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는 분들은 퍼날라주세요~
1318virus의 반성을 바라며, 그리고 대안을 고민하며
- 바이러스의 [학원탐방] 기획 속에 문제의식 부재
공현
당혹스러운 [학원탐방] 기획과 그 문제점
1318virus에 2월 22일부터 실리기 시작한 기획기사가 있다. [학원탐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그 기획기사들은,
지금까지 2월 22일 금요일 그리고 27일 수요일 두 번 업로드 되었으며 그때마다 메인 헤드라인을 차지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소수정예로 목표 이루는 학원 '카이스타'」 「재수생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리는 학원」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이 기사들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이건 뭐야? -_-”하는 심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에이 설마…” 하면서 기사 내용을 읽어본 나는 더욱 암울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기사 내용이 완전히 학원 광고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특목중·특목고·서울대 반 운영을 하는 학원, 땡땡이는 생각도 못하는 학원, 내신성적 4% 이내 학생만이 들어갈 수 있는
학원, 학부모에게 학생들의 출입을 감시하여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학원, 들어갈 때 휴대폰을 모두 압수당하는 학원,
학원시간운영조례를 어기고 밤 11시 정도까지 운영하는 학원이 아무런 비판적 내용 없이 마치 당연한 사실인 양, 학원 정보라는
명목으로 광고되고 있었다.
1318virus는 어떤 언론인가? 본래 청소년들의 권리와 자치를 위해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언론사업부로 시작한 언론이었다. 그렇기에 상당히 규모 있는 인터넷언론으로 성장하면서도 여러
청소년운동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성실하게 보도해왔던 언론이었다. 때로는 비청소년들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되던 사건들에 대해서 청소년들의 관점으로 새로운 보도를 내곤 하는 언론이었으며, 종종 좌파적이거나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인
청소년운동을 하는 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행사라거나 청소년들의 행동 등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는 언론이었다.(예컨대
최근에 있던 광명 진성고등학교 두발자유 시위도 1318virus에만 다른 언론보다 먼저 직접 전화를 해 알려줬었다.)
1318virus가 지금도 홈페이지 ‘회사소개’에 걸고 있는 내용 중 일부를 보자.
2000년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창간으로 시작한 인터넷뉴스 서비스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청소년 뉴스라는 차별성으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청소년의 권익을 우리 사회에 대변하려는 정신으로, 그동안 성역 없는 보도를 통해 진실을 전달해왔습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주)는 국내유일 국내최대의 청소년 전문 인터넷언론입니다.
<바이러스>는 청소년의 생각과 문화, 고민 등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뉴스에 담아갑니다. 하루 8~14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 청소년은 사회와 단절될 수밖에 없습니다. 강제 야간자율학습ㆍ보충수업, 비인권적 두발규제 등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청소년의 목소리를 보도합니다.
‘회사소개’에서부터 청소년들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1318virus가 [학원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입시사교육 기관들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광고하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배반이다.
바로 얼마 전에는 새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 편집장인 정혜규 씨가 입시경쟁교육에 대해 비판하는 칼럼을 연재하고서, 채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이런 종류의 기획기사를 메인 헤드라인에 거는 것에 나는 정말이지 난감함을 느낄 따름이다. 종종 언론에서
광고와 기사 사이의 괴리가 이야기되곤 하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학원을 광고하는 내용의 기사가 메인에 보도되는 것은 그런
범주조차 아니다.
심각하게 이야기하면 1318virus의 [학원탐방] 기사는 입시경쟁이나 입시사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 온 여러 청소년운동들과 쌓아온 관계에 대한 배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입시경쟁, 입시학원, 입시사교육에 대해 비판적
보도도 많이 내오던 언론이 그 전의 태도들과는 180도 다른 태도로 입시학원 광고 기사를 싣는 것은 대체 뭐 때문인 걸까?
‘대중성’의 함정
1318virus의 [학원탐방] 기사가 처음 나갈 때 제일 앞머리에 “이
제 곧 새학기가 시작된다. 서점과 문구점에는 새 주인을 기다리는 책과 문구용품이 가득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상점을 찾는
청소년들의 모습도 눈에 띄게 늘었다. 더불어 청소년들은 새학기 성적향상을 위해 나에게 맞는 학원은 어디이며 어떤 학원이 좋은지에
궁금해 하고 있다.” 라는 문구가 있었다. 결국 1318virus는 청소년들이 궁금해 하고 있으니까, 이런 정보를 원하고 있으니까 이런 기획을 잡아서 메인에 걸고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덧글 중에도 “기자는 사실을 정보를 그대로 써서, 궁금해 하는 몇몇의 독자를 위해 기사를 쓴다. 이 기사가 뭐가 그리 나쁜데?? 솔직히 궁금해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거라 생각하나?” “우와, 요즘 학원 정보 많이 올라오네요~ 평촌 학원가 유명하던데.. 대치동이랑 비교하면 비슷한가요?”와 같은 반응들이 분명히 있다.
