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12th, 2007
애피타이저 스토리 : 어젯밤 남아공 사람으로 오인 받은 안타까운 사연ㅠ
"hey, I'm Jeffrey. just call me, Jeff. I'm from Canada. you?"
안녕, 난 제프리. 그냥 제프라고 불러. 캐나다에서 왔지, 넌?
"Minyoung from South Korea." 민영. 한국(남한)에서 왔어.
0_0?? 제프리의 황당한 표정
"what? is there anything wrong?"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no, but you're Asian." 아니, 그런데 넌 아시아인 같은데.
"you're right. so what?" 그래, 맞어. 근데 그게 뭐 어떻다고?
"ah-! I got it, you said South Korea! I thought you said South Africa. sorry."
아! 이제 알았다, 한국(남한)이라고 한거구나, 난 또~남아공에서 왔다고 한 줄 알았지~ 미안"
-_ -;
코맹맹이 신세로 전락한 것도 속상한데 뭐야- 남아공사람으로 오인받고ㅠ 쳇.
투덜투덜 잠자리로 들어가 내리 10시간을 자고 8시 반에야 일어난 코맹맹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질질 끌어다가 어두운 주황빛 샤워실에서 대충 씻고
9시 반 느즈막히 아침식사를 받아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시간 아까워 발이라도 동동 구르고 있을 나지만 지금은 상황이 천지차이인 걸.
오히려 깨어있는 시간이 더 괴로운 지금, 끄응-ㆀ
한시도 쉬지않고 흘러내리는 콧물을 풀어내느라 손과 코가 닳아나갈 지경이다.
코는 이미 헐을대로 헐었고 풀 때마다 킁크으으응 힘을 주는 터에 머리는 지끈지끈.
길지도 않은 45일 여행에 영국 런던에서는 몸살감기로 일주일간 고생하며 시간 허비한 것도 모자라
스위스에선 연 사흘째 갖은 고생을 다하며 귀하디 귀한 시간 죽이기 놀이를 하고 있으니,,
1분 1초라도 아까워 순간순간 정열적으로 즐겨도 모자랄 판에 이게 대체 뭐냔 말야.
나의 저주받은 수도꼭지 코.
왠지 약발 하나는 끝내줄 것 같은 스위스의 약도 도통 들어먹질 않으니 난 대체 어딜가서 살면 좋을꼬.
레포츠 센터 앞에서 아무리 기웃기웃 거려봐야 그림의 떡일 뿐.
계획했던 알프스 등반, 번지점프, 캐녀닝은 고사하고 제프리가 추천해 준 자전거 하이킹 마저도
깨어있는 시간 내내 쉼 없이 코를 풀어줘야 하는 나에겐 넘지못할 산이로고.
스위스에서의 환상적인 레포츠 타임을 얼마나 기대했던가!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이기도 하지, 얼굴 전체가 마비된 듯한 지금 이 상태로 대체 뭘 하겠느냐고.
휴지를 돌돌 말아다가 두 콧구멍에다 푹푹 꽂아둘 수도 없고, 나 이거 참~
그렇다고 곰팡내가 폴폴 나는 호스텔에서 죽치고 있기도 뭣하고, 또 다시 유람선 여행??
Interlaken (11:08) → T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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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작된 툰 호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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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평생 살고 싶네~ 이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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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뭔지도 모르면서 유람선 안에 있는 사람들이
사정없이 플래쉬를 터뜨리길래 나도 따라서,,, 찍었다-_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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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마을 툰,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길.
베른이랑 얼추 비슷한 분위기, 그래서 더욱더 친근했던 이 곳.
깃발만 보면 사정없이 흥분하는 이 놈의 병, 어뜩할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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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기와 베른 칸톤기가 자랑스러이 걸려있는 시티 홀.
창문이란 창문마다 빨갛게 활짝 핀 화분들을 내다놓은 기막힌 실외 인테리어에 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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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하나씩은 걸어놓고 화분 하나씩은 내다놓은 곳은 시청뿐만이 아니었돠.
스위스 사람들 내면에 깊이 뿌리박힌 애국심과 자연을 벗삼는 국민성의 표상일까...??
그나저나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쥬쥬의 집, 미미의 집처럼 반을 뚝 잘라 보기좋게 구경까지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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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없이 앞만 보며 걷다 문득 고개를 쳐들었다.
