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없다 등뼈
이홍사
입을 구하네
식탁 위에 나 홀로 소주와 등뼈
뼈다귀해장국
한때 입이 절실했던 등뼈
뚝배기 속에서 뒤돌아 걷고 있네
돌의 살점을 발라낸 자리 입을 지니지 못한 등뼈
돌아보니 사방은 휘황찬란한 불빛의 사막
지난 생 사막을 건너오며 표시되지 않은 모래밭에 묻어둔 후일담 한 소절
발자국 메우는 모래알 같은 질문은 기어이 없네
잘못 들어선 길에서 모가 난 발자국 눈을 찌르는 시간
돌로 다듬은 뚝배기가 등뼈의 석관이겠지
식탁에 발라놓은 등뼈 한 점
귀를 열어 모래밭에 묻어둔 제 목소리 한 소절을 더듬네
등뼈
사막에 묻어둔 소리는 싹을 틔우지 못하고
모래를 휘감던 바람이 가득 들어앉는 뚝배기
사막보다 더 황량한 눈을 가진 사내
석관 속 등뼈 젓가락으로 뒤집네
사내와 무엇이라 명명할 전생의 연이었나
순간 젓가락에서 허물 늘어져 식탁 아래로 떨어지는 등골 한 덩이
사내의 흙 묻은 안전화 고민 없이 한쪽으로 쓸어 버리네
한때 어느 생을 지탱했을 등뼈
입이 사라진 등뼈 이번 생을 대변할 한 소절
육절기 톱날 자국이 선연한 등뼈가 지나온 건조한 언어만 기억하네
뚝배기 속으로 한마디 조사도 없이 던지는 사내의 시선
살점을 발라 소주 마지막 잔을 들이키네
등뼈
입이 없어 서러운 여기
뼈다귀해장국 전문점 식탁 위
모서리에서 등뼈가 돌아눕네
기어이 입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