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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맛집
한재숙 글/김동영 그림 | 청개구리(청동거울) | 2024년 10월 10일
책소개
한재숙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 자연과 가족, 반려견을 소재로 따뜻하고도 재미난 이야기를 동시로 엮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안정감과 자유로움, 삶의 지혜들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 사계절 자연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수채화처럼 담백하게 그려냈다. 가족을 소재로 한 동시에는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소박하고 정감 있게 담겨 있다. 4부에는 요즘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반려견 이야기만으로 꾸미고 있어 신선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발상의 전환을 통한 신선한 비유가 번뜩이고, 자연을 닮은 자유로운 상상이 가득하며, 가족간의 사랑이 듬뿍 담긴 동시집이다.
글 한재숙
도서관과 유관기관에서 동화구연, 책놀이, 그림책 지도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동화구연가, 책놀이와 그림책 강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책과 함께 만나고 있습니다.
그림 김동영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작고 사소한 것이 특별해집니다. 꼭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며 보물찾기를 떠나곤 합니다. 그동안 『아빠는 쿠쿠 기관사』 『오늘만 져 준다』 『사탕수수밭 아이들』 『꿀잼』 『소리끼리 달달달』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출판사 리뷰
따뜻하고 재미난 이야기
즐거운 상상으로 마음이 쑥쑥 커지는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53번째 도서 『마시멜로 맛집』이 출간되었다. 이 책을 쓴 한재숙 시인은 교육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전공하고,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통해 독자들과 동심을 함께 나누는 동화구연가, 책놀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저로 참여한 『똥방귀도 좋대』와 『반달, 디카동시에 물들다』를 거쳐 이번에 출간된 『마시멜로 맛집』은 한재숙 시인의 첫 번째 개인 동시집으로서, 한 시인의 시적 관심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바로 ‘자연’과 ‘가족’인데, 이 두 주제는 한재숙 시인이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재숙 시인은 어린 시절을 평화로운 시골에서 지냈다. 자연에 대한 행복한 추억은 시세계의 토양이 되어 한재숙 시인의 동시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1부에서는 봄에서부터 여름과 가을을 거쳐 겨울에 이르는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채화처럼 그려낸 작품들이 주로 수록되어 있다. 사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을 노래한 「봄이 왔다고」「봄맞이」, 여름의 활기를 만끽할 수 있는 「매미네 노래방」「학교 운동장」, 동심의 눈으로 보면 쓸쓸하기보다는 풍성함이 가득한 가을에 대한 시 「패턴놀이」「마시멜로 맛집」「잘 들어봐」「깜빡했어요」,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신나기만 한 계절인 겨울을 보여주는 「눈치 없는 겨울 바람」「장갑도깨비」「첫눈」「이상한 겨울 날씨」「예쁜 쓰레기」「쥐불놀이」를 순서대로 읽다 보면 어느새 일 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온 기분마저 든다.
노래 부르다 앗!
그림 부르다 앗!
아이들
그대로 멈췄다
―「첫눈」전문
단 네 줄의 동시지만, 제목마저 시의 일부가 되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첫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마저 하던 일을 멈추고 바라보게 만드는 마법 같은 존재다. 저절로 ‘앗!’ 소리가 나는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다. 해설을 쓴 이준관 시인도 “모든 것이 한순간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첫눈 오는 날의 기쁨과 감격과 감동을 인상 깊에 표현한 매력적인 동시”라고 평하였다.
아마 한재숙 시인이 동시집의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자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요즘 어린이들의 삶이 자연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는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안정감과 자유로움, 삶의 지혜들이 쉽게 닿지 못하니,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재숙 시인의 마음에 안타까움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첫눈」을 보면 사람은 자연과 멀어질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늘 놀라움과 반가움을 주는 첫눈의 존재감처럼 말이다.
또한 한재숙 시인이 그려낸 자연은 어린이와 똑 닮았다. 표제작인 「마시멜로 맛집」에서 몽글몽글 달콤한 마시멜로를 함께 나누어 먹는 나와 친구들처럼, 추수 끝난 논에 놓인 커다란 ‘지푸라기 마시멜로’는 소들이 함께 먹는다. ‘맛집’이 붙은 이유는 ‘함께’이기 때문이다. 함께여야 즐겁고, 즐거워야 맛집이기 때문이다. 「방방을 타면」 속 어린이는 자연과 닮다 못해 자연 속 존재가 되어 버린다. 작품 속 어린이들은 ‘방방’을 타는 즐거운 순간에 콩벌레, 메뚜기, 거북, 거미가 되어 자연 속에서 신나게 노는 존재로 변한다. 한재숙 시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자연과 어린이의 친연성은 아래 작품에서도 읽힌다.
