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해
2012년 홍콩 영화인데 한국 개봉은 안한 것으로 돼 있다.
<네이키드 솔저>의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았고
감독을 했던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가벼운 코믹물의 영역을 넘지 못했던
왕정 감독의 2012년 야심작, <대상해 The last Tycoon>.
영화의 무대가 된 상해의 대상해 극장을 딴 제목보다 The last Tycoon이라는 영문제목이
훨씬 내용을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사실 홍콩 느와르란 게 이미 지나 가버린 장르인데다
기성세대들이 젊은 날을 추억하는 도구에 불과한 요즘,
다시 느와르에 이렇게 막대한 투자를 한 제작자가 대단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영화는 1910년대와 1930/1940년대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실 주윤발의 존재감이 가미된 무게 보다는
그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황효명의 카리스마가 훨씬 돋보인다.
영화와 현실을 분간키 어려운 몰입도 때문에
황효명의 연기가 너무나 인상적인 나머지
마치 주윤발의 실제 젊은 시절이었던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그렇게 주윤발이 묻어갈 정도로 황효명의 연기가 뛰어났다.
극 중 모 장군으로 분한 오진우 역시 악역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홍금보’야 뭐 워낙에 제 역할을 해내는 배우고...
주윤발/황효명의 여자로 분한 원천과 막소기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났다.
사실 시나리오의 시작은 원천으로 시작되었으나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현재의 아내인 막소기가 더 돋보이는 듯 해 의아했는데
종반부에서 그 의문은 아주 제대로 멋지게 해소된다.
결국 이 영화는 사내들의 신의(의리)와 남녀 간의 절개와 사랑을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는 애국애족의 배경으로 숨 가쁘게 그려낸 영화다.
의리 사랑 애국 이 모든 주제가 한 편의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융합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눈 앞의 이익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배신을 거듭하는
한국 조폭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은 이런 의리나 사랑이
얼마나 덧없고 비현실적인지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 한편에서는 그만큼 비현실적인 주제가
몸서리쳐지도록 그리웠던 것은 아닐까?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현대의 이 살벌하고 개인적인 사회에 사는 우리가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우정과 의리 또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찌됐건 2020년 코로나로 시끄러운 형국에 방콕하며 오랜만에 '느와르'다운 느와르를 보았다.(상영시간: 119분)
첫댓글 재미 있겠네요 어디서 볼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