드위치와 원두커피를 들고 주위를 둘러본다
구석에 영자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 앞에 자리가 하나 비었다
유광일 : (그쪽으로 다가가서) 합석 좀 하겠습니다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하는데)
문득 신문을 내려놓는 여자, 유란이다
대뜸 반가워지는 유광일
유란, 신문에 눈을 박은 채 유광일의 머그잔을 들어 자신이 마신다
유광일 : 향이 마음에 드십니까?
유란 : (그제야 파악하고) 어머, 미안해요!
유광일 : 김성수 화백 작품 구입하신 분이죠?
유란 : (비로소 알아보겠다는 듯 미소로) 우리, 구면인가요?
유광일 : 지난 17일 오후 2시 52분, 로댕 갤러리에서 처음, 정확히 사흘 후, 오후 3시 26분, 우리 집 앞에서 두 번째
그리고 오늘, (시계를 보면서) 오전 8시 06분, 우연이 3번씩이나 겹치는 건 운명이란 생각이 드는데 .... 오버인가요?
유란 : 어떻게 만난 날짜와 시간까지 기억하세요?
유광일 : 캐릭터죠
유란 : (풋-- 고혹적으로 웃으면)
유광일 : (문득 안경을 곧추세우고) 가만 ... (뭔가 생각하며 유란을 골똘히보는)
유란 : (내심 긴장하는) ....
유광일 : 왠지 낯이 익는데 ... 우리 예전에 만난 적 있지요?
유란 : (고혹적으로 웃으며 유광일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더 들이밀며) 작업스타일이 너무 올드하시네요, 구엽게도!
자신도 모르게 희죽 입이 벌어지는 유광일의 모습에서
S#36. SR 전자 사장실 (아침)
이제 막 출근을 하는 현태와 뒤따라 들어오는 박실장
박실장 : 사장님, 유럽본부 서재우 전무가 와 계십니다
현태 : (놀래서) 뭐라구?
박실장 : 지금, 오수아 상무 방에 있습니다. 사장님 오시는 데로 연락 달랬는데 부르시겠습니까?
현태 : 헝가리에 있어야할 사람이 갑자기 여긴 왜? .... 오상무 방에서 나오는 대로 오라구 해
박실장 : 알겠습니다
박실장 아웃되면,
서전무의 컴백이 무슨 의미일까 ... 곰곰이 생각하는 현태
S#37. SR 전자 사장, 비서실 (아침)
사장실에서 나와 미스송의 책상 옆으로 다가오는 박실장
박실장 :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로) 서전무, 올라오라고 연락해!
미스송 : (수화기를 들고) 미스 리, 나야 ... 사장님 출근하셨어! 서전무님 오시라고해 (수화기 내려놓으며) 무슨 걱정 있으세요?
박실장 : (한숨 내쉬며) 미스 송은 (큼큼 냄새를 맡아대며) 안맡아져?
미스송 : (큼큼 코를 벌름거리다) 뭐가요?
박실장 : (답답해서) 이 전운(戰雲) 이 안 느껴져? 이 폭풍속의 고요 ...
미스송 : (뜨악해지고) ?
S#38. 기획상무실 (오전)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수아와 서전무
수아 : 이제 그만 본사 근무를 하셔야죠
서전무 : (웃으며) 그렇잖아도 향수병에 걸릴 지경이예요. 오상무께서 저 좀 꽉 잡아주십시요
수아 : 가신다고 해도 붙잡아야죠. 대륙공사하고 중요한 협상을 앞둔 시점인데 전무님 같은 분이 도와주셔야지 누가 하겠어요
서전무 : 대륙공사 장사장은 ... 만나보셨구요?
수아 : ... 네
서전무 : (물끄러미 보다가) 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수아 : (보는) ...
서전무 : 사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도 아니고 ...사진을 보는 순간, 어찌나 놀랬는지 ...
