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트위터 시대의 죄와 벌
▲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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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거짓 선동가가 판치는 사이버공간… 날조 비용보다 이익이 더 큰 한 근절 어려울 것
아일랜드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동로마제국의 수도 비잔티움을 젊음과 아름다움이 넘치는 유토피아(이상향)로 동경했다.
그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는 '그곳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로 시작한다.
세상은 여전히 '비잔티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지금 세상이 노인을 위한 시대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그곳에 가깝다 하겠다.
나이 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배우고 휴대폰으로 문자 주고받는 것을 겨우 배웠더니 젊은이들은 다시 트위터(twitter)를 들고 나와 그들을 따돌리고 있다.
140자 내의 단문으로 의사소통하는 트위터는 정보의 빠른 확산이 그 특징이다.
만약 내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팔로어(follower)로 등록하면 그가 올리는 글을 내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바로 받아볼 수 있다.
그러면 내 팔로어들은 '퍼나르기' 피라미드를 통해 다시 그의 글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트위터로 무장한 젊은 '검지세대'가 지난 6·2 지방선거의 이변을 불러왔다고 한다.
이에 당황한 청와대는 바로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검지세대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 역시 트위터 사용에 적극적이다.
인터넷이나 트위터와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는 누구나 언론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지식인들은 사이버 공간을 모두가 평등한 직접 민주주의의 이상향으로 여긴다. 하지만 '링크(Linked)'의 저자인 미 노스이스턴대(大)의 앨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교수는 사이버 공간이 평등주의적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사이버 공간이 극소수의 '허브(hub)'가 지배하는 아주 불평등한 네트워크라고 설명한다. 허브란 구글이나 오바마 대통령처럼 많은 네티즌들이 찾는 웹이나 트위터를 말한다.
광우병 괴담이나 천안함 유언비어의 확산에서 알 수 있듯이 사이버 공간은 소수 선동가들의 허브가 판을 치는 디스토피아(Dystopia·이상향의 반대) 세상이다.
천안함 폭침의 진실이 미군오폭설·좌초설·내부파괴설 같은 황당한 유언비어에 묻혀버리는 게 사이버 공간의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부와 정치권이 진정성을 가지고 검지세대에 접근하더라도 유언비어를 당해내기 어렵다.
이러한 디스토피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이익을 추구하고 손실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인센티브는 변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도 범죄로부터 얻는 기대이익(expected benefit)이 처벌의 기대비용을 능가하면 범죄를 저지를 유혹에 빠진다.
사이버 공간에서 악질적인 거짓말을 제작·유포해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이런 행위가 만연하게 된 이유는 범죄적 허브에 대한 처벌이나 손해배상 청구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바라바시 교수는 허브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면 효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범죄적 허브의 처벌 기대비용이 높아지도록 관련법을 개정·강화할 필요가 있다. 범죄적 허브로 인한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소송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처벌 기대비용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사이버 공간의 또 다른 문제는 청소년들에 의한 악성 유언비어 제작·유포 행위다.
베스트셀러 '괴짜경제학'의 저자인 미 시카고대 스티븐 레빗 교수의 청소년범죄 관련 '죄와 벌'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도 성인처럼 처벌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따라서 청소년 악성 허브의 경우 미성년자라 처벌이 어렵다면 그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범죄적 행위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인터넷 예절교육과 더불어 처벌과 손해배상에 대한 교육도 철저히 시켜야 한다.
미국의 코언 형제가 감독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첫 구절에서 그 제목을 따왔다.
영화는 나이 든 보안관의 지혜로도 어쩔 수 없는 어리석고 폭력적인 오늘의 세계를 코언 형제 특유의 냉정한 시각으로 관조한다.
사이버 공간에 만연한 범죄적 행위를 외면하거나 이에 영합하려 든다면 세상은 그 영화보다 더 끔찍한 디스토피아로 변해 갈 것이다.
트위터 시대가 반갑기보다는 오히려 두렵다.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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