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미세먼지가 없는 양호한 날이라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바람을 쐬러 내려갔다.
어디로 가서 걸으면 좋을까 태종대로 가 볼까 이기대로 가 볼까 해운대로 가 볼까 하다가 다대포해수욕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동래에서 1호선을 타고 눈 감고 있다가 맨 마지막 역에서 눈을 뜨면 다대포해수욕장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바람은 약간 차가웠지만 햇살은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지 모르지만 봄이 살그머니 다리를 뻗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모래밭을 걷다가 보니
중년을 살짝 넘긴 듯한 부부가 소금통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걸 모래구멍에 부어 넣고 있었다.
옆에 가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맛조개를 잡아내는 것이었다. 바닷가에서 살았던 경험으로 잡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진을 몇 개 찍고 빠른 걸음으로 몰운대 입구까지 갔다가 다시 오던 쪽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백사장 한가운데 굴삭기를 동원하여 거대한 달집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곧 정월 대보름이라 싶었다.
어릴 때 대보름이 되면 쌀을 이는 조리개를 들고 집집이 찾아다니면서 찰밥을 얻어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짚으로 만든 재웅 속에 돈을 넣어 두었던 것을 끄집어내러 다녔던 것도 떠올랐다.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어져 버린 풍속이지만 재미있던 일들이었다.
겨우네 날렸던 연을 달집 대나무에 모두 걸어 태우던 일도 떠오르고 달집이 타고 나면 숯다리미에 콩을 담아 볶아 먹던 일도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사라져 버린 게 너무도 많은 것 같다.
또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사라져가고 또 새로운 것들이 생겨날지 알 수 없는 세상이라 싶었다.
마당이 사라진 뒤 결혼식장과 장례예식장이 생겨났고 상여가 없어지고 장의차가 생겨났다.
자치기, 팽이치기, 단방구, 말타기, 비석치기, 땅 따먹기,
고무줄 뛰기 등 많은 놀이가 사라지고 게임이 대세가 된 세상으로 바뀌고 말았다.
모든 것은 숨가쁘게 변하고 있다. 달집 태우기도 얼마나 더 갈지 알 수가 없다.
사라져가고 없어져가는 것들 속에 우리도 시나브로 사라져가고 없어져 갈 때가 다가오고 있는 모양이다.
봄이 가고 또 새로운 봄이 오듯이 모든 건 가고 또 오고.....
첫댓글 왼쪽 그 얕으막한산에 산책길이 좋은데요
부산은 많은 기쁨과 아픔과 슬픔이
묻어있는곳이라~~
힐링 하셨겠네요 사진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몰운대 길을 말씀하시나 봅니다. 그 길에는 숱한 이야기가 깔려있을 겁니다.
무수한 연인들이 찾던 곳이고 언제나 추억이 바람결에 날리고 있는 곳입니다.
단비나님, 혹시 이 몰운대 숲길에 기쁨과 아픔과 슬픔이 묻혀 있는 건 아니십니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잘 감상하셨다니 저도 감사합니다.
내일이 정월대보름인데 사라져 가는것들이 참 많지요
알게 모르게 없어지는 것도 참많구요
그나마 시골은 덜하지만 대도시에는 빠르게 변화되어 갑니다
가속도가 붙어서 사라지고 없어지는 게 너무나 많고 빠른 세상입니다.
따라가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내려니 힘이 듭니다.
시골은 덜 하지만 그래도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세월의 흐름속에 변화도 있고...
우리네 인생도 그 흐름에 동화되어 가네요.
동화되어 가다가 어느때인가 더 깊은 동화 속으로 흘러들겠지요.
미래는 어떻게 살아낼지 없어질지 참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환경을 보면.....
겨울 다대포 해수욕장이
호젓하고 평화스러워 보입니다.
이제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가 끝나고 나면 다대포에도 봄이 오겠지요.
제 마음도 저 백사장을 걸어봅니다.
다대포해수욕장에 가 보셨나 봅니다.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파도를 타고 남실남실 건너오는 봄이 햇살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백사장 눈으로 걸으시고 마음으로 바다를 보시면 더 좋으실 겁니다.
가신김에 그맛있는 다대포 해수욕장 커피한잔 하셔야지요 ㅎㅎ정말맛있어요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못 했는데 다음에 갈 수 있게 가르쳐 주십시오.
그렇게 맛이 있었던 모양이지요?
@천샘 다대포항 가면 왼쪽으로 쭈욱 조그마한 간이 커피숖이 많은데
@지존. 이곳저곳 많이 있습니다. 아파트 쪽으로 좋은 커피집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맛은 어느집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가는 집만 가게 되니.....
달집 태우기가 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은 변하고 흐르고 있으니 사회
제도나 관습은 변하겠지유.
잘 보았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는 세상입니다.
아무리 남겨 놓고 싶어도 사라지고 없어지고 지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달집도 어릴 때 짓고 태우던 것을 봐 왔던 우리 세대가 가고 나면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뻥 뚫리고 시원하셨겠네요 천샘님
예, 뻥 뚫리고 시원해서 돌아오는 길이 무척 가벼웠습니다.
며칠 있다 또 내려가면 태종대를 걷다가 올 참입니다.
그때는 더 뚫려서 속으로 바람이 지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집이 거대하네요.
사람들도 많구요.
개인적으로 바다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 좋더라고요.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보고싶은 새들은 죽고 없었네.
글따라 시 한소절 떠올려 보았습니다 ㅎ
김남조 시인의 시였던가?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것이라 싶은데....
