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씨의 방북이 북한의 종교 환경이 변화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이 발표되었다.
목원대 신학대학 김흥수 교수는 11월 8일 연세대 백양관에서 개최된 한국종교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1980년대 이후 북한 종교의 변화와 사회적 환경"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문익환 목사와 천주교인인 임수경씨의 방북은 북한 사회에 종교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는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문익환과 임수경 등의 방북 활동은 텔레비전을 포함한 북한의 언론 매체를 통해 자세히 보도되었다"며, "그들이 봉수교회와 장충성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발언하는 장면이나 김일성과 만나 통일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했던 것이 종교에 대한 북한 사회의 경멸적인 분위기에 변화를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91년 북한을 방문한 한 기자가 평양 식당의 접대원으로부터 "신부나 목사는 미국 사람들 앞잡이 노릇만 하는 줄 알았는데 나라와 통일을 위해 저렇게 감옥까지 가면서 애쓰는 분들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지요"라고 들었던 사례를 소개하며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태도가 약화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문 목사와 임씨의 방북 이후 북한에서는 "문익환 목사나 임수경 학생이 보여 준 기독교"는 제국주의적 기독교와 다르지 않느냐는 반론이 공공연하게 제기되었다고 한다.
종교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입장도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면서 종교에 대한 관심과 재평가 작업도 활발히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에는 김일성 종합대학에 종교학과가 설립되었으며, 신설된 종교학과에는 미국 장로교 소속의 홍동근 목사가 초빙되어 교수들을 상대로 한 기독교 강좌가 개설되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김일성과 종교인들과의 호의적인 관계를 조명하는 글들도 활발하게 발표되기 시작했다"며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위하여>(1993), <김일성 주석님과 천도교인>(1994), <인생말년에 찾은 조국>(1998) 등이 김일성과 종교 지도자 박인진, 최동오, 최덕신, 류미영 등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종교인들과의 우호적 관계와 애국적 종교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92년에 출간된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서 두드러졌는데, 여기에는 특히 기독교와 김일성 가족과 맺어온 관계가 이야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회고록에 대해 "기독교 신앙을 간직했던 그의 집안 인물과 항일 운동에서 만난 종교인들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담고 있는 회고록은 종교에 대한 경멸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던 북한 사회에 종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