수아 : (씁쓸히 웃으며) 사체를 봤다는 수사관을 만났어요. 맹세코 이정현씬 죽었다고 단언을 하더군요
그게 아닐텐데 ... 복심이 가득한 얼굴로 수아를 쳐다보는 서전무
이내 노크소리 나고 들어오는 미스리
미스리 : 전무님, 사장님께서 찾으십니다
S#39. 사장실 (D)
마주앉아있는 현태와 서전무
두 사람 앞에 차를 놓아주고 아웃되는 미스송
현태 : 오신 줄 알았으면 마중이라도 나갈 걸 그랬습니다
서전무 : (의미있게) 제가 무슨 손님인가요?
현태 : (비수 같은 말투로) 대신 배웅은 확실히 해드리겠습니다
서전무 : (또다시 내보내겠다는 말이다 / 여유만만 웃으며) 대륙공사와 협상중이시라구요
현태 : (보면)
서전무 : 제가 옆에서 도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현태 : (필요 없다) 실무 담당자들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서전무 : 3년이면, 신사장께서 절 신뢰할만한 세월 아닙니까?
현태 : (보면)
서전무 : 그런데도 또 나가라시면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는 게 낫겠는데요?
현태 : (자신을 협박하고 있다, 노려보면)
서전무 : 방금 오수아상무를 만났어요. 예상대로 장중원이 이정현이 아닐까 노심초사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 생각엔 장중원이 이정현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현태 : 무슨 뜻입니까?
서전무 : 이정현이 탈주 후, 내 방에 숨어들었었거든요. 그때 일을 자세히 오상무에게 전달만해도 ...
가뜩이나 장중원이 이정현이라고 믿고 싶은 오상무 입장에서는 물불 안 가릴 것 같은데 ...
이래도 날 유럽지사로 또다시 쫓으시겠습니까?
꼼짝없이 서전무를 옆에 두게 생겼다.
그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는 현태의 얼굴위로
정기사 : (E) 딱 걸렸어!
S#40. 부동산 사무소 (D)
목걸이 귀걸이를 주렁주렁 매단 중년 부인 두 명을 앞에 앉혀놓고
충청남도를 확대한 지도를 가리키며 연신 침을 튀기는 정기사
정기사 : (지휘봉으로 한 곳을 탁 치면서) 요기, 요기가 딱!! 그 자리다 이거여. 행정수도가 오네 마네
웬만한 사람들 다 찧고 까부는 디도 요 금싸라기 땅은 쥔이 으찌나 고집이 쇠씸줄인지 끄떡 읎었당께.
여자1 : 그런데 왜 이제와서 팔겠다는 거야?
정기사 : 아따 누님도! 내가 누구요, 정택수! 자, 운 좀 떼보쇼 잉?
여자1 : (재미나서) 정!
정기사 : (노래로 불러대며) 정녕 그대가 원하신다며언~
여자2 : 택!!
정기사 : 택수 이 한 몸 뽀사지게 받쳐서
여자둘 : 수!!
정기사 : 수지맞게 해드리것어요오~
여자들 : (박수를 쳐대고 웃어대며) 평당 얼마야?
정기사 : 단돈 백만원!
여자들 : 백만원? 천평이면 도합 10억!!
정기사 : 아따따따 누님도 차암, 자발적기는... 뚜껑도 안 열어보고 식겁한대요?
문득 핸드폰 울어대면
정기사 : 여보쇼? (하다가 놀래서) 오메, 이게 누구시랴?
S#41. SR 전자 사장실 (D)
현태 : (통화중인) 좀 만났으면 싶은데 ...
정기사 : (F) 그렇잖아도 사장님 생각이 굴뚝같았는디 우덜이 으째 이렇게 텔레파시가 통할까요?
현태 : 어디서 보는 게 좋겠나?
S#42. 경마장 마주 관람실 (VIP룸)
몇몇 마주 (모두 VIP 정장 양복차림) 들과 함께 유리벽 너머 아래의 경주로를 내려다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현태.
