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 돌림노래
박 은 정
두 손을 움커쥐고 줄넘기를 돌리는 밤 한 번 두 번 세 번 공중으로 떠오를 때마다 어제의 파랑이 빛나고 붉은 개미떼들이 땅 속으로 흘러가며 너의 아름다운 발음을 통과한다 나고야, 너는 죽었니 살았니 스무 개의 입술이 너를 반복할 때 우리는 무엇도 간섭하지 않으며 땀을 흘리고 너의 퍼머넌트 머리칼과 작은 가슴이 환영처럼 흔들리면 나고야, 너는 흥미로운 중심부 매초마다 변하는 감정 아래 서로의 똑같은 표정을 견디는 것 꽃가루가 흩날리고 성급한 여름이 오고 있었다 다리에 걸린 줄이 밤의 한 철을 넘지 못할 때 나고야, 이것은 너의 이름이 깊어지는 병 열뜬 잠의 출구가 열리면 더없이 다정한 돌림노래를 부른다 감정의 바닥도 없이 낯선 도시는 어둠을 새기며 척, 척, 척, 꿈에서 추락할 때마다 한 척씩 키가 자라는 소리를 지르고 나고야,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공중을 뛰면 발바닥이 아파왔지 어떤 부유의 밤에도 젖은 얼굴이 서럽지 않도록 네 눈썹에 얹힌 꽃잎 한없이 투명해진다
〈박은정 시인〉
△ 1975년 부산 출생, 창원대학교 음악과 졸업. 2011년 《시인세계》신인상 등단. 시집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밤과 꿈의 뉘앙스'.
밤과 꿈의 뉘앙스 - 예스24
2011년 『시인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첫 시집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를 주목받은 바 있는 박은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밤과 꿈의 뉘앙스』가 민음의 시 268번째 책으로 출간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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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시집 〈밤과 꿈의 뉘앙스〉 민음사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