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대한민국에 정말 이런 회사가 존재할까?
- 경쟁이 아닌 상생, 독점이 아닌 나눔의 경영
- 인사고과의 40%는 동료에 대한 사랑과 배려로 평가
- 빵집 업계 최초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이윤의 15%를 직원에게 성과보수로 지급하는 회사
- 하루 빵 생산량의 3분의 1, 매달 3천만원 이상의 빵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는 사랑의 빵집!
1956년, 대전역 앞에서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한 성심당은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라"는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어느덧 창업 60년을 맞이했다.
5년 동안 성심당을 연구해 온 김태훈 작가는 1년 동안 인터큐와 심층 취재를 통해 성심당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고 한다. 그가 쓴 글 일부를 정리하여 성심당 이야기를 간단히 하고자 한다.
1956년 흥남부두에서 기적적으로 간신히 배를 타고 피난내려온 임길순 씨는 밀가루 두 포대를 밑천 삼아 대전역 앞에 천막을 치고 찐빵을 만들어 팔았다. 먹을 것이 모자라 굶는 이들이 많았던 시절, 순전히 어려운 이웃들을 먹이기 위해 시작한 장사였고, 그것이 성심당의 출발이었다.
성심당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빵을 나누어 왔고, 때론 파는 빵보다 기부하는 빵이 더 많았다. 그리고 2세 경영을 맡은 임영진 대표가 단팥빵과 소보로, 도넛의 3단 합체이자 성심당 최고의 히트상품인 튀김소보로를 개발하자 성심당은 제빵계의 트렌드세터로 각광을 받으며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60년동안 성심당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치며 성장해왔다. 대전 원도심이 쇠락하고, 대기업 프렌차이즈 베이커리의 맹공은 거셌다. 그러던 중 성심당에 큰 불이 났다.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성심당을 바라보며 모두가 끝을 예감한 순간, 가장 먼저 복구작업에 나선 것은 바로 직원들이었다. 누구의 지시도 없이 직원들 스스로 엿새 만에 불구덩이 속에서 화재 현장을 수습하고, 다시 빵을 굽고 매장 문을 열던 날, 성심당은 또 한번 기적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대전 시민들이 성심당 앞으로 몰려들어 빵을 사기 위해 끝도 없이 길게 줄을 서서 매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성심당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꼭 다시 살아나야 한다", "대전에 성심당이 없으면 안된다" 라고 말하며 성심당이 다시 문을 열기만을 기다려준 대전 시민들 덕분에 성심당은 기적적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
성심당의 건물 외벽에는 수도꼭지 하나가 바깥으로 나와 있다. 매장 앞 포장마차들이 물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일부러 바깥으로 설치한 것이다. 포장마차 상인들까지 배려한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빵집으로 영원히 대전을 지키는 빵장수로 남고 싶어 한다. 직원들과 거래처, 그리고 이웃 상인들 뿐 아니라 도시 전체와 함께 성장하며 모두가 행복한 경제를 만들어가는 것, 그 감동의 이야기를 담아 작가는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썼다고 한다.
울림에서 10월 22일 대전문화유산답사가 있던 날 답사 후 일행은 잠시 짬을 내어 옛충남도지사공관에 들렀다.
이곳에서 성심당 6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시회는 옛도지사공관 건물 1, 2층이 꽉 차게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었고, 아기자기 하고 볼거리도 풍성했다. 공관을 보존하기 위해 못질도 전혀 하지 않고 꾸민 전시회라고 했다.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나오니 건물 옆쪽에서는 성심당의 다양한 엽서와 스티커들을 제공하고 있었고, 출구 쪽에서는 성심당이 시작할때 밀가루 두포대로 시작했다는 점 때문인지 성심당표 밀가루 한봉지씩 선물로 나눠주고 있었다.
들어가고 나올때 거치게 되는 공관의 정원도 너무 아름답고 아늑한 분위기라 이 장소가 더 멋있게 느껴졌다.
이 기념전시회는 성심당을 대전의 대표기업이고, 좋은 일 많이 하는 제과점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성심당을 다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원들을 사랑하고, 그 주변을 배려하고, 대전의 어려운 이웃들을 60년동안 한결같이 챙겨온 기업..
그래서 모두가 이제 끝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잿더니로 변한 순간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수습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성심당의 진심을 알고 있던 시민들이 재기를 도와 일부러 줄을 서서 매장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일화를 모르고 있던 내게는 가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고, 너무 감사했다.
성심당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설명할때 이제는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