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스러운 숙소. 좋기도, 쫌 그렇기도 한 E2 Apartments in 해크니
런던스럽다는 말은 좋은 말일까?
런던에서 묵었던 숙소 E2 Apartments in Hackney나, Streatham의 Leigham Court Hotel 모두 영국스럽거나 런던스러웠다. 런던 도심에서 좀 떨어져 있는 Leigham Court Hotel이 빅토리아풍의 외관을 통해서 예전 영국의 귀족들의 거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곳이라면, E2 Apartments in Hackney는 현대 런던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잘 간직한 숙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요즘 런던스럽다는 말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E2 Apartments in Hackney는 사치스런 장식은 일체 없다. 버스와 전철이 정차하는 교통이 편리한 큰 길가 2층에 들어서 있어서 런던 도심을 빠져나와서 금방 침대로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인트폴 성당에서 Central 노선 튜브를 이용하면 약간의 도보와 함께 25분이면 돌아올 수 있는 거리이니 도심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가성비 숙소였다.
네명의 가족 모두 긴 비행과 런던의 비내리는 날씨에 지쳤지만 북적대는 거리의 좁다란 문과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가 문을 열었을 때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우리 집에 돌아온 느낌이 드는 친근한 낡음과 복잡함 그리고 비교적 꼼꼼하게 넓은 공간의 매력에 갑자기 매료되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 숙소의 문을 열었을때 놀랍게도 바로 드럼세탁기와 화장실 샤워실이 쪼로록 있어서 엄청 답답해 보였는데 좌우로 난 통로로 가 보니 왼쪽은 길거리로 창이 난 넓은 거실겸 침실, 오른쪽은 작은 창문이지만 한 낮에도 포근해 보이는 침실이 있었다. 주방과 식탁은 큰 창문이 있는 방에 있었다.
어떤 극성스런 리뷰어들이 지저분하고 좀 낡은 이 아파트의 시설들에 대해 현미경적 관찰기를 늘어놓았다. 오래된 빵부스러기들이 달라붙어 좀 더러워진 토스터나 먼지가 몰려다니는 수저서랍을 보여주면서 사진에 속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우리집보다 살짝만 깨끗한 이 낯선 도시의 익숙한 숙소 광경이 너무나 편하게 느껴졌다.
첫날의 런던 밤을 아주 꿀잠으로 채워준 넓은 침대와 일어나자 마자 커피 한 잔 즐긴 팔걸이 의자가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런던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본 기분을 만들어 주었다.
사실 이 숙소의 느낌은 도착해서 2층으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인터넷에서는 매우 청결하고 스마트한 사진이 올라왔지만 막상 도착해서 우릴 기다리고 있던 집주인을 만나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을때 몇 단계의 이질적인 관문을 지나서야 평범한 숙소로 진입할 수 있었다.
큰 길에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문인지 쇼윈도우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야 멀찍이 떨어져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오른쪽에 분명히 현관문이 있고 2층 창문으로 하루를 묵었던 방이 어렴풋이 보였다. 마치 산업혁명 시기에 세워졌을 것 같은 3층의 낡은 벽돌건물과 카페입구라도 된 듯한 이질적 양식의 1층 가게와 현관문이 엄청 시대를 달리하는 차이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옆의 건물들도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듯 또박또박 공간을 채운 기다란 창문들과 층고가 높지 않은 1층의 가게들, 그리고 대부분 3층의 구조를 지닌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막막하게 느껴졌던 1층의 흰색 현관문을 열차 짐작도 할 수 없는 공간이 나타났다. 흡사 바의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같은 모습이었다. 아마 전에는 이 부분을 포함해서 1층 전체가 펍 또는 바였을듯 하다.
안에 들어와서 밖을 내다보니 E2 Apartments가 선명하게 보였다. 내부는 그렇게 외부와 구분지어졌다.
일단 이렇게 생긴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이 위에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공포를 제외하면 나름 어디론가로 숨어드는듯한 공간구조가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이 어마어마한 대도시에 어느 길거리에 어느 작은 집으로 아무도 모르게 스며들었다.
일단 이 숙소의 특성을 충분히 받아들여서 나름 친근하게 사용하기로 했다. 세탁기를 열심히 돌린 후 7 헹궈낸 빨래들은 침대난간이나 의자 등받이 등에 걸어서 건조시키기로 하였고 거위털 이불은 아무때나 들어가 숨기 위해 잘 개어 놓지 않기로 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숙소의 장점은 숙소 바로 앞에 Cambridge Heath 버스정류장이 있고 10분정도 도보거리에 Central 노선의 배스날 역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느긋한 작은 커피숍과 저렴한 인도식당 등의 평범한 가게들이 꽤 많이 있어서 조식, 석식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이 거리를 시작으로 유서깊은 리젠츠운하도 거닐어보고 세인트폴성당, 브리티시뮤지엄, 내셔널갤러리를 비롯해서 웨스트민스터나 런던아이까지도 두루두루 둘러보기로 했다. 어쨋든 계으르고 좀 정돈을 귀찮아 하는 가족에게 딱 맞는 숙소를 만났다. 참으로 런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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