회색 옷 갈아입은 구름
손뼉 치며 논다
얼마나 세게 치는지
번쩍번쩍 손바닥에 불나고
어찌나 큰 소리로 웃는지
우르르 쾅쾅 우르르
너무 재밌어
눈물까지 펑펑 쏟는다
―「천둥 번개」전문
「천둥 번개」는 천둥 번개가 치는 날씨를 색다르게 표현한 작품이다. 보통 문학작품에서 천둥 번개는 ‘화났다’는 감정과 연결시키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늘이 화나서 시끄럽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한재숙 시인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구름이 신나고 재미있게 놀고 있는 상황’으로 그려내었다. 얼마나 즐거운지 손뼉을 세게 쳐서 불이 번쩍번쩍 나고(번개), 어찌나 큰 소리로 웃는지(천둥) 너무 재미있어 눈물(비)까지 펑펑 쏟는다는 것이다. 이 작품 속 ‘구름’이 ‘어린이’의 모습이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한재숙 시인의 또 다른 시적 관심사인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은 가족간에 느끼는 사랑의 교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놓고 있다. 할머니가 차려준 사랑이 가득한 밥을 먹는 어린이가 등장하는 「할머니 밥상」, 엄마의 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가을바람」, 엄마와 마주 앉아 커피와 코코아를 마시는 순간을 그린 「사랑 한 잔」, 관심과 애정이 담긴 엄마의 잔소리를 표현한 「잔소리 학교」, 우리 집 일류 요리사 「아빠는 요리사」, 애 어른 할 것 없이 함께 젤리를 나누어 먹는 「다 같이 오물오물」, 할아버지와 함께 퍼즐을 즐기는 순간을 담은 「퍼즐 초보 할아버지」 등의 작품들은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소박하고 정감 있게 그려내었다.
한재숙 시인은 가족이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조금 더 확장하여 사랑의 대상에 반려견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4부에 실린 15편의 동시에는 어미인 누렁이와 새끼인 흰둥이를 아끼는 가족들의 따뜻한 애정의 시선이 담겼다.
흰둥이는 거실에 앉아
티브이로 동물농장 보다가
부엌에서 보글보글 김치찌개 냄새 맡고
오빠 책상 아래서 구구단 외우고
언니 방 침대에서 새근새근 낮잠 자고
현관에서 소리 나면 출석 체크하고
가는 곳마다 다 흰둥이 자리
―「자리 부자」전문
강아지 흰둥이는 거실에서 여유롭게 동물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다른 가족원들이 머무는 공간에 한 번씩 들르며 집안 곳곳을 자유롭게 누빈다. ‘자리 부자’라고 할 만큼, 집안 어디에나 흰둥이의 자리가 있다. 흰둥이가 가족들의 사랑을 얼마나 독차지하는지 실감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재숙 시인이 흰둥이가 받는 특별한 사랑과 대우를 여러 편에 걸쳐 동시집에 담은 이유는, 비록 동물이지만 그들이 우리 인간과 같은 소중한 존재라는 걸 독자들이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싶다.
이외에도 어린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주로 접하는 마우스(「손 안에 든 쥐」), 프린터(「바쁘다 바빠 프린터」), 수정 테이프(「수정 테이프」), 컵 홀더(「컵 홀더)와 같은 기기나 도구를 그려낸 작품들도 함께 읽기 즐거운 작품이다.
『마시멜로 맛집』은 발상의 전환을 통한 신선한 비유가 번뜩이고, 자연을 닮은 자유로운 상상이 가득하며, 가족간의 사랑이 듬뿍 담긴 ‘동시의 맛집’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시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 : 시인의 말 : :
문우들과 함께 쓴 『똥방귀도 좋대』(공저)를 세상에 내놓고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동시와 동심을 향한 제 마음을 오롯이 쏟아부은 첫 개인 동시집을 선보입니다. 주변에서 보고 느낀 사계절 이야기, 가족과 친구 이야기, 함께 살아온 반려견 이야기 등등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 중에 어린이들과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들을 모았습니다.
동시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썼지만, 어른들도 동시를 읽고 나누며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 주는 짧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한 편의 동시를 통해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지겠지요.
