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추(秋)자는 온들판에 벼(禾)가 처서무렵의 마지막 불볕(火)더위로 완전히 익어서 황금들판을 이루었으니 빨리 걷어들여야한다는 글자이다
또 이글자를 재미있게 수수께끼로 말을 만들었으니
불붙은나무에 새한마리가 앉아있는 글자로 둔갑한다
나무(木)와 불(火)이 어우러져있는데 그 가운데 나무꼭지에 작은새(') 한마리가 덩그란히 오뚝 앉아있는모습이 앙증스럽다
추수동장(秋收冬藏)은 가을에 들판에서 잘익은 곡식을 알뜰히 제때에 걷워들여 집안 창고에 저장해두어야한다눈 뜻이다
***********가을추(秋)자를 보면 곧바로 저 유명한 구양수의 추성부(秋聲賦=가을을 노래한 글)가 생각난다
秋聲賦
歐陽修
歐陽子方夜讀書, 聞有聲自西南來者, 悚然而聽之,
曰:"異哉!" 初淅瀝以蕭颯, 忽奔騰而砰湃
구양자, 바야흐로 밤이라 책을 읽는데, 소리가 서남으로부터 오는 것이 있음을 들은지라,
놀라듯이 소리를 듣고서 말하였다.
"이상도 하구나!" 처음에는 비 오는 소리 같던 것이 음산한 바람 소리 같이 들리더니,
문득 기운차게 뛰어올라 물결 부딪치는 소리로다.
如波濤夜驚, 風雨驟至. 其觸於物也, 鏦鏦錚錚, 金鐵皆鳴;
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不聞號令, 但聞人馬之行聲.
마치 파도가 밤에 놀라며 바람 비가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듯 하니
그것이 물건에 닿으매 칼소리며 무딘 쇠붙이 맞부딪치는 소리를 하여 금과 철이 다 운다.
또 마치 적을 향하는 병사가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 것과 같아서 호령도 들리지 아니하고
다만 사람과 말의 가는 소리만 들린다.
予謂童子:"此何聲也? 汝出視之."
童子曰:"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間."
予曰:"噫嘻, 悲哉!此秋聲也, 胡爲而來哉?
내 동자에게 말하기를 ;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너 나가서 이를 보고 오너라."
동자가 대답하길; "별과 달은 희고 맑고 은하수 하늘에 있는데,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소리는 나무가지 사이에 있습니다."
나는 말하였다. "아! 슬프도다! 이것이 가을 소리로다. 어찌하여 왔는가?"
蓋夫秋之爲狀也;其色慘淡, 煙霏雲斂;其容淸明,
天高日晶;其氣慄冽, 砭人肌骨
대개 저 가을의 모양, 그 빛은 참담하여 안개 흩어지고 구름걷히며,
그 모양은 맑고도 밝아 하늘높고 햇빛 투명하며,
그 기운은 무섭도록 차가워서 사람의 살과 뼈를 찌르는 듯하며,
其意蕭條, 山川寂寥. 故其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 豊草綠縟而爭茂,
그 마음은 몹시 쓸쓸하여 산천이 적적하고 고요하다.
그러므로그 소리 몹시 구슬프고 절박하며 부르짖듯 세차게 일어난다.
풍성한 풀은 짙은 녹색으로 화문 놓으면서 다투어 무성하고,
佳木蔥籠而可悅;草拂之而色變, 木遭之而葉脫;其所以摧敗零落者,
乃其一氣之餘烈.
아름다운 나무 시퍼렇게 무성하여 기뻐할 만하더니,
풀은 가을 소리에 떨리어 빛이 변하고 나무도 이것을 만나서 잎이 떨어지니,
그 꺾여 시들고 영락하는 까닭은 곧 하나의 기운이 너무 매운 때문인 것이다.
夫秋, 刑官也, 於時爲陰;又兵象也, 於行爲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대저 가을은 형관이요, 시절에 있어서는 음기이다.
또 무기의 象이라, 오행에 있어서는 금이되니, 이것을 천지의 의기라고 한다.
