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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행객들이 유럽여행을 갔을 때 으레 부러워하는 것이 하나 있다. 많은 도시들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톨레도와 같은 도시들은 수백년된 건물이 현대문명과 어우러져 도시 자체가 멋과 낭만을 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그런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전란을 치룬 탓에 사적지들이 불타 사라진 경우도 상당하며 일제 강점기 당시 읍성과 전통가옥들이 해체됐다. 근현대에 들어서서는 건설과 개발 논리에 의해 각종 사적지와 전통가옥이 마구잡이로 흔적 없이 사라져갔다. 나주는 전라남도의 손꼽히는 도시로 한때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곳이었다. 전라도의 지명이 전주와 나주를 근거로 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고려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대도시로 꼽혀왔다. 이는 영산강 유역의 물류의 교통 요충지로서의 역할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현대에 들어서자 바로 북쪽에 위치한 광주가 대도시로 발달하면서 나주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도시가 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구시가지 대신 영산강 건너편 빛가람동 일대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성장을 대신하고 있다. 나주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무척 매력적인 도시다. 시 전체에 걸쳐 관광지가 곳곳에 있으며 특히 유럽의 여느 도시에서 볼 법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의 느낌이 물씬하다. 조선시대는 물론 일제강점기 당시 역사의 흔적이 현대와 맞물려 도시 이곳저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주는 금성관을 중심으로 도시 곳곳의 역사유적들을 살펴볼 수 있다. 최근 지자체에서는 도보를 통한 각종 관광코스와 산책로 콘텐츠를 조성해 굳이 차를 타고 이동하지 않아도 다양하게 둘러볼 수 있다. 도보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관광지로써 나주가 가진 장점이다. 이곳에는 골목골목마다 다양한 역사의 현장이 자리하고 있다. 옛 나주목이 자리하던 금성관과 바로 옆 수백년된 팽나무가 서있는 곳은 물론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경찰서와 교회, 학생독립운동의 기점이 된 옛 나주역까지 오랜 역사의 흔적을 구석구석 훑을 수 있다. 옛길을 다시 조성하거나 과거 읍성의 사대문을 복원한 것도 제법 눈길을 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조선시대 이전의 유물들은 대부분 복원해 구성한 경우가 많다. 과거 번성한 도시였던만큼 꽤 큰 규모로 자리했을 것 같은 읍성 성벽들은 오간데 없으며 터만 남은 곳을 복원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는 떨어지는 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역사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한다.
복원의 경우 이미 사라진 사적을 다시 만드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왕 복원을 하려면 옛 건축 방식 그대로를 재현했으려면 좋으련만 시멘트를 발라 현대의 방식으로 구성한 것은 아쉽다. 이는 비단 나주뿐 아니라 우리나라 복원 문화의 총체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경주 못지않게 오랜 세월을 간직한 유적지가 많은 나주에서는 특히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나주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둘러봐야할 도시임이 틀림없다. 고려시대부터 호남의 손꼽히는 도시로써의 흥망성쇠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번으로는 놓치고 가는 곳이 많을 정도로 도시 자체가 역사인 나주의 숨은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심 좋은 먹거리 문화는 덤이다.
트레블라이프=김윤겸 gemi@travellif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