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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한국 장로교회에 어떠한 의미를 던져 줄 수 있을까”
9월 28일(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신반포중앙교회에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한국장로교회"라는 주제로 한국장로교신학회 제22회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대하여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는 그 성격을, 김재윤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는 기독론을, 이남규 교수(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는 교회론을, 이성호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교회사)는 성례론을, 김병훈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는 구원론을 각각 다루었다.
▲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강함과 부드러움에 대해 이승구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강함과 부드러움 / 이승구 교수
이승구 교수에 따르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는 강한 면과 부드러운 면이 공존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것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역사적 배경에 비추어 볼 때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정통파 교리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신앙을 고백하는 방식은 매우 부드럽다. 그래서 이 요리문답은 에큐메니컬한 성격을 가진 요리문답이라 부르기도 한다. 2) 성찬 부분을 다루면서 명백히 개혁파 입장을 견지하지는 않지만, 요리문답 전체는 개혁파 입장을 강력하게 견지하고 있다. 3) 선택 문제에 대하여, 요리문답은 아주 명확한 선택에 대한 입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자명한 듯 여기며 스쳐 지나가면서 논의하고 있다. 4) 권징에 대해 분명히 다루면서도 권징이 권징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회개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권징 과정은 사랑과 기도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5) 요리문답의 모든 내용이 성경에서 나왔다는 것을 자명하게 여기면서도 이것을 현저하게 밖으로 드러내 놓지 않는다. 이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요리문답에서 유난히 강하게 주장하는 부분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바로 칭의와 선행을 다루는 부분과 천주교회에 화체설에 대한 부분이다. 이신칭의에 대한 이해가 확연히 달라 복음이 순수하게 전달되지 않고, 성경적 성례가 바르게 집행되지 않는 곳은 교회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교수가 발표를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진정한 기독교적 인격은 1) 분명한 성격적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2) 이 인격은 아주 부드러운 인격으로 나타난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이런 점에서 “우리의 믿는 바를 성경적으로 드러낸 좋은 고전적 신앙고백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학함과 인격의 모델”이 된다는 것이다.
▲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나타난 기독론의 특징들에 대해서는 김재윤 교수가 다루었다. |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나타난 기독론의 특징들 / 김재윤 교수
김재윤 교수의 발표의 핵심은 요리문답의 기독론은 “현재 살아계셔서 교회의 머리로서 지금도 우리를 위해 일하시고 우리를 그의 안으로 포함하시는 그리스도에 대한 인격적 실존적 지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요리문답의 기독론은 지금 하늘에 앉으신 그리스도, 즉 현재적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과 인격에 중심을 둔다. “시간적으로 과거보다는 그리스도의 현재적 사역이, 범위로 보면 그리스도와 교회의 머리로서 교회를 향해 베푸시는 모든 사역을 포함하는 포괄적 관점이 강조되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된 논지다.
이상의 주제는 김 교수가 근래에 계속 연구해 온 주제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특별히 그리스도의 삼중직과 두 본성을 다루면서 이 점을 강조했다. 우선, 그리스도의 삼중직을 통해서는 성령 안에서 복음 설교와 성례를 통해서 회복된 언약 안에서 살면서 생명을 누리는 교회의 삶 전체를 주관하시는 사역을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두 본성을 다루는 요리문답의 12-19문은 단지 중세 안셀름의 저작인 『하나님이 왜 인간이 되셨는가?』를 옮겨 놓은, 즉 단지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이라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만 인한 것이 아니라 복음을 통해 우리의 유일한 위로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참된 믿음으로 이끄는 부분이다.
▲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나타난 교회론에 대해 이남규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나타난 교회론 / 이남규 교수
이남규 교수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나타난 교회론을 교회권징론을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요리문답에서 권징을 다루는 85문은 권징이 교회에 속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리문답의 방식이 교회에 정착되기 위해서 당시 팔쯔 지역에서는 교회법에 관한 큰 논쟁이 있었다. 교회가 독립적으로 치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치리는 최종적으로 세속 정부가 관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 것이다. 전자는 우르시누스와 올레비아누스 등 신학자 그룹, 후자는 에라스투스주의로 알려진 에라스투스를 위시로 한 귀족 및 신학자 외 교수 그룹이 각각 지지하였다. 에라스투스는 팔쯔 지역에 개혁주의 신학이 정착하도록 하는 데 크게 공헌한 사람이다.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 의견이 크게 달랐던 것이다.
