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아버지의 오후

[남정우 (동백섬공원 )]

  아침 여섯 시에 집을 나선다. 이른 아침 지나가는 택시가 없어 순간 당황한다. 등대콜(600-1000)로 Call 하라는 기사의 조언이다. 7시 서울 가는 기차를 탄다. 2시간 41분이면 서울역에 도착한다. 4호선 혜화동 내려 병원 접수창구까지 35분 소요된다. 시간을 어림으로 가름하기 쉽지 않다. 콧물 흐르는 증세에 대한 처방약을 받는다. 청력검사에서 보청기를 낄 나이라고 한다.

 명동에 내린다. 명동 뒷골목 상권이 무너져 있다. 임대문의를 내건 버려진 가게가 흉물스럽다. 멀쩡한 옆 가게도 장사가 헐렁히다. 전에 잘 나가던 가게도 썰렁하다. 이태원 쪽에는 더 심하다고 들었다.

 오후에 손자를 본다. 40년 세월 속에 풍속이 많이 변한 모습이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는 큰 TV 화면 속에 AI에 따라 운동을 하고 테이터로 운동량을 체크한다. AI는 5살 손녀딸 지시에 따라 노래를 부른다. 서울의 밤거리는 이제는 국제도시로 변했다. Vallet Parking에 3000원을 식사 후 지급한다.

 남산 둘레길에 나선다. 3호선 압구정역에서 타고 충무로역에 내린다. 남산 순환버스가 내보다 먼저 출발한다. 부득히 택시로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내린다. 남산 입구에서 자동차 진입 금지다. 전에는 한옥마을에서 걸어서 남산에 갔다. 남산 둘레길을 벗어나 가보지 않은 길로 간다. 전에 보았던 조지훈 시비도 만난다. 아무턴 남산타워까지 간다. 가면서 한양성곽을 보고 달아나는 순환버스를 타고 시청으로 내려온다. 나는 늘 급히 보고 떠난다. 2호선 동대문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여 혜화역 3번으로 나온다. 11시에 서울대병원 식당에서 아침겸 점심 밥을 먹고 창경궁에서 햇살을 쪼인다. 오후 3시 기차로 부산에 내려온다. 하루는 저물고 세월은 또 간다.

[서경진]

우리 모두의 현주소를 보는 듯 하군요!
가볍게 써내려간 일상의 오후를 편한 마음으로 읽게 해주는 글쏨씨에 박수를 보냅니다!!

[신팔성]

하루 하루를 멋지게 사는 남정우 할배,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 많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