항상 쌀쌀하게 말려 죽이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天之於物, 春生秋實. 故其在樂也. 商聲主西方之音, 夷則爲七月之律.
商, 傷也;物旣老而悲傷.
夷, 戮也;物過盛而當殺.
하늘이 만물에 있어서 봄에는 생장하고 가을에는 열매 맺는다.
그러므로 그것이 음악에 있어서는 商聲이 서쪽의 음악을 주관하고,
이칙(夷則)은 칠월의 음률이 되니, 商(상)은 傷(상)이라,
만물이 이미 늙어서 슬퍼하고 상심하는 것이다.
夷(이)는 살육이라, 만물이 한창 때를 지나면 마땅히 죽게 되는 것이다.
嗟乎, 草木無情, 有時飄零. 人爲動物, 惟物之靈.
百憂感其心, 萬事勞其形. 有動於中, 必搖其精.
슬프다! 초목은 감정이 없는 것이긴 하나 때에 있어서 나부끼어 떨어진다.
사람은 움직이는 물건이 되어 오직 만물의 영장인지라.
백 가지 근심이 그 마음을 감동시키며,
만 가지 일이 그 몸을 수고롭혀서 마음 속에 움직이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의를 움직인다.
而況思其力之所不及, 憂其智之所不能;
宜其渥然丹者爲槁木, 이然黑者爲星星.[검을 이=黑+多]
그런데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바를 생각하고, 그 지혜로 능치 못한 바를 근심함에랴!
그 윤택 흐르듯 붉은 것이 고목이 되고, 그 칠흑같이 검은 것이 백발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奈何以非金石之質, 欲與草木而爭榮? 念誰爲之戕賊, 亦何恨乎秋聲!"
어찌하여 금석의 바탕도 아닌데 초목과 더불어 번영함을 다투고자 하는고!
생각건대 누가 이것을 손상케 하든 또한 어찌 가을의 소리를 두고 한하겠는가!
童子莫對, 垂頭而睡. 但聞四壁蟲聲喞喞, 如助余之歎息.
동자는 대답도 아니하고 머리를 떨군 채 잠자고 다만 들리느니
사방 벽에서 벌레 소리만이 직직 나의 탄식하는 소리를 더해주는 듯하여라.
이 글은 구양수가 52세 때의 가을에 쓸쓸한 바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감흥을,
직서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동자와의 대화 형식을 빌려 쓴 것이다.
가을 바람의 처량함과 만물이 조락하는 경치를 보고,
자연 현상의 변화와 인간의 생활을 연관시켜 인생의 덧없음을 안타까운 탄식조로 노래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는 그의 문장이 쉬우면서도 유창하고,
서술이 섬세한 경향이 잘 나타나 있다.
송(宋) 구양수 지음. 산문. 구공(歐公) 52세 때의 작품이다.
추성부(秋聲賦)는 아방궁부(阿房宮賦) 로부터 비롯된 '문부(文賦)'를 발전시켜,
송대의 賦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산문적인 賦의 양식을 확립한 것이라고 일컬어진다. 賦가 물상(物象)을 형용하는 서사(敍事).서경(敍景) 의 문학이라 한다면,
이 추성부(秋聲賦)야말로 참으로 그 특색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는 글이라 하겠다.
소리, 색깔, 경치, 감정 등 몇 가지 면에서 묘사와 비유를 가하여 변화가 다양한 가을 경치가 지면에서 배어 나올 듯하다.
작가는 자연과 인생에 대한 감개라는 면에 착안하여
이를 가을소리, 가을풍경의 통일과 조화 속에 짜 넣었다.
가을소리를 빌려 우주 만물의 쇠락에서 짧은 인생의 비애를 연상한다 .
이 부는 산문 같기도 하고 시와 같기도 하다.
늘어놓는 수법, 서정적 필치, 형상적 비유를 통해
가을소리의 묘사는 다채롭고 그윽하게 전개된다.
그 사이에 동자와의 대화를 끼워 넣어 독자로 하여금 걷잡을 수 없는 신비로운 흥취와 무한한 감개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