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칠십에 이르니
마음따라 행동해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從心所慾 不踰矩] 했는데..
이천하고도 오백여 년이 더 지난 이젠.. 더 이상 그거 아니다.
살면서 몸에 익은 경험치가 별 소용이 없어진 시대.. 할아버지 경험을
손자가 무시하는 시대가 된 지 오~래 되었으니..
아.. 경험의 무상이여..
코비드 19가
가져온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당혹시키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사전 예약..
조금 유명한 식당을 가면 '레저베이션?' 하고 묻는다.
안 했으면 쫓가 낼듯한 기세로..
이 시대에 맞추어 팬시하게 살아가는 핵심 요소 하나가 레저베이션이지만
몸과 마음이 삭아가는 아날로그 어르신들에겐 낯설을 뿐이다.
2017년 쯤이었나..
업 스테이트에 있는 모홍크 산에 갔다가
한 사람 당 입장료로 $25을 내라 하여.. "웃.긴~다^^" 하며
바로 옆에 있는 미네와스카 공원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이번에 모처럼 기분 내어 모홍크로 향했는데..
입구를 지키고 있던 상냥한 아가씨가 티켓이 있냐고 물어.. 없다고 하니..
여기에서 현금은 받지 않으며, 온 라인으로 티켓을 사전 구입했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얼릉 인터넷에 들어가 티켓을 구입하려 폰을 켜 모홍크 정보를 알아보니..
티켓은 내일도 모래도 아닌 월요일 것을 구입할 수 있단다..
오늘 모홍크를 탐낸 건
약간 맛이 간 바랜 단풍을 덮으려면
풍광 자체의 아름다움이 서포트를 해주면 될 것 같아서였는데..
아아.. 얼마나 울어야 하늘이 열리며.. 얼마를 닦아야 어리석음이, 실수가 사라질까..
미네와스카 주 보호 공원..
$10 입장료를 받는 이곳은 뉴욕 시니어들에게 평일은 무료입장을 허용한다.
그렇다면 오늘 모홍크 입장료 $30와 미네와스카 입장료 $10가 굳었으니 $30를 순식간에 벌었네! ㅎㅎㅎ
그럼에도 3% 모자란 개운함인건..
미네와스카 주차장은 평일 10시임에도 반 이상 주차되어 있었다.
마운틴 바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비지터 센터에서 몸을 시원하게 땡기고..
지난번엔 호수 오른쪽 길을 따라 캐슬 포인트를 정복했으니..
오늘은 왼쪽 길을 따라 캐슬 포인트의 절벽 절경을 맛보려 밀브룩 산 트레일러에 있는
패터손스 펠럿에 이르는 하이킹 코스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과연 생각한 만큼 멋진 모습을 연출해 줄까.. 하는 염려가..
왠지 오늘 운세는 별로인 것 같아서..
높은 산은 아니지만
해발 2000 피트가 넘는 미네와스카 산 정상의 하늘 호수.
각 방향에서 보는 풍광과 운치가 아주 다른 게 이 호수의 매력인데..
동쪽에서 서쪽을 바라보는 풍경이 최고라 할까..
하늘호수 동쪽에
치마처럼 널따랗게 펼쳐진 절벽 바위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호수 전경과 단풍은 그야말로 절경임을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구려.^^.
늘 보아도 아름다움에 취하니..라면을 먹어도 소주가 필요 없을 지경. ㅎㅎㅎ
감흥을 뒤로하고
노랑 다이아몬드 마크 표지를 따라
패터손스 펠럿에 이르는 하이킹 코스를 걷는다.
왜 작은 공 pellet이라 했지?.
그런데 가깝지 않은 동쪽으로 들판처럼 펼쳐진
산 가운데
한 곳에서 역류하는 폭포인 듯 굵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간다.
산. 불이다!
처음엔 생소한 모습에 멋있다 보다가 묻득
산불임을 알면서 은근한 걱정이 불 연기처럼 끓어오른다.
설마 사람이 많이 사는 근처는 아니겠지?..
올 단풍이 일찍 마른 이유도 가뭄이 계속되기 때문이리라.
가뭄이 산불을 끌어당긴다.
연기는 구름과 연결되어 마치 구름이 산으로 흘러내리는 폭포 처럼 보인다.
큰 손실 없이 잘 수습되기를 바랄 뿐!
산불 염려 반 하이킹 즐거움 반 속에 목적지에 이르렀다.
목적지에 이르는 길은 멀지 않았지만..
양쪽 옆 시야는 거의 나무들에 막혀 뻥 열린 통쾌함이 없으니 걷는 내내 지루하다.
그러다 목적지인 패터손스 펠럿에 이르러야 비로소 서쪽 맞은편 산 절벽과 계곡이 펼쳐졌다.
그리고 왜 작은 공 pellet이라 했는지 이해가 간다.^^.
기껏 사람 키만 한 공 같지도 않은 모양의 바위 덩이가 절벽 위로 걸친 채 멈춰 있다.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시시한 트래킹을 따라 걸어오는 이들은 분명 많지 않을 것 같으니..
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시시함을 모른 채 나처럼 기대에 부풀어
처음 방문한 것일까?^^..
아니.. 여기서 만나는 풍광은 나름 운치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지루히 걸어온 보상은 충분하다.^^.
암튼 우리는 더 이상 실망하지 않으려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실은
오늘 하이킹이
맛없던 이유 하나가 더 있었으니..
어제 짝님이랑 하이킹 슈즈를 쌍으로 샀다.^^.
운전할 때는 편한 신을 신고 왔으니 차에서 내려
가져온 어제 산 새 신발을 신으려는 데.. 발에 너무 꽉 끼는 것 같아 신을 수가 없지 않은가!
뭔 일이지?.. 이해가 안 갔다. 어제 신어봤을 때는 편하고 좋았는데???.
오늘 집에 가면서 당장 바꾸러 가야 할 것 같아여!
난 화난 목소리로 짝님에게 말했다.
어제 슈즈를 살 때 처음 것은 사이즈가 작아 다음 큰 사이즈를 원해 편해서 그걸 샀는데..
일하시는 분이 처음 신었던 작은 것을 담았단 말인가?.
화가 났다.
할 수 없이 신고 왔던 편한 신발로 그냥 하이킹을 할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오늘 산행길은 평이한 코스 길이다.
그런데 아무리 평이한 길이라도 산 길은 굴곡이 있어 내림 길에서 발이 쏠려 짜증이 났다.
그 화남을 짝님에게 보이지 않으려 했고..
새 슈즈 탓으로 여겨지니.. 은근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그런 마음 상태로
하늘 호수로 거의 돌아올 지음..
짝님이 하는 별안간 하는 말.. 혹시 당신 내 새 신발을 갖고 온 거 아냐.. 요?
뭐라고.. 요?!
그런가.. 그렇구나!!!! 그만 실수로 내것이 아닌 짝님 신발을 갖고 온 거구나!
아이쿠!!!!!
그 말을 들은 순간..
어제 발 사이즈와 오늘 발 사이즈가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어리석은 망상을 했던 자신과..
발이 쏠릴 때마다 원망했던 신발 가게 주인님에게
당장 다른 것으로 바꾸겠다고 외친 게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저의 실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발로 인해 싸이고 있던 스트레스가 그 말한 마디에 퍼엉~ 하고 깨져버렸다.
그 시원함..
그 통쾌함..
그 즐거움..
차를 타고 미네와스카 산 자락을 달리면서 노래가 끊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맛본 단박 깨침의 뻥~ 뚫림에.
^ㅎㅎㅎ^
짝님, 고맙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