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힘을 부른다 / 정희연
지리산 노고단에서 북쪽으로 2.5km, 해발 750m에 하늘 아래 첫 동네 심원마을이 있다. 지금은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이면서 반달가슴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자연 상태로 돌아가 흔적이 없지만, 이곳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희연 행사를 함께했다. 그렇게 시작한 가족모임이 올해로써 열 아홉번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갑으로 11월과 12월에 태어났다. 자손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 얼굴 보는 것도 쉽지 않아, 매년 12월초 인접해 날을 받아서 1박 2일 유사를 치르기로 했다. 올해는 11월 마지막 주로 셋째(작은 누나)가 행사를 주관했다. 코로나로 2020년에는 치루지 못하고 작년에는 어른들만 모인 탓에 조카들을 본지도 벌써 3년째다.
모임 한두 달 전이되면 카톡방이 뜨거워진다. 첫 번째로 장소와 날자가 정해지면, 검색기가 발동되고 셋째와 협의해서 조금씩 행사에 필요한 음식이나 준비물을 분담한다. 반찬, 술, 음료와 과자, 그리고 메인요리가 그렇다. 그리고 두 번째 되는 날 어디를 관광할지 장소와 점심 장소도 정해진다. 셋째네 큰아들이 여자 친구와 같이 한다는 소식이 카톡방을 울리고, 첫째네 큰아들은 무역선 대형엔진 프로젝트 수주 소식을 알려왔다. 나는 “인제대학교에서 나를 찾다”를 주제로 「2022 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 피피티(PPT)자료를 올렸다. 그곳에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학교생활에 중점을 두었던 내용으로 가득했다. 해외 창업인턴십, 전자의수 프로젝트, 창업경진대회, 창업동아리, 하계해외 인턴십, 해외 봉사단, 지티이피(GTEP), 대학 연합 창업코칭단, 학교 홍보대사 등 참가했던 활동과 그곳에서 받은 상장 등이 있었고, 내년 4학년 1학기에는 해외 교환학습에 선정되어 준비 중임을 알리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광주에서 2시간 30분을 차로 이동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펜션은 우리가족 27명이 충분히 함께할 수 있는 넓은 장소였다. 잔디밭으로 된 마당 주변으로 한 아름 되는 30여 그루의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는 듯 했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에서 부는 바람은 춥지도 덥지도 않는 산뜻함을 주었다. 둘째와 셋째가족이 부모님을 모시고 먼저 도착해 있었다.
둘째네 조카 손자는 몰라보게 성장 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다연이는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가냘픈 몸에 예능에 소질이 있었는데 지금은 핸드볼 선수라고 했다. 군더더기 없는 체력, 얼굴 그리고 눈빛은 우리의 행동을 읽고 있는 듯 느껴졌다. 둘째 유치원생 무공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 돌아왔다. 애 어른으로 성장해 사용하는 언어와 말투가 멋진 서울남자로 변해 있었다. 그 후 첫째네 가족도 도착하여 회, 매운탕, 보쌈으로 가벼운 식사와 술을 같이 하며 일정을 시작했다.
다 같이 모인자리에서 처음 우리 가족이 될 예비 신부를 간단하게 소개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개량한복 전문가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셋째네 둘째 가족을 소개했다. 꽃 같은 고운 신부로 우리와 첫 대면을 한 것이 1~2년 같은데 벌써 5년이 되어 세 살 다섯 살을 형제를 둔 가족에게 그 동안의 수고를 박수로 보답했다. 그렇게 주말 저녁은 술과 밥이 어우러져 곱게 취해가고 있었다.
저녁을 마무리 하고 2차 바비큐 장으로 이동했다. 본체 옆에 자리한 장소는 조카들이 이미 세팅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숯불만 붙이면 되어 내가 토치를 들었다. 전에는 점화 스위치가 없었는데 따로 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어 사용이 편리했다. 번개탄이 있어 쉽게 불꽃이 일어났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카메라로 담고 있으니 배에 음식을 가득 채운 아짐들이 하늘을 향해 뛰어보자고 한다, 가장 젊은 날 하늘을 만져보자는 거다, 육군 훈련소를 구경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오합지졸 이다. 안되겠다 싶어 동영상으로 다시 시작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모두 하늘로 뛸 수 있었다.
