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CCTV도 무용지물… 경찰 "마스크 쓴 범죄자 붙잡기 어려워"
심민관 기자
입력 2020.06.28 08:00
지난 9일 경남 창원의 한 시계 수리점에서 A씨가 손님을 가장해 4000만원치 명품시계를 훔쳐 달아난 사건이 일어났다.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얼굴을 식별할 수 없어 범인을 놓칠 뻔 한 상황이었다.
운 좋게도 용의자의 도주 차량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는 바람에 범행 발생 5일만에 경찰은 A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탓에 범죄 행각이 CCTV에 고스란히 잡혀도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바이러스를 차단해 방역의 필수품이 된 마스크로 인해 일선 경찰들이 범죄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범행장소나 은행 현급지급기 등에 설치된 CCTV를 통해서도 범인의 얼굴을 파악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특히 최근 버스나 지하철 이용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소매치기 같은 절도범죄가 발생해 CCTV에 범행 모습이 찍혀도 용의자를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게 됐다고 호소한다.
물론 CCTV에 얼굴이 찍히지 않았다고 해서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CCTV에 얼굴이 나오지 않은 범인을 식별하고 검거하기 위해 다양한 수사기법을 개발해왔다. 그만큼 범인 식별을 위한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얼굴이 안 나와도 CCTV로 범인의 동선을 끝까지 추적해 신용카드 사용기록 등 범인을 특정할 단서를 찾아낸다"며 "다만,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들어 해당 부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마스크 착용으로 범인 특정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악용, 범행이 한층 더 대담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CTV가 범죄를 억제해주는 심리적 효과가 있었는데, 최근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되면서 그 효과가 매우 약해지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범죄건수도 늘어나고 범행도 대담해지는 쪽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최근 미국 워싱턴주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되면서 범죄자들이 상황을 악용, 대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얼굴이 특정되지 않는 범죄자들의 경우 형사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공법학 교수는 "CCTV로 얼굴이 파악되지 않은 이상 경찰이 범인으로 특정해 형사재판을 받게 하려면 증거 확보가 중요한 관건"이라며 "경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범인 특정과 검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기소를 하더라도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얼굴이 특정되지 않은 피의자에게 형사처벌을 가하긴 어려워 무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 사태로 나타난 새로운 부작용인 것 같다"고 했다.
기술개발 업체들도 마스크로 인한 CCTV 범죄 억제력 약화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분위기다. 영상인식 기술 전문업체인 알체라의 김정배 사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마스크 등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어도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며 "7월 이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사장은 "마스크로 가려져 화면에 나오지 않은 얼굴을 완벽히 복원하기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 어렵다"며 "화면에 나온 부분을 토대로 식별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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