―〈시인의 말〉에서
교과 연계 :
2학년 1학기 국어_8. 다양한 작품을 감상해요 / 2학년 2학기 국어_10. 나도 작가
3학년 1학기 국어_10. 문학의 향기 / 3학년 2학기 국어_4. 감상을 나타내요
4학년 1학기 국어_1.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요 / 4학년 2학기 국어_9. 감동을 나누며 읽어요
5학년 1학기 국어_2. 작품을 감상해요
6학년 1학기 국어_1. 비유하는 표현
추천평
한재숙 시인은 어린 시절 자연을 벗 삼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한재숙 시인의 동시에는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그의 동시는 자연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그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정겹게 표현했습니다. 가족 중에서도 엄마와 나누는 사랑의 교감을 정감 넘치는 문체로 그려냈습니다. 언제나 엄마 곁에서 사랑을 나누며 응석을 부리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정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 이준관 (시인, 아동문학가. (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
동시집 『마시멜로 맛집』은 호랑거미가 짠 거미줄에 조롱조롱 맺힌 이슬방울처럼 다정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눈을 반짝거립니다. 꼬물꼬물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 봄빛을 가득 받으며 뛰어놀고, 입장료가 공짜인 매미 노래방은 맴맴 쓰르람 차르르 온종일 시끌시끌하지요. 파리지옥은 악어처럼 입을 쫘악쫘악 벌리며 냉큼 물고 입을 잽싸게 닫는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손바닥 안에 사는 똑똑한 쥐 한 마리는 딸깍딸깍 명령만 하면 온갖 세상 이야기를 물어와 눈앞에 펼쳐놓지요.
- 박예분 (아동문학가, 전북동시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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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사랑의 세계
- 이준관 (시인, 아동문학가. (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 )
1 글을 시작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창밖에서 매미가 울어댑니다. 나뭇잎들이 푸른 지붕처럼 덮고 있는 나무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문득 어린 시절 여름의 추억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여름은 매미의 계절입니다. 매미가 울어대는 나무 너머로 뭉게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곤 했습니다. 그 뭉게구름들이 소나기가 되어 마치 매미 소리처럼 쏴아- 쏴아- 시원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습니다. 그러고 나면 나무 위로는 명절날 입던 색동옷처럼 고운 무지개가 뜨곤 했지요.
한재숙 시인의 동시집에 실린 「매미네 노래방」이라는 동시를 읽으면서 “그래 맞아! 여름의 나무들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매미네 노래방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면서 한재숙 시인의 동시들이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고 시원하게 씻어주는 매미네 노래방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재숙 시인은 교육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전공하고 도서관에서 아이에서 어른까지 그림책으로 마음을 나누며 만나고 있는 시인입니다. 2022년에 「똥방귀도 좋대」 (공저)와 2023년에 「반달, 디카동시에 물들다」 (공저)를 펴냈습니다. 현재는 동화구연가와 책놀이 강사와 전북동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과수원집 둘째 딸로 태어난 한재숙 시인은 시골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답니다. 종일 과수원과 들로 뛰어다니며 놀다가 여름밤에는 언니 동생들과 은하수를 보면서 동요를 불렀다고 합니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으며 모기장 안에서 깨어나서 호랑거미가 짠 거미줄에 조롱조롱 맺힌 이슬을 바라보며 아침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연을 벗 삼아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한재숙 시인은 “저의 동심은 이렇게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보고 느꼈던 그 모든 것들의 기억들이 저 아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다가 어른이 되어 동시를 읽고 쓰면서 새록새록 되살아난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한재숙 시인은 어린 시절의 자연에 대한 행복한 추억을 바탕으로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채화처럼 그려냈습니다. 또한, 사랑으로 교감하는 가족들과 또 하나의 소중하고 특별한 가족인 강아지에 대한 사랑을 애틋하고 다정하게 동시에 담았습니다.
동시집 「마시멜로 맛집」은 한재숙 시인의 첫 동시집입니다. 마시멜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입니다. 「마시멜로 맛집」에는 어떤 맛있는 시들이 있을까요. 여러분과 마시멜로 맛집을 찾아가기로 하겠습니다.
2 수채화처럼 그려낸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
어린 시절 과수원과 들로 뛰어다니며 놀다가 여름밤에는 은하수를 보면서 동요를 부르면서 자란 한재숙 시인에게 사계절의 자연은 특별합니다.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보고 느낀 사계절의 아름다운 자연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재숙 시인은 유년의 자연 체험을 바탕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경을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려냈습니다.
