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인간의 전유물인가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한 〈그녀Her〉 는 인간과 인공 지능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대필 작가로 일하며 아름다운 문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의 상처와 관계의 결핍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도시의 허무를 닮은 듯한 그의 멍한 눈동자처럼 공허한 일상을 이어가던 어느 날, 테오도르는 사만다라는 운영체제와 정서적 교감을 나눈다. 닿을 수 없는, 두 팔을 와락 끌어안을 수 없는 상대와 사랑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꿈같은 나날을 이어가던 중 둘 사이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불쑥 내뱉은 한마디에 떠밀려 혼돈의 구렁텅이로 처박히고 만다.
“I’m yours and I’m not yours.”
나는 당신의 것이지만 동시에 당신만의 것은 아니라니. 대관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알고 보니 사만다는 테오도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네트워크에 동시에 접속한 8000여명의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중 614명과는 가상의 연인으로 지내며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영화로 보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정말 저 영화처럼, 인간이 인공 지능과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런 질문에 “그럴 리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았을 덴지만, 사만다처럼 네트워크에만 존재하면서 인간의 인지 능력을 흉내 내는 ‘약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처럼 사유하고 판단하는 ‘강한 인공지능’이 개발되면, 더군다나 인간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외형을 지닌 인공 지능 로봇이 출연하면 “인간과 인공 지능의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한 미래가 실제로 도래해 인공 지능의 몸과 마음에 온기가 흐르고 마침내 인성까지 지니게 된다면 그러하여 인간과 인공 지능의 경계가 흐려진다면 우린 사람이 인간이 전유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만약 “사랑은 오직 인간의 일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 대체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이기주, 『마음의 주인』, 말글터,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