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실로아와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제 기억력이 워낙 형편 없어서리 정확치는 않지만 근 반 년만에 본 듯 합니다.
메가박스에 도착하기 전만 해도 <쿵푸팬더 2>를 관람할려고 했는데
막상 영화관 매표소에 들어서니 조조 영화를 상영할 시간인데
영통 아줌마들은 거기 다 모였는지 매표소 앞이 아짐니들로 바글 바글(^^) 하더군요. 헉!
웬일인가 봤더니 <써니>라는 영화를 볼려고 손에 손잡고 온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급 마음이 바뀌어 <써니>를 보기로 하였습니다.
게다가 실로아가 언니랑 통화하더니 당연히 <써니>지 무슨 애들보는 <쿵푸팬더>냐고 쫑크 먹었답니다. ㅋ~
10시 10분 전에 매표소에 도착한데다가 줄을 서다보니
겨우 겨우 표를 끊고보니 공교롭게도 맨 앞 좌석이더군요.
예전에 맨 앞 좌석에서 영화 보다가 목에 깁스할 정도로 뻐근했던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리
상영관에 들어갈 때는 에잉~ 하고 투덜 투덜하며 들어갔더랬습니다.
벌써 상영이 시작되었는지 낯익은 배우가 초반에 등장하였는데 유 호정 씨입니다.
저 양반 영화배우로서는 히트작이 없는데... 예감이 웬지 그저 그런 영화려니 싶더군요.
그렇게 해서 보게 된 이 영화가 얼마지나지 않아 빠져들 줄이야 정말 미처 몰랐답니다.
무협지에 보면 "뜨거운 차 한잔 마실 무렵이 지나서" 라는 글귀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데
채 얼마 안되는 시간이 흘러 이 영화에 빠져들었지 뭡니까 흐흐흐
이 영화를 보는데 울 딸들 생각이 얼마나 많이 나던지... ㅠㅠ
게다가 영화 제목도 둘째인 명진이의 별명인 <써니>와 동일했으니
아주 단순한 그런 이유 때문에 감정이입이 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자들 얘기에 무슨 흥이 있다고 보았을까요.
제 취향이야 머리 아프지 않고 관람할 수 있는 액션, 재미, 감동이 버무러진 영화이면 딱인데 말이죠...
울 딸들도 지들 아빠 안보이는 장소에서는 자기 친구들이랑 저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까.
또 어른이 되면 저 배역들 중의 어느 인물처럼 그런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닐까.
뭐, 고민도 아닌 고민을 하는데 마음 한 구석은 왜 그리도 아릿한지... ㅠㅠ
게다가 분명히 웃기는 장면이 나오는데도 눈가엔 이슬같은게 맺히는지 원...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뭐 이런 대사가 생각나더군요...
제 딴엔 이 영화를 보면서 뭔가 공감대를 느꼈다고나 할까요.
사춘기를 맞이한 딸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본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딸들 시집 보낼 때 제 아버지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눈물 한 바가지씩은 흘리지 싶습니다.
저 같이 성정이 더러븐 애비도 그럴 거 같습니다. 에잉 그러면 창피한데... 우이씨 -.-;;;
영화 말미의 설정이 좀 황당하거나 진부적이긴 해도 좋은 영화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40대의 아줌마들은 옛날 생각하며 삼삼오오 함께 관람할 영화일 것 같고
젊은 20~30대 여성들은 영화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복고풍의 향수에 매료되지 싶더군요.
그럼 10대 여학생들은... 개인적으론 10대들에게도 무리없이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정진이는 친구들과 이미 관람했다 그러니 명진이에게 꼭 보라고 하고 싶네요.
지 별명이 들어간 영화이니 괜히 명진이가 주연인 영화같은 착각이 드는 거 있죠 ㅋㅋㅋ
영화를 보면서 확실히 깨우친 한 가지가 있답니다.
차 뒷좌석에서 문자질하고 있는 딸을 너무 나무랄 필요가 없겠다는 거였습니다... ^^;
안 그래도 말이 적은 울 정진이, 차만 타면 졸든지 문자질하든지 맨날 그러길래
아빠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괘씸죄(?)로 생각해서 화를 벌컥! 낸 적이 있는데
그게 요즘 애들이면 웬만하면 다 그렇다는게 영화를 보니까 알겠더군요. ㅠㅠ
우리집의 네 여자와 여태 십수년을 살아 보았건만
이 여자들을 알고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써니>는 타산지석의 기회가 된 영화라고나 할까요 ㅋㅋㅋ
암튼 상영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데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마구 밀려 오는거 있죠!
"그랴, 여자를 지금보다 더 많이 이해해야 혀. 그람 그렇고 말고... 허허허^^"
첫댓글 정말 40~50代 선배아줌마들 공감하시면서 보시더라구요....
저도 한바탕 웃고 나온 영화랍니다~~
추석때나 아님 구정때 명작으로 해 주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