버들강아지들
보들보들한 옷 갈아입고
냇가에
봄마중 나왔다
친구들이랑
수다 떨며
꽃샘추위에
얼굴이 발그레 볼그레
「봄이 왔다고」 전문
냇가에 핀 버들강아지를 통해 봄의 정경을 정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봄옷으로 갈아입고 봄 마중 나와서 꽃샘추위에 얼굴이 발그레 물든 버들강아지의 모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버들강아지를 의인화해서 봄을 맞는 기쁨과 설렘을 정겹게 표현한 동시입니다.
아름드리 참나무
노래방 문을 열었다
입장료는 공짜
시간은 무제한 서비스
일 년에 딱 한 달만
문을 여는 매미네 노래방
맴맴 맴맴매엠
쓰르~람 쓰르~람
차르르 차르르
매미들 다 모여
온종일 시끌시끌
「매미네 노래방」 전문
여름의 가장 인기 있는 스타는 매미입니다. 매미는 여름 내내 마치 쏴아- 쏴아-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노래를 부릅니다. 시인은 그런 매미를 보고 참나무에 노래방을 열었다고 재치 있게 표현했습니다. 참나무에서 매미가 노래한 것을 노래방에 비유한 것이 새롭고 신선합니다.
몽글몽글한 마시멜로
한 봉지 뜯으면
내가 먹고 짝꿍도 먹고
친구들도 먹고 금세 다 먹는다
추수 끝난 논에 지푸라기 돌돌 말아
하얀 비닐로 커다랗게 만든 마시멜로
송아지가 먹고 암소가 먹고
황소가 먹는다
서로 나누면
더 맛있는 마시멜로 맛집
「 마시멜로 맛집」 전문
마시멜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원통 모양의 부드러운 과자입니다. 그런 마시멜로를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니까 더 맛있습니다. 추수 끝난 논에 지푸라기를 돌돌 말아 원통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마시멜로를 닮은 먹이를 소들이 나누어 먹습니다. 나누어 먹으니 소들도 더 맛있게 먹습니다. 맛있는 것도 혼자 먹으면 별로입니다. 그러나 서로 오순도순 나누어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달리 맛집이 아니라 서로 나누어 먹어서 ‘마시멜로 맛집’인 것이지요. 이 동시는 우리에게 나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줍니다.
노래 부르다 앗!
그림 그리다 앗!
아이들
그대로 멈췄다
「첫눈」전문
첫눈 내린 날의 감격을 짧고 간결하게 인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첫눈을 소재로 한 시들이 많지만, 한재숙 시인의 동시 「첫눈」은 단연 눈에 띕니다. ‘앗’은 놀랐을 때 지르는 외마디 소리입니다. 그리고 한순간에 힘을 모아 낼 때 지르는 소리입니다. ‘앗’이라는 한 마디 감탄사 속에 첫눈이 내릴 때의 놀라움과 감격과 아이들이 지르는 탄성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한순간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첫눈 오는 날의 기쁨과 감격과 감동을 인상 깊게 표현한 매력적인 동시입니다.
한재숙 시인은 자연과 벗 삼아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자연에 대해 남다른 심미안과 감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자연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참신한 시적 비유로 표현했습니다. 매미가 참나무에서 노래하는 것을 노래방에 비유하고, 친구와 소들이 나누어 먹는 것을 마시멜로 맛집에 비유했습니다. 비유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특별하고 새롭게 느끼게 해 줍니다.
3. 아이의 일상과 가족들 간의 사랑
한재숙 시인의 시적 관심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자연과 가족과 강아지입니다. 자연에 관한 시는 앞에서 읽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들을 읽어보기로 하겠습니다. 가족의 구성은 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누나, 형 등입니다. 한재숙 시인은 서로를 아끼고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소박하고 정감 있게 동시에 담았습니다. 먼저 아이의 일상을 동시로 표현하였습니다.
친구와 마주 서서
내가 빙그레 웃으면
친구도 크하하 웃는다
내가 파이팅 외치면
친구도 힘차게 파이팅!
내가 으쓱으쓱 춤추면
덩실덩실 친구도 춤춘다
무엇이든 똑같이 따라하는
거울놀이
친구가 더 신났다
「거울 놀이」 전문
아이는 친구가 없어 혼자 외로웠던 모양입니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고 노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거울 속의 친구는 나보다 더 크게 웃고, 나보다 더 힘차게 파이팅을 외칩니다. 내가 으쓱으쓱 춤추면 친구는 아예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거울 속의 친구가 생겨서 이제 아이는 외롭지 않습니다.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거울 놀이를 통해 자신감과 용기와 힘을 얻는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한 동시입니다.