쌍안경을 들어 발주대 안으로 들어가는 경주마들을 관찰하고 있다가 힐끗 시계를 본다
S#43. 경마장 2층 관람대(D)
4코너를 돌아 결승주로를 질주해오는 경주마들
경주로를 내려다보며 함성을 지르는 관람대의 관중들
그들 틈, 한곳에 있는 정기사
정기사 : 좀더 버텨 임마, 버텨! 버텨! 어이구 저런 ...
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응원하던 선행마가 선입마들에게 추월을 당해버리면, “어이구!” 비명같은 탄식을 토해내는데
결승선을 향해 질주해오던 경주마들이 착순을 분별하기 힘들정도로 간발의 차이들로 한데 뒤엉켜 결승선을 통과해간다.
마침내 비명과 함께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는 정기사
정기사 : 저런 똥 말에 때린 내가 잘못이지!
그때 울리는 핸드폰
발신자를 확인하고, 폴더를 여는 정기사
정기사 : 예, 신사장님!
S#44. 복지관 레스토랑 (D)
커다란 유리벽 너머로 한창 경주중인 경마장의 전경이 보이고
한곳에 앉아 있는 현태와 정기사
현태, 정기사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면서 디스켓 한 장을 넘기면,
정기사, 받아들고 역시 무슨 말인가를 한다
그 은밀한 모습들이 여러 컷 찰칵찰칵 스틸이 걸리고
현태, 무심코 돌아다보면,
검은 선글라스를 쓴 타오렌, 둘의 시선을 피한 채 유리벽 가까운 한곳에 앉아 밖을 보며,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척한다.
(통화하는 게 아니라 실은 카메라로 찍고 있음)
S#45. 중원의 집무실 (D)
대륙공사 서울지사장과 직원1, 춘복과 마주앉아 회의중인 중원
서울지사장 : (중국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특수를 노리는 한국 유통업계의 중국시장 공략이
(본격화되었습니다)
문득, 중원의 핸드폰에 메시지 도착음이 울린다
양복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보는 중원
중원, Anycall v600의 액정을 회전해서 전송된 사진을 본다
디스켓을 건네는 현태와 정기사가 찍힌 사진 CU
내심 놀란 마음으로 그 사진을 쳐다보는 중원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가서, 다시 액정화면 돌려 전화를 하는 중원
중원 : (중국말) 타오 렌, SR신현태가 아닌 자를 추적해라. 그가 정택수다!
S#46. 거리 (D)
달리는 정기사의 차
그 뒤를 쫓는 타오 렌의 짚차
S#47. 정기사의 차 (D)
껌을 짝짝 씹어대며 희희낙락 신이 나있는 정기사
현태 : (E) 그러니까 자네 임무는 두 가지인거야, 알겠나?
정기사 : (웃으며) 두 가지 아니라 백가지인들 못하것어. 신현태 사장이 꿀꺽 SR전자를 먹는 날까지 ...
(비식 매섭게 웃으며 /충성안할 것처럼) 나야 충성이지, 충성!
S#48. 기획상무실(D)
책상에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는 수아의 모습위로
S#49. 비젼 (호텔 현관)
수아 : (E) (중원을 쳐다보며) 당신이예요, 당신 맞아요, 그쵸?
중원 : (E) (수아에게 눈길을 주지않은 채) 나는 ... 장중원이오
수아 : (E) (중원만을 쳐다보는 채) 아니예요, 아니잖아요 ...
중원 : (자기도 모르게 수아를 쳐다보면) ....
수아 : (E) (그 순간을 놓질세라, 애끓게) 오빠 ....
중원 : .... 제가 ... 사랑하는 여자와 아주 많이 닮으셨습니다
수아 : (보는) !!??
중원 : ... 그래서 ... 가슴이 아픕니다
수아 : !!!
