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심란한 일이 생겼었습니다.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광주에 있는 수녀님한테 가려고 기차 역에 나와 있는 데 같이 가자는 예그리나였습니다.
"알았어" 총알같이 일어 나 영등포역에 전화를 해서 두 시간 앞 둔 기차표를 예매했습니다.
세수 할 시간도 없어 혈압약 카메라 휴대폰만 챙겨서 냅다 버스정류장으로 뛰었습니다.
<그 바람에 손녀 휴대폰 베터리까지 가지고 갔습니다.ㅎㅎ>
다행히 도로가 뻥 뚤려서 버스가 영등포역에 도착했을 때 한 40분 정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일반 객차의 반 크기의 객차 안은 한적하고 의자도 편안하고 좌석 옆에 간이 테이블도 있는 것이
꼭 특실 같았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휙휙 지나가는 바깥경치도 구경하고 철도 책자도 보면서 어디쯤 가다가
배가 출출해서 식당칸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예전의 식당 모습이 아니더군요.
도시락 샌드위치 음료수등은 팔지만 창쪽으로 폭이 좁고 긴 간이 테이블하고 의자가 있고
한 쪽에는 노래방하고 컴퓨터 게임기가 몇 대 있는 것이 식당이라기보다는 휴게실 분위기였습니다.
내릴 때 보니 식당이 아닌 '카페'라고 써 있더군요.
샌드위치 하고 커피 한잔을 사서 좌석으로 와서 먹었습니다.
어둑어둑한 창 밖을 내다보면서 혼자 커피 마시는 기분도 괜찮더군요.
8시쯤에 광주역에 도착해서 미리 와 있던 예그리나하고 만나서 어디로 갈까 의논하다가
주머니 얇은 사람들의 오아시스인 찜질방에서 하루밤 자기로 하고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빛고을 찜질방으로 갔습니다.
운동장만한 넓은 휴게실에는 똑같은 옷을 입은 어른들이 여기저기 누워있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고
수면실, 식당, 피시방, 헬스방,놀이방 그야말로 그 안에서 모든 게 다 해결이 되게끔 되어 있더군요.
우리는 우선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전라도 음식이 맛이 좋다는 것이 여기서도 증명이 되더군요.
5천원짜리 미역국, 된장찌개가 얼마나 맛이 있던지 다 먹을 때까지 전라도 음식솜씨와 인심를
칭찬하며 먹었습니다.ㅎㅎ
위층에 있는 수면실 한쪽에 메트리스와 이불을 펴고 우리 자리 표시를 하기 위해
물병하고 수건을 놔두고 피시방으로 갔습니다. (다음 행선지를 정하기 위해서)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뒤지다가 기차여행을 더 하기 위해 부산까지 가는 기차 예매를 하고
수면실로 와 보니 누가 이불을 다 가져갔더군요 ㅎㅎ
이불도 없이 밤 새 옆 사람의 뽀드득 뽀드득 이 가는 소리에 자다 깨다 하면서 밤을 보내고
날이 밝자 얼른 세수만 하고 하루에 한 대 밖에 없다는 부전행 기차를 타기 위해 광주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기차가 출발하는 곳은 광주역이 아니고 송정역이더군요.
택시로 가도 버스로 가도 이미 기차 시간에 맞추어 가기는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부산은 포기하고 작년 여름 가다가 되돌아 왔던 죽록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한 40분 걸렸을까요? 죽록원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가서 떡갈비와 죽순 구이가 곁들인 거나한 식사를 하고
죽록원 매표소로 갔더니 경로우대 대상자라고 그냥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기차도 30프로 할인해 주더니......좋아해야 할 지 서글퍼해야 할지 자꾸 헷갈리는 요즘입니다.
쭉쭉 뻗은 대나무 숲을 걸으면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소리치는 이발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속이 시원해 질까 싶어서요. ㅎㅎ




첫댓글 무작정 여행 많은 추억거리 가지고 오셨지요?..다음 행선지가 궁금해요..
다음 얘기도 사진도 올려야 하는 데 애기를 보고 있다네.
무작정 여행 재미있었어요 헌데 어벙벙한 나때문에 언니가 더 심란했다는 고맙고 죄송합니다
불편하지는 않았니?ㅎㅎ
무작정 여행 할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음이 다행입니다,,,
결국 죽립원을 다녀 오셨군요,,,여름이 아닌 겨울에,,,,ㅎㅎㅎ
계획을 하면 이거 걸리고 저거 걸리고 경비도 계산해 보고,
그러다 보면 떠나기가 쉽지 않은데 그냥 무작정 떠나니까 되더군, ㅎㅎ
계획없이 다니신 여행이라 더 기억에 남으시겠네요.^^*
그럴 것같아, 날도 추운데 별일 없이 잘 지내는지?
재미있으셨을 여행 다음 편을 기대합니다...ㅎㅎ
봄방학에 보자 ㅎㅎㅎㅎ
소녀들 같아요. 에공...
내가 생각해도 그러네요. ㅎㅎㅎㅎ
조망간 무전여행에 합류할께요
우선 가까운데 부터 갈까,,,ㅎㅎㅎ
인천에,,,겨울 바다,,,,
보기좋네요
소녀같은 감성들을 가지신 언니들 마음도 모습도 아름다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