가족 중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절대적인 존재는 엄마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커가면서도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고 엄마 품을 파고듭니다.
푹푹 찌는 한여름인데도
엄마 품이 좋아
옆으로 살짝 다가가면
―아유 더워, 좀 떨어져!
가을바람 찾아오면
엄마가 먼저 손 내밀어
나를 꼬옥 안아 주며
―날씨 좋다. 엄마랑 자자
보송보송 부드러운 엄마 품
잠이 솔솔 스르르
「가을바람」 전문
아이는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엄마 품이 좋아 엄마에게 다가갑니다. 그것은 엄마 품이 항상 부드럽고 보송보송하고 선선하기 때문입니다. 가을바람 같은 엄마 품에 안기면 잠도 솔솔 소르르 잘 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사랑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엄마는
나랑 있는 게 좋아서
진한 커피 한 잔
나도 좋아서
엄마랑 나란히 앉아
코코아 한 잔
커피와 코코아
엄마와 내가 나누는
사랑 한 잔
「사랑 한 잔」 전문
나란히 앉아 엄마는 커피를, 아이는 코코아를 마시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엄마와 함께 마시는 커피와 코코아를 ‘사랑 한 잔’이라고 표현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커피와 코코아 같은 향기와 온기가 느껴지는 사랑의 시입니다. 한재숙 시인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엄마는 얼마나 큰 사랑의 존재인지를 동시「가을바람」과 「사랑 한 잔」을 통해 보여줍니다.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나누어줄 것입니다.
4. 특별한 가족 반려견 이야기
한재숙 시인에게는 특별한 가족이 있습니다. 누렁이라는 어미 개와 흰둥이라는 강아지입니다. 누렁이와 흰둥이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각별한지 무려 15편이나 되는 누렁이와 흰둥이 이야기를 동시로 썼습니다. 한재숙 시인의 동시에 나오는 누렁이와 흰둥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토종개입니다.
어미 개 누렁이는 강아지 다섯 마리를 낳았고(「누렁이가 낳았다」) 그중 네 마리는 이웃 사람들이 데려가고 한 마리 남은 강아지가 흰둥이입니다 (「강아지 분양하는 날」 ). 한재숙 시인은 그런 어미 개 누렁이와 강아지 흰둥이의 이야기를 다정다감하게 들려줍니다.
누렁이가 살랑살랑
동네 한 바퀴 다녀왔다
한여름이 되자
텃밭 귀퉁이에
주먹만 한 참외 열렸다
와사삭 와사삭
달디 단 개똥참외
누가 키웠는지
다 알고 먹는다
「개똥참외」 전문
개똥참외는 개가 참외를 먹고 똥을 눈 자리에서 참외 씨가 싹을 틔워 자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누렁이가 참외를 먹고 눈 똥에서 개똥참외가 열린 모양입니다. 한여름에 맛있게 개똥참외를 먹으면서 누렁이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는 동시입니다.
흰둥이는 거실에 앉아
티브이로 동물농장 보다가
부엌에서 보글보글 김치찌개 냄새 맡고
오빠 책상 아래서 구구단 외우고
언니 방 침대에서 새근새근 낮잠 자고
현관에서 소리 나면 출석체크하고
가는 곳마다 다 흰둥이 자리
「자리 부자」 전문
강아지 흰둥이는 그야말로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염둥이 사랑둥이입니다. 집에는 어디나 흰둥이 자리가 있습니다. 흰둥이는 거실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부엌에서 김치찌개 냄새 맡습니다. 오빠 책상 아래서 구구단을 외웁니다. 언니 침대에서 낮잠 자고 현관에서 누가 오나 지켜봅니다.
그런 흰둥이는 특별한 대우와 사랑을 받습니다. 열대야에 전기료를 아끼느라 에어컨을 켜지 않는 엄마도 흰둥이를 위해서는 에어컨을 켭니다 (누구를 위한 에어컨인가), 언니와 나는 손발을 척척 맞추어 흰둥이에 간식을 줍니다 (언니와 나). 그리고 흰둥이 이빨도 실리콘 칫솔로 정성껏 닦아줍니다 (흰둥이 양치질).
아침엔 언니 깨우느라
방문을 벅벅!