S#50. 비젼 (10부, 특실, 회상)
소라 : 집안의 반대에 부딪치자 여자와 함께 잠적, 스물 세살 때 집안의 끈질긴 추적 끝에 발각, 장중원은 그 길로 끌려들어가고
그 여자는 장중원을 기다리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어머머머머 러브스토리보다 더 슬프다아
S#51. 기획상무실 (현재)
수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는 참지못하고 사무실을 뛰쳐나간다
S#52. 회사 내 한적한 곳 (D)
마주 서있는 수아와 소라
소라 : (열 받은) 너 미쳤니?
수아 : (간절히) 이번 한번만 도와줘
소라 : 이정현씨 죽었어, 죽은 시체를 봤다는 수사관까지 만났다며!!
수아 : 알아, 죽었어, 나두 안다구! 하지만 한번만, 한번만 알아봐줘, 응?
소라 : (터지려는 마음 애써 참고) 수아야 ... 이미 죽은 여자야. 죽은 여자에 대해 무슨 수로 알아보니?
더구나 한국도 아니고 중국인데!
수아 : 현태씨 몰래, 응? 김상무도 박실장도 상해지사장도 다 현태씨 사람이야. 그 사람들 몰래 알아봐야돼
소라 : 수아야!
수아 : 이번만, 이번만 도와줘. 정말 아니면 마음 접고 현태씨랑 결혼할게. 마지막이야, 응?
소라 : (잠시 보다가) ... 도대체 왜 그 여자가 궁금한데?
수아 : (망설이는) ...
소라 : (재촉하는) 수아야!
수아 : 나랑 ... 닮았데
소라 : (기막히다) 너 정말!!
수아 : 거짓말일거야!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난 못 속여! 아니, 속아주고 싶어도, 내 눈이 내 심장이 오빠를 알아봐
소라 : 그 사람이 이정현이라면 왜 너한테 말을 안하겠어 이 바보야!
수아 : 그건 장중원이 이정현이란 사실을 확인한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않아. 딴 생각하지마, 제발 내 부탁 좀 들어줘!
소라 : (안타깝고 답답해서 보면)
수아 : 정말로 그런 여자를 사랑했는지, 아니아니 장사장의 신분도 다시 한번 확인해줘, 응?
걱정이 태산같은 얼굴로 수아를 쳐다보는 소라의 모습에서
S#53. 중원의 집무실 (D)
일본인 오다기리(9부에 나왔던)와 남자2, 중원과 춘복의 앞에서 기업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가만히 듣고 있는 중원
오다기리 : (영어)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 Toyama company는 상인의 이윤은 무사의 녹봉과 같다는
사카모토 회장님의 가르치심을 사훈으로 실천하는 기업입니다
중원 : (영어) 잘 알겠습니다, 다음미팅은 우리 이이사와 정하시지요
일어나는 중원,
따라 일어나 깍듯하게 인사하고 아웃되는 오다기리와 남자2, 춘복
천천히 창가로 가서 서는 중원
플래시백
현태와 춤을 추면서 언뜻언뜻 자신을 보려고 애를 태우던 수아
괴로운 중원 ...
플래시백
중원 : ..... 제가 ... 사랑하는 여자와... 아주 많이 닮으셨습니다
중원 : (마음의 소리) ... 수아야 ... 믿어야돼!
플래시백
사슴같이 놀란 눈에 절망을 담고 중원을 쳐다보던 수아
중원 : (마음의 소리) ... 아프지마라 ... 네가 아플까봐 ... 내 가슴이 탄다 ...니가 울까봐 ... 내 가슴에 홍수가 져 ...
일순, 눈물이 그렁해지는 중원
창틀을 부여잡고 더 이상 참아내기 힘들다는 듯, 꺽꺽--- 신음같은 거친 숨을 토해내는 중원의 모습에서
S#54. 삭제
S#55. 검찰청 앞 (D)
달달달 폐차 직전의 차 한대 검찰청으로 들어온다
간신히 한쪽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려 차문을 꽝 닫는 정변호사
절대로 안 닫히고 약올리듯 활짝 열리는 차문
주차금지, 정도의 푯말을 들고 와 차문에 기대어 놓는 정변호사의 모습위로
조계장 : (E) 정변호사님?