에라스투스는 국가의 머리가 교회라는 것을 교황이나 감독이 세속권력을 자신의 아래 두었던 것과 같은 모습으로 이해하였다. 하지만 우르시누스와 올레비아누스의 생각은 다르다. 교회와 국가는 모두 하나님의 선물이지만 각기 자신의 소명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들에 따르면 권징은 교회에 영역에 속한 것이었다. 우르시누스와 올레비아누스가 교회의 권징을 강하게 주장한 이유는 그들이 당시 교리와 삶의 개혁이 바르게 이루어졌던 제네바 교회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교회 권징은 성찬, 성도들의 생활, 교회정치, 교회직분,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 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교수가 논의하는 내용을 오늘날 정교분리 이후 시대에 여과없이 고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권징의 본래 의미에 대하여서는 의미 있게 생각할 여지가 있다. “개혁교회는 신자들의 생활이 개혁되는 것이 참된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교회권징이 살아 있다는 것은 그 벌함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세워진 장로들이 그 본분대로 성도들의 삶을 부지런히 살피고 권하는 실제적인 직무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는 이 교수의 논지는 오늘날“장로”교회가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성례론의 특징에 대해서 이성호 교수가 발표했다. |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성례론의 특징 / 이성호 교수
이성호 교수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서 성례론이 차지하는 위치를 설명하며 오늘날 말씀과 성례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종교개혁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성례전 중심적인 신학에는 반대하였지만 성례 자체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례가 올바로 자리매김을 하도록” 하였다. 요리문답에 따르면 성례는 “표(sign)와 인(seal)”이다. 성례는 표로서 복음의 약속을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하고 인으로서 그 약속을 보증하는 것이다. 종교개혁가들은 성례를 로마 카톨릭처럼 제사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단지 상징적인 의미로만 이해한 것도 아니며 우리 안의 믿음을 확증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 교수는 특별히 성찬에 대해 언급하면서 “성찬은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사가 아니라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점과 “봄과 받아먹음으로 구성되어 주님의 몸과 피가 찢기고 흘려지심을 확실히 체험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특별히 “개혁파 성령론은 성찬에서 잘 드러난다"며“성찬에서 성령의 역사로 인하여 우리는 그리스도의 참된 몸과 피에 참여한다. 이런 의미에서 개혁파 성찬론을 영적 임재설이라고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 논지를 따르면 개혁주의 신학의 성령론이 약하다는 인식의 한 원인을 오늘날 참된 성찬의 부재에서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 교수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한국 장로교회에 줄 수 있는 의의로 꼽은 것은 세 가지다. “1) 영적 임재설로서의 성례의 본질에 대한 개혁파적 전통을 잘 이해해야 한다. 2)지나친 설교 중심적 예배는 지양되어야 한다. 성례가 상대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설교도 같이 무너지게 하는 한 원인이다. 설교를 통해 믿음을 세우고 성례를 통해 강화하기 때문이다. 3) 성례를 매주 혹은 자주 시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하나님은 성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성례의 실시를 통하여 은혜를 베푸신다"며 신앙에 대한 논의가 예배 속에서 실천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 ‘믿음으로 의롭게 됨'과 관련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트렌트 종교회의 교령의 이해의 차이에 대해 김병훈 교수가 설명했다. |
‘믿음으로 의롭게 됨'과 관련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트렌트 종교회의 교령의 이해의 차이 /김병훈 교수
김병훈 교수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구원론을 다루며 카톨릭 신학과 개신교 신학의 차이점을 드러냈다. 첫째, 은혜와 자유의지의 관계에 대하여 카톨릭 신학은 은혜의 우선성을 강조하긴 하지만 사람이 그 은혜에 반응하고 협력해야 의롭다 함을 받는다. 하지만 개신교 신학은 인간은 전적으로 타락하였기 때문에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에 새 마음을 창조하셔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둘째, 카톨릭에서는 사람이 의롭다 함을 받는 것은 주입된 의(gratia infusa)에 의한 변화이다. 하지만 개신교 신학에서 의롭게 한다는 것은 법정적 선언을 의미하며 이는 주입된 의가 아니라 전가된 의(insitia imputata)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개신교 신학에서 옛 사람을 죽이고 새 사람이 되는 것은 의롭게 함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회심을 통해 성화를 이루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카톨릭 신학은 믿음으로 의롭게 함이 시작되지만 최종적으로는 믿음에서 나오는 열매로 인해 구원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개신교 신학은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이 시작부터 완성까지 오직 믿음으로만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 믿음은 사랑(선행)과 아무런 연관을 갖지 않는 믿음이 아니며 항상 다른 구원의 은혜들과 함께 역사한다. 이렇듯 개신교 신학은 믿음과 사랑을 분리시키지 않지만 그럼에도 잘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본래 종교개혁 신학에 오류나 허점이 있어서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의 부정적 양상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복된 신앙의 유산들을 바르게 배우고 익혀 순종하지 않은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말하는 믿음으로 의롭게 한다는 고백을 잘 이해하면 값싼 복음의 탈윤리적이며 불경건한 종교양상들을 흔하게 나타내고 있는 한국교회에 올바른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유익을 줄 것이다. 요리문답은 오직 믿음으로만 의롭게 한다는 종교개혁 신학에 대한 비난이나 잘못된 접근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라고 덧붙였다.
▲ 마친 뒤 기념사진 |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 교회 개혁의 중추가 될 수 있을까
올해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450주년을 기념해서 이와 관련한 행사가 연초부터 상당수 열렸다.이번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한국장로교회"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도 그런 일환의 하나이다.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부분을 다루면서 한국 장로교회의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어떻게 요리문답의 내용들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깊게 하기는 어려웠다. 이는 향후 신앙고백서 등 교회의 역사적인 신조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앞으로 10월 12일(토)에도 백석신학대학원에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대한 세미나가 열린다. 많은 신학자들이 모이는 큰 규모의 행사다. 진정한 교회 개혁을 위한 의미 있는 논의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