낮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리 높여 멍멍!
저녁 늦게 들어온 엄마 아빠에게
종일 기다렸다고, 낑낑!
가족 모두 들어올 때까지
문 앞에서 근무 중인 백구
「우리 집 경비원」 전문
흰둥이는 우리 집에서 소중한 존재입니다. 아침엔 언니를 깨워주고 낮에는 혹시 나쁜 사람들이 올까 봐 소리 높여 멍멍 짖어댑니다. 엄마 아빠가 저녁 늦게 들어오면 종일 기다렸다고 낑낑거리며 응석을 부립니다. 가족들이 다 들어 올 때까지 문 앞에서 지키는 경비원입니다.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를 반려견이라고 합니다. 또한, 보호자와 한집에 살면서 가족처럼 보살핌을 받는 강아지를 반려견이라고 부릅니다. 요즘은 반려견을 기르는 가정이 참 많습니다. 한재숙 시인도 반려견들의 이야기를 동시로 썼습니다. 강아지들은 비록 동물이지만 한 가족이라는 것을 동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5. 동심적인 상상과 신선한 비유의 동시들
시에서는 상상이 아주 중요합니다. 시는 상상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인들은 누구보다도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한재숙 시인은 동심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동시를 썼습니다.
파란 접시 위에
구름으로 구운 소보로
자꾸만 코를 간질인다
고소한 빵
바람 아저씨가 먼저
아~암
한 입 크으게 베어
맛보았다
아, 맛있겠다
나는 입맛만 다신다
「하늘 제빵소」 전문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고 하늘은 파란 접시, 구름은 소보로빵이라고 상상을 합니다. 구름으로 구운 소보로빵을 바람이 먼저 맛본다고 상상합니다. 하늘을 파란 접시로, 구름을 소보로빵으로 상상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동심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한 동시입니다.
회색 옷 갈아입은 구름
손뼉 치며 논다
얼마나 세게 치는지
번쩍번쩍 손바닥에 불나고
어찌나 큰 소리로 웃는지
우르르 쾅쾅 우르르
너무 재밌어
눈물까지 펑펑 쏟는다
「천둥 번개」 전문
천둥 번개 치는 것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으로 상상했습니다. 번개 치는 것을 ‘손뼉 치며 노는 것’으로, 천둥소리는 ‘큰 소리로 웃는 것’으로, 비가 오는 것은 ‘너무 재밌어 눈물까지 펑펑 쏟는 것‘으로 상상했습니다.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동심적인 상상이 매력적입니다.
한재숙 시인은 동심적인 상상과 신선한 비유가 번뜩이는 동시를 썼습니다. 매미가 노래하는 나무를 매미네 노래방으로 (「매미네 노래방」), 천둥 번개를 손뼉 치며 노는 아이들로(「천둥 번개」), 하늘의 구름을 소보로빵으로 (「하늘 제빵소」), 줄 맞춰선 맨드라미들을 캉캉춤 파티로 (「캉캉춤 파티」) 상상하고 비유해서 표현했습니다. 그런 참신하고 신선한 동심적인 상상과 비유가 동시를 읽는 즐거움과 기쁨을 듬뿍 안겨줍니다.
6. 글을 마치며
한재숙 시인은 어린 시절 자연을 벗 삼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한재숙 시인의 동시에는 사계절의 자연의 아름다움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그의 동시는 자연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그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정겹게 표현했습니다. 가족 중에서도 엄마와의 사랑의 교감을 정감 넘치는 문체로 그려냈습니다. 언제나 엄마 곁에서 사랑을 나누며 응석을 부리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정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한재숙 시인에겐 소중하고 특별한 가족이 있습니다. 바로 반려견 누렁이와 흰둥이입니다. 반려견에 대한 사랑을 애틋하고 다정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한재숙 시인의 동시는 동심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한 신선하고 참신한 비유가 매력입니다. 동심적인 상상과 참신한 비유가 시를 읽는 즐거움을 듬뿍 안겨 줍니다.
한재숙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신선한 비유로 아름답게 그려냈습니다. 또한, 가족과 반려견의 이야기를 정감 있게 동시로 풀어냈습니다. 「마시멜로 맛집」은 서로 나누고 베푸는 사랑의 맛집입니다. 사랑을 베풀고 나누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나누어 줄 것입니다. 여러분도 한재숙 시인의 동시집 「마시멜로 맛집」을 읽고 사랑을 베풀고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