정변호사 : (돌아보고) 어, 조계장, 그렇잖아도 자넬 만나러 왔는데 ...
S#56. 식당 (D)
국밥 정도를 놓고 마주앉은 정변호사와 조계장
정변호사 : (웃으며) 관둔다 둔다 엄살하더니 승진까지 했어?
조계장 : 관두면 정변호사님 밑에서 사무장이나 할까 했는데 ...제 월급 감당이나 하시겠습니까?
정변호사 : (웃으며) 못하지
조계장 : 어차피 돈도 못 버실 걸 왜 옷은 벗으셔가지고 ...그나저나 응암동 살인방화사건 무죄 밝혀내셨다면서요?
정변호사 : (히죽 웃으며) 어, 딱 9년 걸렸어
조계장 : (감탄의 눈으로) 하여튼 대단하십니다
정변호사 : 대단하긴 내 할 일 한거지 ...
조계장 : 검찰에 계실때도 정변호사님 모시고 일할 때가 제일 신났습니다
정변호사 : 그래? 그럼 다시 한번 일해볼까?
조계장 : (뜨악) 네?
정변호사 : 한 팀으로 말야, 사건 하나를 재조사했으면 하는데 ...
조계장 : 무슨 ... 사건인데요?
정변호사 : 오병무 회장 살인방화사건
조계장 : (놀래서) 네에? 그 사건을 왜?
정변호사 : (웃으며) 그 사건을 나보고 다시 맡아달라는데? 억울하다고
조계장 : 누가요?
정변호사 : 귀신, 억울해서 구천을 헤매는
조계장 : !!
S#57. 국도 (D)
봄꽃이 흐드러진 아름다운 들판을 달리는 유광일의 외제차
S#58. 달리는 외제차 안 (D)
운전하는 유광일, 조수석의 유란
유란 : 아직 멀었나요? 서울 근방의 갤러린 모르는 데가 없는데 ...
유광일 : 꽁꽁 숨어있죠,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서 ...
S#59. 전원주택단지 (D)
그림같이 아름다운 유광일의 집으로 들어가는 외제차
S#60. 유광일의 저택, 거실 (D)
세련된 분위기의 거실
곳곳에 품격있는 미술품들이 걸려있다
그 그림들을 하나하나 감상하고 있는 유란
와인을 두 잔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유광일
유란 : 집이 아니라 정말 갤러리네요
유광일 : 아내와 이혼한 뒤 내 집에 들어온 여자는 당신이 처음이오
유란 : (고혹적인 미소로) 거짓말!
유광일 : (와인을 건네면서) 속고만 살았소?
유란 : (받아서 한 모금 마시고) 선수같은데 ...정말 변호사세요?
유광일 : 집이 아니라 사무실로 갈 걸 그랬나?
유란 : (소파로 와서 앉으며) 주로 어떤 사건들을 하세요? 민사? 형사?
유광일 : (옆에 앉으며, 은근히 말을 놓는) 승소할 사건들만 하지
유란 : 그럼 아주 유명하시겠네?
유광일 : 58전 50승, 합의조정 6회, 작년 하반기 실적이지
유란 : 58전 50승, 합의조정 6회? 그럼 패소한 두 번은 어떤 사건들이죠?
유광일 : 하나는 내 아내와의 이혼사건이었고 또 하난, ... (다가오며) 당신이 몰라도 되는 사건!
유란 : 몰라도 된다, 그러니까 알고 싶네
유광일 : (유란의 옆으로 더욱 다가오며) 난 ... 당신이 더 알고 싶은데 ...