바다는 겨울바다가 제 맛이지요. 모든 게 떠나고 없는 시린 바다.....
@천샘
시인 이름은 생각이 안 나지만
국어 교과서에 나왔었지요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동연님의 그리움은 멎지 않을 것입니다. 멎게 된다면 동연님의 감성은 시들고 말 것입니다.
언제나 그리움을 안고 살아야 감성의 곡선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나갈 겁니다.
동연님, 다대포 바다에 가 보셨는지요?
겨울바다
구경 떠나고 싶어집니다
뭇별님 어디에 사시는지 모르지만 훌쩍 한 번 떠나보십시오.
겨울 밤바다에 서면 뭇별이 반짝이는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줄 것입니다.
닉네임이 시적인 느낌을 주는 듯해서 참 좋습니다.
17일 처가에 행사가 있어서 토요일에 부산에 갔습니다.
집사람은 먼저 보내고 혼자 송도해수욕장에서 남부민동 그리고 남포동 용두산 까지 추억 여행을 했네요 ㅎㅎ
85년 부산지사 파견 근무중에 사내연애로 첫사랑이 있었는데 저희집 반대로 결혼을 못하고 헤어졌어요.
마음속에 늘 살아 있었는데 환갑에 혼자라도 추억을 찾으니 세월이 참 아련합니다. ㅎㅎ
첫사랑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부산에 오셨군요. 지나간 것은 다 그립고 아쉬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억 여행을 하시면서 온갖 상념에 젖으셨을 것 같습니다.
인생이란 게 걸어온 뒤 돌아보면 마음 같지 않게 비껴간 것들이 참 많나 봅니다.
그러면서 흘러흘러 바다로 가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천샘 대단하십니다
쓸쓸한 추억여행을 다녀온 저보다 감회를 참 잘 정리해주시네요
마음을 잘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서진 좋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더 감사할 일이라 싶습니다.
다대포 해수욕장 가본지 2년 정도 된것같아요
칼국수도 맛있었고
모듬회도 아주 맛있게~ㅎ
바로앞에 아파트도 있고
공원도 아주 예쁘던데요^^
부산은 제가 좋아하는 여행지에요
늘 쉬고 싶을때는 부산으로 갑니다 ^^
다대포해수욕장을 공원으로 가꾸어 놓아서 산책하기도 좋고 운동하기도 좋을 겁니다.
외지에서 오는 분들은 또 다른 느낌으로 바다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 싶습니다.
낙동강이 흘러내려 마지막으로 닿은 곳 하구언이 있고 새로 만든 전망대에 올라가면 먼 곳까지 조망을 할 수도 있고.......
어쨌거나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는 참 좋은 도시라 싶습니다.
지난봄 다대포에 가 보았는데
전 이기대가 너무 좋아서 다대포는 조금 실망 하고 왔어요.
국민학교시절 시골살이 한 6년 하면서 한 경험들이 제겐 너무 소중하네요
보름에는 여러집 오곡밥을 먹어야 좋다고 미리 이웃집에 오곡밥을 돌리시고
조리들려 이웃집에 보내고 달집 타고 남은 숯불에 다리미에 콩 뽁아 주시던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이 그리워 집니다
이기대도 좋고 태종대도 좋고 해운대도 좋고 다대포에 있는 몰운대도 좋고 다 좋습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부산의 바다는 어디든 다 좋은 곳이라 싶습니다.
은보라님도 옛날의 추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계시나 봅니다. 모든 게 다 그리운 것들이지요.
특히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겨울바다도 좋습니다
바다나들이 즐거운
시간 을 보내셨네요~ㅎ
예, 언제든지 마음 내키면 훌쩍 기차를 타고 가는 바다,
겨울 바다 참 좋습니다.
봄 바다도 좋고 가을 바다도 좋지만 말입니다.
저거 태울때 볼만하겠어요..
아직은 못가본 다대포
사진으로 구경 잘했어요..ㅎ
굉장할 것이라 싶습니다.
밤바다에 몰려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가 보십시오, 겨울 바다가 특히 좋은 것 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 바람이 불어도 햇살이 은근히 포근한 것 같았습니다.
봄이 파도따라 남실남실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번 가봤던 그 곳
친정집 마당처럼
한 눈 쏙 들어왔던 풍경들
추억들 ᆢ
이기대ㆍ 태종대 ㆍ해운대
내일 정월대보름이네요
우리마을에선
옆 마을과 우리동네 오빠들이
깡통에 불을 넣고 돌리는
쥐불놀이를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쥐불놀이 참 많이도 했는데 말씀하시니 생각이 납니다.
깡통에 못으로 구멍을 내고 철사 따위로 줄을 달아 휘익휘익 돌리면 나무 토막에 불이 벌겋게 붙곤 했는데.....
그런 것들이 다 사라지고 나니 무척 그리워집니다.
돌아보면 우리가 자라던 그때 그 시절이 가난하고 어려웠지만 좋은 것도 많았나 봅니다.
추억들은 뒤적일수록 불꽃으로 피어나 그리움이 됩니다.
이기대, 태종대, 해운대 말고 다대포해수욕장에는 가 보지 않으셨는지요?
낙동강 흘러내린 물이 바다와 합쳐지는 곳인데.....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정문으로 먼저 가서 기다리면 서울에서 내려오시는 분들 만나게 되지 않겠습니까?
너무 일찍 가서 시간이 많이 남으면 금오산 저수지 둘레길 한 바퀴 돌다가 가도 될 것 같고.....
어쨌거나 농심 구미공장으로 가면 좋은 분들과 멋진 여행을 하고 오지 않겠습니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