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씨와 백지영씨...(이하 존칭 생략)
미당 서정주는 사후 금관문화훈장을 받았고, 가수 백지영은 아직도 출연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노래는 동료 여가수가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딘가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을 그녀의 마음은 무척 괴로울 것입니다.
백지영과 서정주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을 괘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
겠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예술인입니다.
한사람은 가수고 한 사람은 시인일 뿐입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에게 실례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고 서정주 시인은
확실히 친일행적을 한 사람입니다.
비록 그가 한국문단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하더라도 그의 친일행적은
잊혀져서도, 무시되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그는 순박한 동포 젊은이들에게 일본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는 글을 여러
편이나 썼습니다.
물론 사람은 발전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하지요.
그는 해방 후에 속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지난 과오에 대한 청산 작업이 있어야 했습니다.
고백록과 같은 자기 반성의 시를 썼다면 더욱 좋았겠지요.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전두환 군사정권 때에는 그를 미화하는 발언을 하고 한 자리를 차지했습
니다.
이것은 권력에 아부하는 그의 기질이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정신 속에서 순수 서정시가 꽃피웠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
중국집 주방장이 이웃 치킨집 아주머니와 불륜관계를 맺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가 만든 짜장면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는 다르지 않을까요.
저는 시를 잘 모르지만 시는 그 사람의 인격과 영혼의 울림이 아닐까요.
훌륭한 예술적 능력의 소유자가 비도덕적인 의식을 갖고 있을 때 그것은 우리
사회에 더욱 위험스러운 것입니다.
그의 위대한 예술적 역량에 사람들이 빨려 들어갈 때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불순한 의식에 감염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문화훈장이 수여된 것은 우리 정치풍토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전 세계에서 국회의원 중에 전과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 아니겠습니까.
과거의 잘못을 씻어주는 의식을 자꾸 거행해야 앞으로도 마음놓고 자기 탐욕을
위해 아무 짓이나 저지를 수 있겠지요.
백지영의 비디오는 개인적인 사생활일 뿐입니다.
그것을 본 사람이 오히려 미안해야 하겠지요.
우리사회는 성폭력, 임신중절 세계 1.2위를 다투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여가수의 사생활이 드러났다고 해서 각 방송사에서 출연을 금지
하는 것은 자기모순입니다.
이것은 외국의 언론도 이미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녀의 비디오가 남에게 해를 끼친 것은 없습니다.
그녀가 매춘을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서정주 시인은 분명히 매국적인 행위를 했습니다.
친일행각은 정신적인 매춘입니다.
우리사회가 이런 사회입니다.
가장 큰 범죄는 문제가 되지 않고 사소한 실수는 문제가 됩니다.
수백억을 해먹은 사람은 풀려나고 몇십만원 훔친 좀도둑은 어김없이 철장
신세를 집니다.
경제회복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똑바로 선 나라...
이런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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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엎드린 이웃들
그 밤의 잔재들을 비질하는 새벽
채 끄지 못한 욕망들이 수은등 속에서 졸고
다시 날고 싶은 갈망이 햇살에 퍼득인다.
가난한 아침에 부는 바람은
그대 마음까지 비워내리
까치가 운다.
누가 오는가.
동쪽에선 눈발
문득 동트는 새벽길을 달려 눈밭에 눕고 싶다.
- 작자 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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