유란 : (벌떡 일어나며) 작품 보여주신다면서요
유광일 : (이내 자신이 언제 질척였냐는 듯 담백하게) 500점 정도 모이면 전시회를 열까 싶어요,
프랑스에서 콜렉터로 활동하는 내 친구가 얼마 전에 전시회를 열었는데 아주 좋았어요
유광일을 따라 커다란 룸으로 걸어가는 유란
S#61. 작품 보관실 (D)
마치 대학 도서관의 서가처럼 책장이 짜여진 방 안에 그림들이 하나하나 구입한 연도별로 일목요연하게 놓여있다.
한쪽에 놓인 책상 위에 컴퓨터가 한대 놓여있고 그 맞은편 벽면에는 시디가 수없이(1000 여장 정도) 진열되어있다.
치밀하게 보관된 모습에 놀라는 유란
유란 : 어머나 ... 웬만한 도서관보다 더 훌륭하네 ...(시디를 보고) 음악도 좋아하시나봐요
유광일 : 그건 음악시디가 아니라 사건일지예요
유란 : (두 눈 빛내며) 사건일지?
유광일 : 뭐든 기록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해요. 예전엔 일일이 컴퓨터에 작성했는데
몇 년 전에 선배 하나가 컴퓨터로 기록한 일지가 들통나면서 작살나는 걸 봤죠 그 뒤론 영상에 기록해요
유란 : 영상에 기록하다뇨?
유광일 : 의뢰인이 사건을 의뢰하는 걸 녹화하는거죠. 요즘은 병원에서도 환자 진료시에 다 녹화하잖아요
수술 후 후유증에 대해 알려줬는데도 보호자가 딴 소리를 한다거나 수술에 동의를 하고도 안했다고 한다거나
뭐 아무튼 자기 보호 차원에서 녹화 해놓는거죠
유란 : 그럼 그동안 사건을 다 이렇게 녹화해놓았단 말이예요?
유광일 : 최근 한 오년까지는
유란 : 혹시 나하고 있는 것도 녹화되는 거 아니예요? (방을 두리번거리면)
유광일 : 왜요? 겁나요?
유란 : 난, 당신과 달리 남편있는 여자예요
유광일 : 그게 무슨 상관이지?
유란을 안으려면 능란하게 빠져나가면서
유란 : 가야겠어요
유광일 : (몹시 아쉬운 얼굴로) 언제 또 보죠?
유란 : 일단, 날 제자리로 갖다놓을래요?
S#62. 국도 (저녁)
달리는 유광일의 외제차
마주오는 트럭과 아슬아슬하게 스치면서
트롯트 “사랑은 아무나 하나~” 전주곡 겹쳐지고 (신나는 것 아무거나)
S#63. 음료회사 공장 마당 (N)
페인트 통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삼겹살 지글지글 구워가며 소주 파티가 벌어졌다
기사들 :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두 사람이 만드는 걸~
기사1 : (들어오는 동욱의 트럭을 보고) 어이, 김기사, 언능와 언능!
동욱 : (차를 주차시키고 다가와) 그렇잖아도 목이 칼칼했는데 ...
술잔을 들이켜고 “어느 세월에~ 너와 내가 만나~ 점 하나를 찍을 까~“ 신나게 기사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동욱
가진 것은 없어도, 하루하루가 즐거운 사람들의 흥이 느껴진다.
동욱, 신명나게 그들과 어울리는데
“형!” 부르며 동욱에게로 달려오는 청년
동욱 : (청년의 손을 잡고 춤을 추려면)
청년 : (동욱의 손을 끌고 한쪽으로 가면)
동욱 : 왜이래 왜이래임마!
청년 : (목소리 낮춰) 돈 떼먹은 일 있어?
동욱 : 아니!
청년 : 사고내고 뺑소니 쳤어?
동욱 : 무슨 소리야?
청년 : 그럼 뭐지?
동욱 : 짱구 돌리지 말고 말햄마, 뭔데?
