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외과 전문의 김성강 원장
3기 이상 치핵이라도 무조건 수술하지 않아
부작용 줄이려면 과도한 치핵 절제 피해야
수술 권고받는 환자 10% 내외...충분히 상담하고 결정해야
현대인의 고질병 중 하나인 '치질'은 치열, 치핵, 치루 등 다양한 항문 질환을 통칭하는 용어다. 특히 치핵은 항문 주변에 덩어리가 생기는 상태로, 전체 항문 질환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이 때문에 치질이라는 단어는 치핵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치핵은 심해질수록 출혈과 통증을 동반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 수술 후 관리 부담 등으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치핵 수술이 필요한 시기는 언제일까? 수술 후 재발 위험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하이닥 외과 상담의사 김성강 원장(우리들항외과의원)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김성강 원장(외과)|출처: 우리들항외과의원
Q. 치핵은 어떤 질환인가요?
치핵은 항문에 생긴 덩어리를 말합니다. 괄약근을 둘러싼 쿠션 조직이 여러 이유로 인해 과도하게 늘어지거나 붓게 되면서 통증, 출혈, 종괴, 돌출, 소양증 등 여러 불편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치핵은 항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항문 쿠션 조직이 늘어나고 혈관에 울혈이 발생해 치핵을 유발하는 상황이 높아지면 발생률이 높아지겠죠. 보통 변비나 설사, 과도한 복압을 증가시키는 운동, 임신과 출산, 비만, 복압을 증가시키는 질병 등을 가진 분들에게 치핵이 잘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치핵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또 수술이 필요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치핵의 치료는 크게 일반적인 보존적 치료와 약물적 치료,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치료의 경계를 나눔에 있어서 의사에 따라 다른 기준과 의견을 가지고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이 얼마나 불편하느냐일 것입니다. 또한 약물과 보존적 치료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면서 현재의 불편함을 호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물론 객관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배변 시 늘 항문 치핵이 돌출되어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3기 이상 치핵의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권고하는 것이 맞지만, 이 또한 본인이 불편하지 않다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보다 증상이 더 경미하더라도 본인의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3기 치핵이 아니라도 수술적 치료는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Q. 수술 방법에 따라 통증이나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나요?
수술은 돌출된 치핵 조직과 함께 치상선 하방의 항문관 내 내치핵을 같이 절제하는 것이 기본으로, 보통 치핵 조직을 많이 절제할수록 통증이 큽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고전적 수술 방법 대신 SH(Stapled Hermorrhoidopexy)라는, 원형자동문합기를 이용한 치핵 수술법이 상황에 맞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빠져나온 항문 점막 및 치핵 덩어리를 안쪽으로 끌어올려 절제와 봉합을 동시에 시행하는 방법으로 치료법으로, 기존 수술보다 통증이 훨씬 적고 회복도 빠른 장점이 있습니다.
수술 방법에 대한 결정은 수술을 하는 의사의 숙련도, 선호하는 수술 방법, 환자의 항문 상태, 기저질환 상태, 치핵의 배열이나 형태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인 수술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으므로, 담당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Q. 수술 후 회복 기간은 보통 어느 정도인가요?
치핵 수술 후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의사의 관점에서 보자면 치핵 수술 후 완전히 피부가 재생되기까지의 회복 과정은 평균 8주 정도로 잡습니다. 그러나 환자분들은 수술 후 통증이 가라앉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기간을 포함해 질문하시는데요. 이 기준에서 보자면 보통 2~3주 내에 충분히 통증 없이 생활이 가능합니다. 다만 환자의 기저 상태, 치질의 심한 정도, 수술 방법에 따라 약간의 회복 기간 차이는 있습니다.
치핵은 증상과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Q. 수술 후 항문이 좁아지거나, 변이 새는 부작용에 대해 걱정을 하시는 분도 많은데요. 실제로 부작용은 어느 정도 발생하나요?
모든 수술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치핵 수술의 경우 가장 우려하시는 부작용이 바로 항문 협착과 변실금 증상인데요. 원칙적으로 치핵 수술은 괄약근을 둘러싼 늘어진 쿠션 조직만을 제거하는 것이지, 괄약근을 절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괄약근 절제로 인한 변실금은 발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늘어진 쿠션 조직과 피부가 어느 정도 항문을 닫아주고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치핵을 절제하게 되면 해당 부위에서 변이나 물, 가스가 새는 증상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절제된 치핵의 주변 조직이 다시 빈 공간을 메꿔주면서 차차 증상이 좋아집니다.
항문이 좁아지는 협착 증상은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특히 협착증이 잘 발생하시는 분들은 치핵이 아주 심했거나, 항문 괄약근의 힘이 좋은 젊은 남자들, 평소 변이 묽고 잦은 배변을 하시는 분들에게서 발생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문 협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치핵 수술 후 일부 피부 꼬리나 경미한 치핵이 남더라도 과도한 치핵 절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수술 후 환자분이 너무 자주 무른 배변을 본다면 이에 대한 관리를 같이 해주는 것이 협착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Q. 수술 후에 재발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치핵 수술 재발에 대한 질문도 자주 듣게 되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치핵 수술 후 재발은 있을 수 없습니다. 치핵은 괄약근을 둘러싼 쿠션 조직이 과도하게 늘어져서 발생한 것이며, 이를 절제하는 것이 치핵 수술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치핵 절제가 된 부분은 쿠션 조직이 없기 때문에 재발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치핵이 발생하기 쉬운 생활습관과 직업 환경, 좋지 않은 배변습관이 반복된다면 절제된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치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재발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치핵을 예방하기 위한 관리법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치핵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입니다. 즉,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설사나 변비 등 항문압이 올라갈 수 있는 배변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또한 화장실에 오래 앉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직업적 환경 상 어쩔 수 없이 항문압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면, 평소에 온수 좌욕과 치질약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도 증상 개선 및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치핵 수술을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본인이 치핵인 것 같다고 생각해서 병원에 가려고 하다가도, 무조건 수술을 권유할 것 같아 병원 내원을 꺼리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치핵으로 병원에 내원해서 수술을 권고받는 환자는 대략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또한 치핵 치료에 있어서 무조건 수술이 옳은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보존적 치료로는 개선이 될 수 없으므로 이때는 과감하게 수술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의사들과의 상담을 통해 수술에 대한 선택을 충분히 고민해 보고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서 결정할 것을 권합니다.
도움말 =김성강 원장 (우리들항외과의원 외과 전문의)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