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박지원, 서훈 前 원장을 고발했다 합니다. 전직 원장을 고발하면서 자세한 설명도 없습니다. 달랑 두 문단이 전부입니다.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을 처음 들고 나올 때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제대로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보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수단이 다른 어디도 아닌 국정원이라는 점입니다.
안보를 책임지는 군과 해경을 정치의 수단으로 동원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가 정보기관을 정치의 한 복판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국정원이 권력자의 '맥가이버칼'처럼 쓰였던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행태입니다. 역사가 후퇴하는 것 같아 통탄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5년간 피나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실제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오늘 일은 그 모든 노력을 하루 아침에 허물어 버리는 짓입니다. 집권 세력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두 번째로는 너무 속이 뻔히 보이는 수입니다.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요. 참고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동해 선박 송환 사건을 국민의힘이 들고 나온 건 한참 전의 일입니다.
오늘은 대통령 순방에 청와대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즉 민간인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세상의 시선이 잔뜩 쏠린 날이었습니다. 특히 답사단과 선발대에까지 참여해 순방 일정을 좌지우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날, 국정원을 내세운 겁니다. 해도 너무합니다. 이 정도면 누가 보더라도 순수성을 의심할만 하지 않습니까. 마치 정치 검찰들이 자극적인 정보를 하나씩 던지며, 여론을 몰아가는 듯 합니다.
국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고작 취임 두 달인데, 정도를 걷지 않고 꼼수로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듯 하지만, 쉽게 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