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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효경이를 보내고 벌써 네번째 맞는 추모제다. 그날은 그가 남기고 간 사랑과 그의 산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희말라야 설벽에서 영면한 벗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남은 우리들은 그가 바랬던 것처럼 서로를 부둥켜 안고 기뻐하는 모임을 연다. 사람들이 살아 간다는 것! 가장 가까운 곳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있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기쁜 함께 나누는 즐거움이 내 가슴속에 뛰놀고 소소하지만 정말 커다란 그런 행복을 느낀다. 우리는 그러하듯 서로에게 꽃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꽃이라고 부를때 나도 함께 피어나는 아름다운 이 세상의 꽃이 되고 그런 우리는 꽃동산을 이루는 것이 아니던가?
그 행사를 맞이하면서 시간이 되는 몇 분이 한백 모암을 더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먼저 작업조로 출발을 하였다. 올라가는 길은 우리가 사랑을 꿈꾸듯 그러한 꿈을 꾸는 소나무가 바위와 함께 숨쉬고 있는 [꿈꾸는 소나무 길]
오백만년 만에 선등을 서는 회장님 모습이 바위에 뿌리는 내린 소나무처럼 굳건하게 흘러내리는 바위결을 두 발을 심고 뚜벅 뚜벅 올라간다. 마치 매끈 거리는 그 바위를 걷듯이 올라가는 모습이 불타같다. 오랫만에 선등을 서시는 회장님 모습을 보니 기쁘다.
두번째 주자로는 명섭형님이 줄을 잡으신다. 서울에서 등반 활동을 하시다 일때문에 울산으로 오신 형님이시다. 그 후덕함과 모범적인 삶의 방식이 많은 회원들에게 힘을 주신다. 산악회 힘든일을 마다 하지 않으시고 늘 앞장서서 봉사하시는 그 넉넉함이 정말 푸근하신 분!
세번째는 명섭형님 형수님! 세상사 이익에 그다지 신경을 안쓰는 그 넉넉한 남편의 품성을 늘 자랑 비슷하게 말씀하시면서 남편 별명을 [어리버리]라고 불러주는, 형님만큼이나 넉넉한 여자 대장부! 재미난 농담과 늘 밝고 맑은 웃음을 선사해 주시는 고마우신 형수님이시다.
네번째는 내가 올라가고 내 뒤를 이어 아내가 그 아름다은 길 [꿈꾸는 소나무길]을 오른다. 슬랩은 처음인데 그래도 제법 발에 체중을 싣고 끙끙 거리면서도 잘 올라온다.
이제 선등그룹은 세번째 피치로 향하고...
아내가 후미에서 초보자들을 리드하고 있는 윤선 후배 확보를 본다. 자세가 제법 경륜이 묻어 있는 등반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확보를 보는 풋내기다. ㅎ
날이 너무 더워서 회장님께서 2번째 쌍볼트 지점을 지나서 그늘이 있어 확보 보기 편안한 소나무 밑에 확보점을 잡았지만.. 윤선후배는 후배들의 안전한 등반을 위해서 땡볕에도 불구하고 중간 피치점에서서 후배들 확보를 본다. 등반이라고는 생전 처음해보는 차희후배의 친구를 당겨 주느라고 힘이 많이 들텐데도 웃음을 지어주는 윤선후배의 모습이 고맙다.
형님 내외분의 싱그러운 미소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천년 세월을 웃으며 살고 있는 소나무처럼 푸근하다.
오랫만에 선등을 서시는데도 마른자리 진자리 딱딱 골라가면서 후등자들을 배려하는 노련한 회장님의 부처같은 웃음이 사람을 기쁘게 한다.
벽상에서 바라다 보는 세상은 정말 아름답다.
내 눈에는 탐심으로 가득한 이 세상 사람들이 안 보인다. 부와 권세를 위하여 사람을 속이고 능멸하고 짓밟고 사는 그런 처절함도 눈감고 싶은 추악한 장면들도 안보인다.좀더 잘 살아보겠다는 그런 안달 복달하는 마음도 안보인다. 그저 평화롭고 아늑한 자연만이 내 지치고 병든 심신을 달래주는 것이다. 벽상에서의 바라봄은 언제나 말 그대로 나에게는 가장 심도 깊은 [힐링캠프]다.
아내도 그 자연의 치유력을 느끼는 지 요즘 모습이 밝고 맑다.
마지막 등반자인 상복 후배의 모습이 드디어 흰 고래등처럼 깨끗한 바위 사면위로 나타난다. 천화대에서 줄을 함께 묶고 이번이 두번째다. 그의 선그래스가 신록과 어울려 더 멋지게 보인다.