짠짜라잔 짠짠짠 짠짜라라~ 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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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사이로 꼭꼭 숨겨진 계단을 헥헥대며 오른 보람이 있었다.
인터라켄에서부터 툰까지 거슬러 온 툰 호수 정경을 내려다보며
꽝 막혀버린 코가 뻥-하고 뚫리는 시원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 툰 오길 잘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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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벽에 붉은 빛 지붕이 파란 하늘과 기막힌 조화를 만들어 낸다.
이 순간에 저~어기 나무 뒤에서 백마 탄 왕자님이 나와준다면 더 없이 고마울텐데,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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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햇살에 투명하게 빛나는 초록색 잎들을 간지럼 태우는 오후, 두시 오십사분.
세 시 정각이 되자 은은하게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법 묵직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내 눈 앞에 웅장한 미사곡 라이브 연주가 펼쳐지고 있었다.
넋을 놓고 얼마나 앉아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좋았다는 기억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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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벤치, 가로등 그리고 내 앞으로 길게 난 길.
난 괜히 이런 그림이 좋더라고.
it's the frame only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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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목도 마르고 다리도 슬슬 아파진거야.
그래서 이파리 몇 개가 떨어져 있는 벤치에 앉았어.
그랬더니 바로 이 모습이 내 눈에 들어 오더라고.
벤치 옆에 있는 분수대에선 물이 졸졸졸 흐르고,
바람은 살랑살랑 내 얼굴의 솜털을 간지럽혔어.
온종일 무거웠던 몸은 이내 가벼운 깃털이 되어 하늘을 저 만치 훨훨 날 것 같았지.
적어도 한 시간은 그렇게 꼼짝않고 앉아서 책을 읽었던 것 같아.
그러다 누런 종이에 까망 글씨가 지겨워지면
흑백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빨간 구형 자동차에 시선 한 번 던지고,
분수대가 쏟아내는 경쾌한 리듬에 귀도 기울여 보고,
눈을 감고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느껴보기도 했어.
이 날 오후 내가 온전히 느낀 평화로움을 너에게 선물할게, 넘치지 않을만큼 가득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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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즐겨 읽었던 동화, "백조의 호수" 배경이 바로 이 곳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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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돌아가는 길은 아쉬워.
아쉬운 이 마음 종이배로 접어 호수 물결 위에 띄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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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에만 이런 다리가 있는 줄 알았더니 여기 툰에도 지붕있는 다리가 있었다.
"빨강머리 앤"의 앤과 길버트가 떠올랐다.
이윤 몰라, 그냥 앤하고 길버트가 여기서 진한 키스를 나눴을 것 같아.
캐나다 소설인 "앤 오브 그린게이블즈"를 고려할 때 전혀 현실성 없는 상상-_ -;
Thun (16:38) → Interla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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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를 떠난 사람들이 이런 순간에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착각할만 하지.
"민영아, 듣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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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호수 물결의 눈부신 반짝임은 그야말로 작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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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듯한 세모 모양의 뾰족산.
초등학교 미술 시간, 정삼각형으로 주구장창 산이라고 우겨대며 즐겨 그렸던 산이
바로 여기 스위스에! 현실로서 우뚝 솟아 있었다!
꿈은 믿는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니 그 말이 참말이었다.
인터라켄 서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르르쾅쾅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마구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지금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곤 점잖이 유람선에 앉아 호수와 주변 풍경들을
감상하는 것 뿐이라며 이마저도 즐기지 못하도록 작정하고 훼방을 놓는 날씨에 심히 툴툴 거렸을테지만
오, 노~ 번개가 땅으로 내리 꽂히고 천둥이 쾅쾅 쳐댈수록 점점 카타르시스의 정점에 달하는 거다.
"그래~ 더 내리쳐라! 천둥아, 번개야! 쏟아져라, 비야!"
사실 계획했던 레포츠도 즐기지 못하고 날씨도 쌀쌀한 것이 당장이라도 스위스를 뜨고 싶었지만
제네바에서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야간열차는 월수금만 운행 중이었다.
결국 순전히 타의에 의해 내일까지 스위스에 발목잡힌 신세가 됐던거다.
마음만 앞서지 전혀 따라주지 않는 몸을 이끌고 스위스에 억지로 체류하고 있어야하는 답답한 심정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안으로만 끙끙 대던 찰나 그걸 이 날씨가 제대로 풀어주었던 걸까.