조개구이와 통갈비는 예비 신랑 신부가 준비했다. 8명의 조카들 중 내번 째로 가정을 준비하고 있다. 5년차 삼성전자 직원이다. 2차에서는 첫째네 첫째가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1차에 한잔이 들어가서 그런지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8시에 시작한 2차는 12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거실에서는 배게 싸움이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하마와 토끼들의 싸움이다. 첫째네 첫째가 어느새 거실로 들어 왔는지 하마가 되었고 모든 토끼들이 하마를 공격하고 있었다. 가족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다음날 소고기 굴국과 돌돔 구이가 아침으로 나왔다. 음식에 생선이 많은 이유는 낚시 배 선장으로 계시는 매형이 있기에 가능했다. 여유 있는 아침을 뒤로하고 ‘세종시 수목원’으로 향했다. 도심지에 인접한 수목원은 정부세종청사 동남쪽 세종호수 공원과 금강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도심속에 자연이 들어 앉은 수목원은 습지와 정원이 잘 어울려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삼삼오오 나뉘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두 시간 가량 관람을 하고 식사장소로 이동했다.
석갈비와 갈비탕 그리고 냉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일요일 오후로 접어드니 귀가길이 걱정인 서울팀이 먼저 자리를 떴다. 나머지인원은 가까운 카페로 향했다. 제빵소로 유명한 ‘롱디’는 애견샵과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으로 커피와 빵 냄새로 가득했다. 미리 말한 대로 넷째(우리)가족이 사는 것으로 하고 주문을 받았다. 아메리카노, 라떼 시럼 추가 1, 에스프레소 우드맨, 말차 레몬 스파클링, 뒤로 갈수록 가지각색이다. 뽀로로 밀크맛, 딸기맛 의도에 맞게 주문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딸에게 넘겨줬다. 카페에 뽀로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틀의 시간이 금새 흘렀다. 가족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해주고 있었다. 내년에는 우리가족이 행사를 맡는다. 12월 한 장의 달력이 남았다. 이쯤 되면 한해의 성과가 나오는 시기다. 또 내년의 계획도 세워야 한다. 올해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10년 동안의 공사 현장도 끝냈고, 회사도 지역에서 중앙업체로 옮겼다. 글쓰기 공부도 다시 시작했고, 유튜버도 되었다. 새우찜 과 복분자주 만드는 법도 익혔다. 남은 12월은 만다라트 와 버킷리스트(100)의 빈칸을 채워야 한다. 내년에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할 것들이 많지만 애플 수박 심기, 곶감 만들기, 어머니 영정사진 찍기는 꼭 이루고 싶다. 더하여 아내와 함께 비행기타는 계획도 담는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한주가 지났다. 내년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삶의 현장에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맞이 준비를 한다. 모임 후 몸가짐이 사뭇 다른것이 가족은 힘을 부르는 듯하다.
첫댓글 가족끼리 우애가 좋습니다. 대가족이 모이기가 힘들 텐데 계속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글쓰기 실력도 금방 늘겠어요. 성실한 것이 최대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표준 국어대사전 띄어쓰기를 보고 머릿속에 집어 넣는데도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노력 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내년 1월에 어머니 칠순 기념 가족 여행 고민하고 있답니다. 가족끼리 자주 모이는 게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고맙습니다.
대가족이 모이다니 부럽습니다.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조카들이 커서 가정을 이루다 보니 인원이 많아져 장소를 구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새 식구가 된 가족은 따로 방을 구해 줘야 하구요. 고맙습니다.
대가족 모임이네요. 저도 가족 모임을 하고 있기는 한데, 장차 이런 모임이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계서서 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갈 지도 숙제인듯 합니다.
그렇지요. 살면서 가족보다 더 힘이 되는 것 없지요.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 많이 배웁니다.
우리 집은 형제자매는 자주 모여도 조카들은 보기가 힘들던데, 이렇게 조카들까지 다 모이시는 부모님이 얼마나 뿌듯해 하실까요? 형제가 우애하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참 좋아 보입니다.
우리 세대에서 조카 세대로 넘어가는 추세 입니다. 모여서 이야기 하느라 잠을 자지 않습니다.
시댁은 가족이 최고로 많이 모였을 때가 25명이었는데 여긴 27명이나 되는군요.
그 많은 식구가 한 자리 모임을 하는군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긴 시간 어렵게 해 왔는데 시간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조카와 손주들에게 기다려 지는 좋은 모임으로 다가 오는 것 같습니다. 꼬맹이들이 동생들 준다고 장난감을 가져와 건네주고 하는 모습을 보면 흐믓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형제들과 서로 다독이고 베풀며 사는 모습 부럽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제 글에 빨간색이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