청년 : 어떤 사람이 형 찾던데?
동욱 : 누군데?
청년 : 글쎄 말해줘도 모른데
동욱 : 뭐?
청년 : 좀 수상하지? 그래서 내가 형 핸폰 안가르쳐줬어. 대신 그쪽 연락처 받아놨어, 자! (쪽지 내미는)
동욱 : (쪽지 받아들고) 이춘복?
갸웃하는 동욱의 모습에서
S#64. 중원의 집무실 (N)
춘복과 중원과 유란이 원탁에 빙 둘러 앉아있다
유란 : 최근 5년간 의뢰한 사건은 다 녹화해놨대, 분명 당신사건도 있을거야
중원 : 사건을 의뢰한 건 수아일텐데 ...
유란 : 날 만난 날짜와 시간까지 정확히 기록하는 남자야. 신현태가 접근한 걸 그냥 흘렸을 리가 없어
춘복 : 그럼... 그 시디만 빼오면 단서를 발견할 지도 모르겠네. 다음번에 갈 때 시디를 좀 빼오면 안돼?
중원 : 그건 위험해
유란 : 일 분 일초까지 기억하는 남자야. 미술품을 구입한 날짜별로 모아놨어. 그런 남자가 시디가 없어진 걸 눈치 못챌 것 같애?
더구나 내가 왔다간 다음에 없어진걸 알아봐
춘복 : 그럼 어쩌지?
유란 : 내가 유광일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쥐도 새도 모르게 들어가서 카피해 와야지
춘복 : 누가?
유란 : 유광일이 중원씨의 얼굴을 알잖아, 중원씨가 나서는 건 위험해!
춘복 : 그럼 나 혼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나 못해못해못해!
유란 : 왜 못해?
춘복 : (울상으로) 내가 사기나 좀 쳐봤지, 도둑질은 평생 볼펜 한자루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야! 전공 함부로 바꾸는 거 아니라구
유란 : 전공이 왜 사기뿐이야? 도박, 연애, 잠긴 문 따기, 춘복씨야 말로 딱인데
춘복 : 그런 자질은 도둑질 하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담력, 담력이 중요하지이! 아참! 김동욱이 찾았어, 김동욱이 시키자!
중원 : (반가워) 찾았어요? 뭐하고 있어? 고생하진 않고? 그걸 왜 이제 얘기해요?
춘복 : 정확히 말하면 ... 찾은 건 아니고, 연락오기만 기다리면 돼. 회사를 여러 군데 옮겨 다녔더라구
때마침 춘복의 핸드폰이 울리면서
춘복 : 여보세요? (사이) 김동욱씨?
벌떡 일어나는 중원의 모습에서
S#65. 여의도 윤중로 (심야)
벚꽃이 흐드러진 거리
끼이익 와서 멎는 동욱의 트럭
저만치 기다리고 있는 리무진
트럭에서 뛰어내리는 동욱
리무진에서 내리는 중원
동욱 : (뛰어오며) 이춘복씨?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정현이를 봤다니요?
중원 : (뚜벅뚜벅 동욱을 향해 걷는)
동욱 : (뛰어오다 한순간 중원을 봤다, 허깨비를 봤나? 두 눈을 비비고) ...
중원 : (뜨거운 가슴으로) 동욱아!
동욱 : (말이 안나오는) 허, 너, 너, 너, ....
중원 : 나다 ... 정현이다
동욱 : (울음이 터지는) ....
중원 : (그렁한 눈물로 두 팔을 벌리면)
냅다 달려와 중원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동욱
아프게 맞아놓고 뜨겁게 미소를 짓는 중원
울면서 중원에게 안기는 동욱
그를 와락 끌어안고 속으로 울음을 우는 중원의 모습에서
S#66. 동 거리 (시간경과)
벚꽃 아래 리무진에 기대 서있는 중원과 동욱
이미 모든 얘기는 끝났다
동욱 : 우선은 니 누명부터 벗자, 어떻게 할까? 뭐부터 할까?