사정없이 퍼부어 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거리의 사람들이 떠나가라
"오버 더 레인보우"를 신나게 부르며 곰팡내가 폴폴 나고 축축한 베갯잇이 기다리고 있는 호스텔로 고~
마음은 이미 전봇대를 붙잡고 빗물 가득고인 웅덩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었다는 사실!
당장 바로셀로나에서 묵을 숙소 예약을 해야하는데 이미 만원,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보자.
양말을 빨고 있는 제프리 왈, "젠장, 오늘 래프팅 갔다왔는데 홀딱 젖었어!!"
흠뻑 젖은 운동화, 꼬질꼬질 축축한 양말, 이런 음습한 호스텔에선 절대 마를리가 없지.
줄줄 흘러내리는 콧물, 쓰다 만 오늘의 일기,,,
이 모든 걸 뒤로하고 오늘은 밤 9시도 안되서 자는 신기록을 세워 볼까나.
자는 시간만큼은 콧물이 흐르지 않으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고 투 베드.
푹신한 소파에 앉아 근사하게 맥주 한 캔 따고 팝송에 취해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건
꿈으로나마 대신하자, 오늘 밤은.
첫댓글 예로부터 유럽인들..특히 영국인들이 비염과 인후염을 많이 앓아 이집트로 휴양을 많이 간다네요..^^ 유럽여행은 안맞는듯..담에는 인도나 이집트에 가보심이..^^ 어찌 여행이 개운하지 않은 몸 컨디션 때문에 읽는 내가 안쓰럽네요..ㅋㅋ(안쓰럽다고 말하며 웃네요..ㅋㅋ)
인도에선 물때문에 한 일주일간은 참을 수 없는 설사병에 시달렸던 기억이;;; 아무리 지사제를 먹어도 들어먹지 않던데요?? 갠지스강에서 떠올린 물로 만든 듯한 밥이 기억나네요ㅎㅁㅎ;;
저두 스위스의 서늘한 날씨에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엇어요~ 뭐 다행이도 한국서 가져간 약을 먹었더니 곧장 낫더라구여 ㅋ 여튼 툰이란 곳도 정말 좋네요 +_+ 역시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올라갔던 사진 봤던 기억나요, 옷도 튼실하게 안입었던 것 같은데 별탈 없었다니 다행이네요~^-^;;
감기나..알러지로 코가 많이 나올때..'코싹'..이라는 주황색 큰 알약 잘듣던데요. 전 여행할때 꼭 채인답니다. 글 너무 재미있어요. ^^
코싹, 기억해두고 담에 여행갈때 꼭 챙겨가야겠어요>ㅁ< 이 놈의 만성비염, 정말 지겹도록 따라다녀서 귀찮을지경이에요-_ =
정말 절경이네요.. 벌써 바르셀로나로 갈 때면 막바지로 달리는 듯한!! 제가 anne 님 여행기를 열심히 읽는 이유 중에 하나가요, 제가 가고 싶어하는 나라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똑.같.거든요. 그래서 마구마구 더욱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향해갈수록 스파트가 붙네요, 요즘 시간날때마다 틈틈히 쓰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내용이 부실해져가는 것 같아서 심히 죄송;; 유럽여행가는 사람들이라면 보통 똑같은 루트로 이동할텐데, 열심히 챙겨봐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까지 화이링~~
저 진짜.. 베낭메고 여행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데.. 사진을 보니 또 가고싶네요.. 이를어째~~~ 병인거 같아요 갈땐.. 진짜 다신 베낭메고 안온다.. 그러지만..또 베낭을 챙기고푼 욕망~~~ 이 불타올라요.. 동화같은 곳인거 같아요 아름답네요...
그 욕망, 평생 따라다닐걸요??
음.. 출/도착 시간 신경안쓰고 툰 마을에서 즐겼다는 환상의 자유가 정말 부럽네요. 저도 스위스 다녀왔고 정말 화창했던 날씨덕에 좋았지만, 항상 기차시간을 염두에두고 있었던터라..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요... 젊었을때 여유있게 다녀오는거 정말 좋은거 같아요. 나이들고 직장다니면 시간에 쫒겨서 이렇게 못한답니다. ^^
그래서 학생때 해보고 싶은거 맘껏 해보라는 말이 있나봐요;; 저도 곧 학생딱지를 떼야하는데 심히 걱정입니닥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