1318virus가 이처럼 “읽는 사람들이 원하니까”라는 논리가 깊이 배어 있는 기사나 편집을 행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예컨대 2007년 6월에 올라온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앨범 19금 받을까?」라는 표제의 기사는 메인에 배치되면서 다른 제목으로 “이미 젖어버린 옷을 벗고 싶어” 같은 문제가 된 선정적 가사들이 커다랗게 노출되었었다.(2005년 3월에는 「연예기사 더 야하게, 더 자극적으로」라는 제목으로 그런 식의 언론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기사가 1318virus에 실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때로는 청소년인권 현안을 다룬 내용들은 좀 더 아래로 밀리고 연예계 소식이나 연예인에 대한 기사들, 인기 드라마 이야기
등이 메인을 차지하는 배치를 하기도 했다. 그런 기사들 중에 그것이 청소년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라거나 하는 청소년언론만의
문제의식이 배어 있는 기사는 많지 않았다. 내 편파적 판단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것이 순전히 조회수(히트수)를 올리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 편집이었다.
그러나 운동으로서의 언론활동은, 이른바 ‘대중’들의 욕구에 맞춰가는 ‘대중성’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단 ‘대중’이라는 다수의 사람들에 맞추다보면 배제되기 쉬운 다양한 소수들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과연 ‘대중’이 실체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미 청소년인권을 침해하는 사회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고, 또 거기에 익숙해져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그냥 “우리는 ‘대중’이 원하는 걸 보도한다.”라며 스스로의 가치판단과 문제의식을 포기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현재의 시스템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진 언론활동이 될 위험성이 많다. 학원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그런 것에 대해 다른 대안적인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은가? 또는 같은 정보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방식과 다른
관점에서 기사를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1318virus의 청소년언론운동으로서의 방향성은 거짓인가?
그동안 드러났던 몇몇 문제점들, 그러나…
그동안 1318virus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내가 활동하는 청소년인권단체 안에서 내부적으로는 여러 이야기가 오갔었다. 언론에서
“씨”의 호칭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성인’(비청소년)인 반면, 10대나 그 이하는 무조건 “양” 아니면 “군”을 받게 되는
언론의 차별적 호칭 습관을 1318virus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던가, “이성교제” 같은 이성애중심주의적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술 먹은 청소년 범죄위험 몇 배”라는 식의 청소년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보호주의적·규제주의적인 이야기들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쓰는 일도 있었다.(대개는 국가청소년위원회의 보도자료 등을 그대로
옮겨 쓴 기사였다.) 이런 건 청소년언론으로서 섬세한 문제의식과 성찰이 필요한 부분들이다.
한편 자극적인 표제를 뽑아서 행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건 언론으로서의 양심이랄까 기자의 역량이랄까 자극적인 걸로
낚시를 하려는 언론의 생리랄까 뭐 그런 문제일 텐데, 예를 들어 학생인권을 요구하는 집회에 대한 기사 제목을 「두발자유집회 몇명 올까?」라고 한다거나 청소년인권운동에 대한 전반적 토론이 오갔던 행사에 대해 「‘두발자유 대안학교 포괄못해... 시야 넓혀야’」라는 제목을 내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리고 나와 같이 활동하는 여러 사람들은 그래도 1318virus가 청소년들의 권리에 대한 요구나
입장, 그리고 청소년들의 행동·활동들을 가장 잘 전달하고 공론화시켜주는 언론이라고 믿었다. 그래도 나는 유일한 청소년언론으로서의 1318virus의 가치를 생각하며 1318virus과의 관계를 좋게 하려고 애써왔고 함부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내가 1318virus의 규모 있는 청소년언론으로서의 영향력과 지위를 생각해서 눈치를 봐온 것도
사실이고….
생각해보면 1318virus에 많은 신뢰를 갖고 있었기에 나라거나 내가 아는 몇몇 활동가들은 항상 덧글 정도로만 의견 표명을 해왔고 그 동안 노출되었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그 이상의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런 덧글들이 그동안 거의 반영되지 않은 듯 보이는 것도 1318virus의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대안을 고민하며…
긴 글 읽으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짤막하게 결론을 요약하고자 한다. 이번에 1318virus가 메인 헤드라인으로 게재한
[학원탐방] 기획은, 더 이상 내가 1318virus를 신뢰할 수 있는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게 어쩌다 한 번 나온 기사여도
그 내용이 문제가 될 판에, 시리즈로 3개, 4개씩 올라오는 기획이라니, 어쩐지 더 이상 답이 없다는 막막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나는 1318virus에 대한 배신감을 이런 공식적인 글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또 그와 함께 이를 계기로 이 기회에 그동안
1318virus에 느껴왔던 여러 불만들까지 한꺼번에 이야기하려 했다.
이제 나는 1318virus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다른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에 동의하는 많은 분들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으며, 그런 고민과 대안 모색에 함께할 것을 제안 드리며 난잡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