중원 : 고맙다
동욱 : 고마워? 넌 나구 난 너야 새꺄!
중원 : (뜨거워져서) 동욱아!
동욱 : 너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것 보고 하나님 개새끼라고 욕했다, 나!
하지만 널 이렇게 살려주신걸 보니까, 하나님 안죽었다, 살아있어!
중원 : 신은 절대로 죽지 않았다! 참고 계실 뿐이지 ... (벌떡 일어나며) 하지만 난 더 이상 참지 않는다!
동욱 : (따라 일어나며) 그래, 죄 없는 사람을 짓밟고 깨부수고 으깬 놈들 심장에, 폭탄 하나씩 던져주자!
중원 : 고맙다, 동욱아!
와락 거머쥐는 두 사람의 손을 CU하면서
(F. O)
S#67. 호텔 헬스클럽 (D)
힘들어 죽겠는 얼굴로 러닝머신을 뛰고 있는 춘복
그 모습에서 찰칵, 스틸이 걸리면서
정기사 : (E) 이춘복, 대륙유통 마케팅 이사? 장중원이 오른팔!
S#68. 동 헬스클럽 (D)
타타타타타 매서운 눈으로 샌드백을 때리는 중원
그 힘찬 모습에 찰칵, 찰칵 스틸이 걸리면서
정기사 : (E) 장중원, 대륙유통 사장, 사장이라 ....
S#69. 중원의 하우스 밖 (N)
마치 호텔의 지배인처럼 양복을 차려입고 로얄스위트룸 근처를 얼씬거리는 정기사
정기사 : (굳게 닫힌 문을 스윽 쳐다보고 보이스 레코딩 기능이 있는 MPIO SMART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4월 23일 22시 06분 현재 찾는 사람 아무도 없음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정기사의 모습에서
S#70. 호텔 1층 로비(N)
엘리베이터에 이제 막 올라타는 유란과 젊은 사내 하나
S#71. 엘리베이터 안(N)
맨 꼭대기층을 누르는 유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확인하는데
젊은 사내, 고혹적인 유란의 모습을 자꾸 힐끔거린다
S#72. 중원의 하우스 쪽 엘리베이터 앞 (N)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정기사
S#73. 엘리베이터 안 (N)
10층, 11층으로 올라가는 층수를 쳐다보는 유란
문득, 자신의 복장을 내려다본다, 변장을 하지 않았다
행여, 장중원을 만나러 왔던 SR전자측의 사람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황급히 핸드백을 열어 요란한 가발을 꺼내려는데
힐끔, 유란을 쳐다보는 사내
차마, 이상하게 여길까봐 가발을 꺼내지 못하는데
S#74. 중원의 하우스 쪽 엘리베이터 앞 (N)
껌 하나를 다시 까서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는 정기사
S#75. 엘리베이터 안(N)
결국 핸드백에서 가발을 꺼내지 못하는 유란
자꾸만 유란을 끈적한 눈길로 쳐다보는 젊은 사내
냉랭하게 눈길한번 주지 않는 유란
S#76. 중원의 하우스 쪽 엘리베이터 앞 (N)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정기사
이내 땡,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내리는 유란
올라타는 정기사
서로를 의식하지 못한 듯 유란은 중원의 하우스 쪽으로 정기사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S#77. 엘리베이터 안 (N)
1층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는 정기사
퍼뜩 .... 자신을 스쳐지나갔던 고혹적인 원피스차림의 여자가 떠오른다.
황급히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문을 손으로 밀치며 나가는 정기사
S#78. 중원의 하우스 앞 복도 (N)
중원의 하우스 쪽으로 심상하게 걸어오는 유란
이내 커브를 틀어서 번득이는 눈으로 유란의 뒤를 쫓아오는 정기사
그 두 사람의 모습이 한 프레임에 잡히면서
그린로즈11회.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