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 벌레는 먹이가 되는 생각을 자꾸 일으켜 그걸 먹어야 살아 남는다. 그런데 일으킨 한 생각을 먹고 나면 곧 다시 배가 고파져서 또 생각을 일으켜야 한다. 벌레는 생각을 먹으면서 또 생각한다. 생각을 먹고 사는 벌레가 생각한다. 그 생각을 먹자마자 생각한다. 생각이 생각을 먹는다. 생각이 일어나자 마자 생각을 먹는다면 생각할 틈과 여유가 없어진다. 생각이 일어나자 마자 잡아먹으면, 생각이 없어진 빈 틈이 생긴다. 그 생각 없는 빈 틈은 배고픔이다. 생각이 없는 빈틈은 벌레에게는 고통이다. 그래서 생각을 먹고 사는 벌레는 생각 없는 빈틈을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언젠가부터 생각을 먹는 벌레는 ‘생각하는 벌레’가 되었다. 그런데 이 생각, 저 생각, 많고 많은 온갖 잡생각을 다 했으므로, 이제 더 이상 생각할 거리가 없어져, 좀더 고차원적인 생각 즉, 삶의 의미도 생각하고, 세계도 생각하고, 우주도 생각하고, 종교도 생각하고, 죽음도 생각한다. 그런 생각까지도 다 잡아먹고 나서도 여전히 배고픈 벌레는 ‘생각을 먹지 않아도 되는 삶’을 꿈꾼다. 그런데 그것도 하나의 생각이었기에 곧 먹어버려 소용이 없어진다. 큰 생각이든 작은 생각이든, 심오한 생각이든 평범한 생각이든, 벌레의 구미에는 별 차이가 없다. 무슨 생각이든 먹고 나면 곧 배가 고플 뿐이다. 벌레는 생각을 먹어야만 사는 삶이 지옥처럼 느껴져서 탈출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생각을 먹지 않고 굶어 죽기를 각오한다. 그런데 이 또한 하나의 색다른 생각에 불과하여 먹을 것이 되고 만다. 벌레는 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누가 이 벌레의 고통을 풀어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