선등그룹은 이제 마지막 피치점으로 올라서고...
좀 시원한 세번째 피치 확보점에 도달한 윤선후배가 이제 조금 더위로 부터 해방될 시간이다. 사면에는 햇볕이 있지만 시원한 바람이 수시로 불어 등반하기에는 딱 좋은 날이다.
[꿈꾸는 소나무길] 정상에서 저 멀리 영남 알프스 봉들을 배경으로 멋진 미소를 보이는 회장님!
정상에서 바라본 백운산 중앙벽인 한백암이 그 장엄한 모습을 보인다. 그길을 개척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이 [꿈꾸는 소나무길]에 함께 볼트 자리를 정하고 비로서 그 멋진 소나무들의 꿈을 우리가 함께 나눌수 있게 했던 몇년전의 추억들이 그 길을 만들던 동료 용철/광억 선배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떠오른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고사 직전의 바위속에 뿌리는내린 풀이 애처로워 보인다. 어서 시원한 빗줄기가 한차례 퍼 부어 주기를 바라면서...
정상에서 밑을 바라다 보니 계속되는 폭염을 피해 얼음골로 모여준 차량의 행렬이 참으로 빼곡하다. 산위는 이렇게 시원하고 좋은데...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로운데...
정상에서 후배들 챙기느라고 고생한 윤선 후배를 위로 올려 보내고 나머지 세 사람의 확보를 본다.
생전 처음 벽이란 곳을 올라서 본 기분이 어떨가? 차희 후배 친구분의 정상 포퍼먼스가 멋지다.
이렇듯 툭 터져 버리는 기쁜 미소를 가지고 있는 벗들이 옆에 항상 있다는 것은 분명 너무나 명백하게 행복한 일이다. 아내가 제법 사진을 잘 찍는다. ㅎ
그리고 단체 사진 몇 장을 찍으면서 그 평화와 기쁨을 우리 가슴속에 남겼다.
등반을 마치고 우리 보금자리인 둥지에 모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1진으로 출발한 작업조들이 올라왔다. 자문님/용철선배/성훈후배/용희후배... 바쁜 시간들에도 산악회를 위해서 시간을 쪼개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 한백이라는 굴렁쇠는 잘도 굴러간다. 부탁한 시원한 막걸리 몇병으로 깔끔하게 목을 축인 후.. 페인트 도색 작업및 평상 바닥 고르기 작업을 착수 ... 여럿이 힘을 모으니 금방 평상과 배낭용탁자가 이쁘게 옷을 갈아입는다. 이제 이곳을 찾는 등반자들은 좀 더 편안하게 사용을 할 것이다.
일은 즐겁다. 함께 하는 일은 더 즐겁다. 웃으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즐겁다.
한백 마스코트인 귀여운 유정이가 벌써 많이 자랐다. 아빠 말을 빌면...사씨 성을 가진 춘기란 사나이를 사귀고 있다나 모라나..ㅋㅋㅋ. 붓을 들고는 옷에 페인트를 묻혀가면서 아빠를 열심히 돕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
윤선후배와 함께 평상 구석 구석을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유정이의 모습이 천사같다.
도색 작업을 마치고 나니 해가 들어가고 잠시 잠시 시원한 바람이 분다. 회장님께서 오늘 슬랩신께서 강림을 하신 까닭에 쉽지 않은 한백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설렁 설렁 줄을 걸어 주신다.
성훈이는 청출어람을 오른다. 막걸리 열잔을 먹었다는데.. 그 어려운 청출어람을 텐션한번 없이 깔끔하게 선등을 선다. 막걸리 덕택인가? ㅎㅎㅎ
작업과 등반을 다 마치고 하산을 해서 비박 장소에 다시 모이니 식구들이 한 팀 두 팀 들어와서 잔치가 벌어진다. 맛난 두치무침과 매콤한 불닭이 입맛을 자꾸 돋운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큰 행사나 작은 행사나 늘 산악회 식구들을 위해서 맛난 먹거리를 챙겨주는 한백 대장금 이난희 여사께서 오늘도 큰일을 해 주신다.
그렇게 추모제 전야제는 술잔속에 정을 담아 흘러 내리고.... 밤하늘에는 교교한 달빛이 흘러 내린다.
우리는 기분 좋은 하루를 그렇게 또 마무리 한다. 기쁜 우리의 시간들이 기억속에 또 그렇게 차곡 차곡 저장이 된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서로에게 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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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30 1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