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회장의 장충동 생전 자택, 현재 이건희 회장 소유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27주기 추모식이 19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先塋)에서 열렸다. 올해 추모식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현 CJ회장이 입원 중이라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는 범(汎)삼성가가 한꺼번에 모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삼성·신세계·CJ·한솔 등 그룹별로 나눠 각자 참배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경기도 용인 선영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세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도착했다. 선영 일대에는 직원들이 교통을 통제하며 철통 보안 속에서 추도식이 진행됐다. 참배를 마친 오너 일가는 10시 4분쯤 각자 타고 온 차량을 타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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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 고 이병철 회장의 추모식에 삼성 오너가를 태운 차량이 진입하고 있다/한동희 조선비즈 기자
추모식에서 이건희 회장의 역할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신했다. 이건희 회장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6개월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미국에 체류하느라 추모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삼성 특검 직후인 2007년과 2008년에는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추모식에 참석했었다.
오너 일가가 모두 떠난 오전 10시 반부터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임원 150여명이 별도로 추모식을 가졌다. 삼성 임원단이 떠난 12시 30분쯤 부터는 CJ그룹 부사장급 이상 임원 47여명이 선영 일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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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경기도 용인 선영(先塋) 내 한옥의 모습. 고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이곳에 머물렀다./한동희 조선비즈 기자
고인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병원에 입원해 참석하지 못했다. 이재현 회장은 1600억 원대의 탈세·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건강악화를 이유로 지난 10일 법원에 구속집행정지를 4개월 연장해 줄 것을 신청했고, 이날 오전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미경 부회장도 미국에 체류 중이라 참석을 못했다. 이 회장을 대신해 손경식 CJ 회장과 임원진 50여명이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경식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이다. 이재현 회장은 사실 몸이 건강하던 2012년에도 추모식은 참석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의 이명희 회장, 정용진 부회장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011년부터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세계 측은 정 부회장이 현재 해외 출장 중이라고 밝혔다. 그 대신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이날 오후 선영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인 이인희 한솔 고문은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및 임원들과 선영을 찾아 추도 행사를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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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 삼성가 가계도
범삼성가 그룹의 ‘따로 추모식’은 올해로 3년째다. 이병철 회장이 1987년 타계한 이후 추모식은 크게 범삼성 오너가 가족행사와 사장단 참배로 나눠서 진행했으나 2012년부터 그룹별로 나눠 참배하고 있다.
추모 행사를 주관하는 삼성호암재단은 각 그룹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장단 참배객 수가 늘어나 참배 시간을 그룹별로 나눴다고 2012년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과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상속 소송으로 형제 간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 때문으로 알려졌다.
CJ인재원에서 받는 제사상 올해로 4년째CJ그룹은 추모식과 별도로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고인을 기리는 제사를 진행한다. CJ인재원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올해로 4년째다. 이병철 회장의 제사는 1987년 타계 이후 2010년까지 고인의 서울 장충동 생전 자택에서 지냈었다.
재계는 이건희 회장 쪽이 2011년 4월 CJ·한솔·신세계그룹 측에 보낸 유산상속 인정 서명으로 형제간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본다. 그해 이재현 회장이 제사 장소를 변경했다. 장충동 자택은 현재 이건희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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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병철 회장의 제사가 치러질 CJ인재원의 전경 /안지영 조선비즈 기자
올해 상주 역할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선호씨가 맡는다. 제사에는 이인희 고문, 조동길 회장, 이명희 회장, 정유경 부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참석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삼성에서는 홍라희 관장, 이서현 사장이 다녀갔다.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재계에서는 두 그룹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올해 추모식에는 범삼성가가 한자리에 모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추모식과 제사는 지난해의 그것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재계는 현재 이건희 회장이 병원에 입원 중이고, 삼성가 그룹에 결정적인 화해 모드가 조성되지 않은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 추모식, 정몽준 현정은 등 범현대가 모두 모여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 회장, 고 조중훈 한진 회장, 고 구인회 LG 명예회장, 김우중 전 대우 회장, 신격호 롯데 회장과 함께 경제성장을 이룬 ‘재계 1세대’로 꼽힌다. 고인이 된 재계 1세대 회장님의 추모식 분위기는 어떨까.
올해 3월 열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3주기 제사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등 범 현대가 40여명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열린 제사를 마치고 기일인 21일에 맞춰 경기도 하남 창우리 선영을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현대가 지난 8월 열린 고 정주영 회장의 부인인 고 변중석 여사의 7주기에도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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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3주기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을 찾았다./이진혁 조선비즈 기자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16주기 추모식은 지난 8월 경기도 화성 선영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고인의 아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수감 중이라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딸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며느리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조카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 10여명의 가족이 참석했다.
고 조중훈 한진 명예회장의 12주기 추모식은 지난 17일 경기 용인시 영덕동 선영에서 있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원태·현민 세 자녀 등 가족과 최은영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 회장(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졌다.
한진가는 형제간 갈등으로 장남인 조양호 회장·3남인 조수호 회장, 2남 조남호(한진중공업)·4남 조정호 회장(메리츠화재·당시 동양화재)이 따로 추모식을 진행해 왔다. 조남호, 조정호 회장은 사흘 전에 선영을 찾아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