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현대사, 위대한 3년 1952~1954》
-인보길 지음/기파랑 2020년판
역사는 언제나 공평해야 한다
1
지금의 오십대 연령층으로 한국의 역사에 대해 교육을 받아온 성인세대에게 이승만 전 대통령이라고 하면 대개 어떤 생각이나 이미지가 떠오를까.
우선, 당시로서는 드문 해외 미국 유학파 출신의 인텔리이고, 해외(주로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했으며, 대한민국 건국 초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육이오 전쟁 후 거제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반공포로들을 독단적인 판단으로 국내로 탈출시키고, 종신 대통령으로 가려다 3.15 부정 선거로 말미암아 4.19 혁명이 일어나면서 대통령 지위에서 자진 하야했으며, 이후 미국 하와이로 출국하여 그곳에서 사망했다는 정도로 개개인별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이 정도의 사실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색적인 사항으로 여행 중 스위스에서 만난 외국인인 프란체스카라는 여성과 결혼해서 지금껏 대통령으로서는 유일하게 외국인을 영부인으로 두었다는 정도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조선일보 신문사 논설위원을 역임한 인보길 선생이 지은 이 책 《이승만 현대사, 위대한 3년 1952~1954》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더 많은 사실, 다시 말해 1954년 이전까지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 한 이 전 대통령의 활약상을 상세하게 기록한 논픽션인 동시에 한 편의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육이오 전쟁 휴전 체결 후 한국의 정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954년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해외 출장에 나간 남한 측 정부관계자들의 검소한 체류 지시, 외국 정치인들과의 회담이나 외국 언론사와의 회견에 사용할 문서 내용들을 사전에 직접 영어로 타이핑하는 모습, 아직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대중에게 주요 정치 사안에 대해 일일이 그때그때 파악할 수 있도록 밝히는 계몽주의적 담화, 주요한 정치적 사안들에서 고뇌하는 모습 등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이 곁들여져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 전 대통령의 면모를 새롭게 알 수 있게 한다.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이 다스리던 무렵에 이십대의 팔팔하고 혈기왕성했던 청년 이승만의 활약-독립신문, 매일신문 등 한글전용 신문을 발간하고 논설주필로 활약, 일제 식민통치로부터 독립을 위한 3.1만세 운동 주도와 한성 임시정부 수립과 동시에 미국, 영국 등 해외 제 국가에 선포 등-은 이 책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부분으로 그에 대한 그 동안의 편협된 시각을 다소 바꾸도록 유도한다.
2
역사는 항상 현재진행형인 운동성이 강한 부문으로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아주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한결같이 언급하는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는 변함없는 원칙에 따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추가, 혹은 삭제, 왜곡시킴으로서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고, 설령 역사가 진실에 가깝다 하더라도 후일 변화하는 세계정세는 기존의 역사관을 어떤 식으로든 바꿀 소지가 다분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발간된 책을 보면 소비에트식 공산주의를 민주 진영에서는 공산 제국주의로 칭하기도 하고, 서구 제 국가들을 여전히 제 3세계나 사회주의 진영에서는 서구 제국주의라 칭하기도 하는 일부의 시각처럼, 이 땅의 근현대사에서 맹활약을 했던 초창기 정부 수반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에서 잣대를 원칙적으로 들이대기란 곤란한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의 역사와 관련한 사실들에서 모든 부분을 무조건 부정하거나, 긍정한다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시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말미에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같은 정치적 진영과 계보로 놓고 본다는 뚜렷한 사실로 다소 어색하거나 불편할 수도 있는데, 지금의 다소 변화된 세계정세와 한국의 정치, 경제 상황을 놓고 볼 때 지은이의 시각과는 별도로 또 다른 시선을 독자들에게 이 책은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해 비교적 세세하게 다뤄지고 그려진 자료들은 유용하다고 하겠다.
이런 유형의 자료들에서 우리는 ‘이승만’이라는 한 인간에만 순수하게 주목할 기회도 제공받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연구되거나 탐문되지 않은 채 수십 년간 먼지에 파묻힌 자료들도 아직 엄청나다고 하고, 최근에는 그에 대한 그동안 파묻힌 채 공개되지 않았던 다큐멘터리 영화도 극장가에서 공개되며 국민들에게 소소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그의 전 생에 걸친 활약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되거나 사장되지 않아야 하며, 역사적 사료들에 대해서 모든 독자나 국민들이 올바르고 제대로 알 권리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역사는 이들에게 판단을 오롯이 맡겨야 한다. 지금 이 땅의 국민들 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해 있기 때문이다.
(2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