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돌본 뇌병변 딸 살해한 엄마…법원 선처에 오열
법원 "피고인 탓만은 아냐…국가의 장애인 지원 부족도 영향"
"제가 이 나이에 무슨 부귀와 행복을 누리겠다고 제 딸을 죽였겠어요.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합니다. 나쁜 엄마 맞아요."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64·여)씨는 지난달 8일 결심 공판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제가 딸을 잘 돌봤어야 했는데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며 "죄가 너무 크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범행) 당시에는 버틸 힘도 없었다"며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A씨가 딸 B(사망 당시 38세)씨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딸은 난치성 뇌전증에 좌측 편마비가 있었고 지적장애까지 앓는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었다.
엄마는 극진하게 딸을 키웠다. 의사소통조차 힘든 딸의 대소변도 거의 매일 A씨가 받았다.
A씨 아들이자 B씨 남동생은 증인으로 나와 "어머니는 항상 누나 머리도 예쁘게 땋아주고 이쁜 옷만 입혀서 키웠다"며 "대소변 냄새가 날까 봐 깨끗하게 닦아 주는 일도 어머니가 했다"고 기억했다.
38년간 이어지던 엄마의 지극정성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은 사건 발생 4개월 전인 지난해 1월 딸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서 부터였다.
A씨 아들은 "어머니는 누나가 대장암 진단을 받자 많이 힘들어했지만, 항암으로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했다"며 "혈소판 수치가 감소하면서 항암마저 중단했고 누나 몸에 멍이 들기 시작하면서 더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짐작했다.
이때부터 A씨는 몸무게가 많이 줄었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말을 아들에게 하기도 했다.
A씨 아들은 "누나도 불쌍하고 엄마도 불쌍하다"며 "저와 아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망가진 몸을 치료해 주고 싶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했다.
결심 공판 당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검찰도 A씨의 딱한 사정을 모르진 않았지만, 살인 혐의를 적용한 이상 중형을 구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아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이번 사건의 양형기준상 권고형도 징역 4∼6년이지만 재판부는 이보다 낮은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장애로 인해 피고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던 피해자는 한순간에 귀중한 생명을 잃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의사는 고려되지 않았다"며 "아무리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범행 이전까지 38년간 피해자를 돌봤고, 피해자의 장애 정도를 고려하면 많은 희생과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라며 "그동안 피해자와 함께 지내면서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큰 죄책감 속에서 삶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 사건이 A씨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증 장애인 가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국가 시스템 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 부족도 이번 사건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로지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날 재판에서 A씨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법정 밖에 나와서는 소리 내어 울며 오열을 참지 못했다.
법원 관계자는 "A씨의 경우 살인 혐의지만 정상참작으로 법정형에서 절반의 형이 감경돼 처단형의 범위는 징역 2년 6개월∼15년"이라며 "재판부가 처단형 범위 안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집행유예 판결을 했다"고 설명했다.
달동네 2천억원 빼돌린 권력층을 문건날조해 덮어주는 충견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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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법도 인정하는 것이 인생사~~
가슴이 뭉클해 지네요
감사합니다.